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의 수호자가 되어야 할 정부가 특정 산업을 의도적으로 폄하하고 고유가의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재정경제부가 그렇다.

권오규 경제 부총리는 12일 한국표준협회 초청 ‘최고경영자 조찬 강연’에서 정유업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최근 환경문제 때문에 선진국에서 정유시설의 신규 증설이 안돼 원유가격 상승보다 정유시설을 거쳐 나온 제품가격 상승폭이 크다"고 전제한 권오규 부총리는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정유시설이 부족하지 않기 때문에 제품가격을 싱가포르 제품에 연동 시켜놓은 현재의 시스템은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제 원유가격의 변동과 내수 석유가격을 연동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석유수입사들이 한창 왕성하게 활동할 때 국제 석유가격의 변동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구축한 가격결정 메카니즘을 이제 와서 깎아 내리고 있는 것이다.

“정유사들간에 석유를 교환하면서도 자신의 비축기지에서 공급한 것처럼 수송비를 원가에 반영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6월에는 에너지 관세 조정과 관련한 보도자료를 통해 석유가격구조의 문제점을 공식 언급했다.

특정 기간동안 원유의 도입가격과 휘발유의 공장도가격 등을 분석하고 정유사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유도하는가 하면 새삼스럽게 석유수입사의 시장 점유율을 언급하며 정유사 견제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재경부나 경제 부총리가 석유가격과 관련해 지적하고 있는 대목들은 기업의 불공정경영과 관련한 사안들로 엄연히 공정거래위원회라는 감독 기관이 존재하고 있는데도 앞서 재단하고 언급하고 있다.

물론 재경부의 역할중 투명한 시장경제를 확립하는 것도 중요한 만큼 석유산업의 문제점을 감시하고 지적할만한 이유는 충분하다.

하지만 그 배경이 정당해야 하는데 자신들의 치부를 가리기 위해 소비자들의 시선을 석유업계로 돌리고 있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유류세를 인하하라는 사회적인 요구를 철저하게 묵살하고 세금을 내릴 수 없는 스스로의 논리만을 강조하는 것도 모자라 기름값에 대한 책임을 석유산업에게 묻고 있는 것이다.

재경부는 올해 하반기 경제 운용방향과 관련한 최근의 공개 설명 자리에서 7월의 경유 세금 인상은 오염물질 배출 등 사회적 비용이 다른 유종에 비해 더 커서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그 사회적 비용을 주장하기 위한 근거로 재경부는 약 10년전인 1998년 환경부가 발표한 자동차 오염물질 배출량을 제시했는데 그 사이 경유는 초저황 연료가 됐고 환경오염물질의 배출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제도적, 기술적 노력이 이뤄졌으니 재경부는 경유의 환경오염비용에 대해 다시 공부하고 새로운 논리를 개발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유가 수준이 OECD 회원국중 중간 정도의 수준이라는 틀에 박힌 이야기로 국민들을 현혹하려 하지만 국민소득 수준을 감안한 유가 부담은 가히 최고 수준이라는 것을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석유세금과 관련한 민심을 읽을 수 있는 표현들이 적지 않다.

‘교통세’를 ‘고통세’라고 부르는가 하면 ‘주유소’는 ‘석유세금을 걷는 세무서’로 표현된다. 고유가의 책임을 석유업계로 돌리는 것도 민심을 제대로 읽고 분위기 파악을 해가며 나서야지 제 꾀에 스스로 넘어가지나 않을 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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