석유산업을 공공의 적으로 만들지 말라
석유산업을 공공의 적으로 만들지 말라
  • 김신 편집국장
  • 승인 2007.10.18 1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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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 산업의 특성상 착시 현상을 유발할 개연성은 충분하다.

정유부문의 매출액은 2001년 38조원에서 지난해에는 57조원으로 49.4%가 뛰었다.

고유가로 떼 돈을 버는 것 같은 착시현상을 일으킬 만 하다.

2001년, 1리터에 1280원이던 휘발유 가격은 지난해에는 1492원으로 16.5%가 뛰었고 경유 소비자 가격은 644원에서 1228원으로 90.7%가 올랐다.

정유사와 주유소들이 폭리를 취하면서 고유가 부담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오해를 살만 한 대목이다.

하지만 정유사 매출이 커진데는 원재료인 원유 가격이 급등한 영향이 컸다.

수출정제마진이 커지면서 정유사들이 더 많은 원유를 도입하고 기름을 내다 판 것도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

2001년 77억불에 그쳤던 석유수출액은 지난해에는 206억불로 3배 가까이 상승했다.

에너지 세제개편으로 세금이 크게 오른 대목은 내수 시장 기름값을 끌어 올렸다.

경유 세금은 2001년 1월 리터당 239원에서 지난해 말에는 598원으로 150%가 인상됐다.

착시현상에서 비롯된 오해는 숫자로 바로 잡을 수 있다.

정유 부문의 지난해 매출은 57조원, 영업이익은 8989억원을 기록했다.

1000원 어치 기름을 팔아 16원의 영업이익을 남기는데 그친 셈이니 이런 부끄러운 실적을 두고 폭리라고 부를 수 있겠는가?

하지만 해마다 국감 시즌이 되면 기름 값 상승의 진원지로 석유업계가 꼽히며 사회적인 지탄을 받고 있다.

올해 역시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은 정유사들이 공장도 가격을 부풀려 지난해 3조7000억원, 올해 상반기에는 1조8000억원의 폭리를 취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폭리의 근거는 이렇다.

그간 정유사들은 주 단위로 공장도 기준 가격을 발표해 왔는데 실제 주유소 등 유통업체에 공급하는 기름 가격은 이 보다 낮았고 그 차액이 결국 정유업계의 폭리이고 주유소 업계의 추가 마진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만약 이 주장이 사실 이라면 정유사들은 회계를 조작하고 있는 셈이 된다.

지난해 5개 정유사들은 정유부문과 비 정유 부문을 통털어 70조원의 매출에 2조9403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는데 그쳤는데 진수희 의원은 3조7000억원의 폭리를 취했다고 밝히고 있으니 나머지 이익금은 비자금으로 빼돌렸거나 누락을 시키고 있는 꼴이 된다.

요약하면 진수희 의원이 주장하는 폭리 금액은 없는 돈이다.

공장도 기준 가격은 원유가격과 국제 석유가격, 환율 등을 근거로 산정한 정유사들의 희망 도매 가격이고 실제로는 이 보다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 일부에서는 위험한 공약을 내걸고 있다.

모 정당의 대선 후보는 정유사의 폭리를 차단하고 석유유통구조를 개선하면 기름값의 5%를 내릴 수 있다고 약속하고 있다.

정유사와 주유소를 공공의 적으로 단정하고 이들 사업자를 잡으면 기름 값이 내려 갈 것이라고 국민들을 선동하고 있는데 그 근거가 의문이다.

경제 문제까지 정치로 접근해서는 안된다.

민심을 왜곡하고 선동하는 위험한 주장과 약속을 남발하는 위험한 정치인들에게 기업 현장체험을 추천한다.

정유사들이 생산한 석유제품이 중동을 비롯한 전 세계로 수출되며 달러를 벌어들이는 현장에서, 한 방울의 기름이라도 더 팔기 위해 고민 하는 주유소 현장을 직접 체험하고 정유사의 폭리와 유통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고 기름값을 내릴 수 있는 묘책을 발굴하기를 권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