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해법을 시장에 맡겨 에너지 소비 절약을 유도해야 한다던 산자부가 정작 에너지절약 행사에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13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에너지(-), 사랑(+)’캠페인에서의 일이다.

이 캠페인은 대형 건물이나 공공기관, 아파트 단지에서 7~8월중 전기소비량을 전년 동기대비 5% 이상 절약하면 그 금액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는 뜻 깊은 행사다.

치솟는 기름값에 석유세금 인하를 요구하는 사회적 요구가 커지고 있지만 정작 정부는 고유가 요인을 소비자가격에 반영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이고 특히 에너지자원빈국인 우리의 입장에서 소비 절약을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만큼 이번 행사에 정부 관계자들이 참여할 이유는 충분했다.

하지만 행사장 어느 곳에서도 산자부 관계자들의 모습은 눈에 띄지 않았고 때 이른 초여름 날씨 속에도 불구하고 인근 회사원이나 행인들의 적극적인 참여만 돋보였다.
 
‘에너지(-), 사랑(+)’ 캠페인을 서약하는 행사에서 또 청계 광장에서의 이벤트에서도 산자부 관료들의 모습은 끝내 보이지 않았고 결국 에너지관리공단만의 행사로 막을 내렸다.

최근에는 에너지관리공단 정책 과제 수행부서의 예산을 지원하지 않고 스팟성 연구용역으로 대체하려 한다는 소문도 들리고 있다.

추측컨대 에너지기술평가원을 두고 에너지관리공단 노조가 산자부를 맹 비난하는 것이 산자부의 심기를 건드렸기 때문으로 해석되는 장면이다.

실제로 관리공단 노조는 에너지기술평가원의 민간 재단화를 두고 연일 그 부당성을 지적하고 있고 최근에는 발전사와 가스공사, 산기평 노조 등과 공동으로 산자부 장관의 퇴진을 비롯한 규탄대회를 과천 청사앞에서 벌이기도 했다.

만약 그 댓가로 관리공단이 찍혔고 이번 행사에 산자부 고위 관료들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면 소아적인 행동이라는 비난을 면하기가 어렵다.

관리공단이 밉더라도 에너지 절약 이벤트는 현재의 고유가 상황에서 정부가 연출할 수 있는 최적의 이벤트인 것이 분명하고 관리공단의 궁극적인 역할 역시 고유가 대응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에 맞춰져 있다면 사사로운 감정을 공무와 연결시켜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상부기관의 자격으로 산자부가 권력을 남용하고 에너지관리공단을 핍박하고 있다는 이런 추측들이 제발 사실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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