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고공행진이 거듭되면서 산자부가 차관 주재로 민관점검회의를 열어 에너지 공기업과 민간 석유사업자들의 고유가 대응 역할을 논의했다.

지난 25일 열린 이날 모임에서 주목할 만한 내용은 딱 두 가지로 요약된다.

고유가 기조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메시지가 그 하나다.

산자부는 세계적인 석유전문연구기관인 CGES의 자료 등을 인용해 하반기 국제유가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CGES는 하반기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69불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으니 기름 소비자 입장에서 당분간은 허리띠 졸라 매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메시지인 셈이다.

또 하나는 고유가 영향을 소비자들이 감내하라는 메시지다.

그간의 고유가 상황에서 정부가 제시한 해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맥빠진 대응책이 이번 점검회의에서 되풀이 됐다.

해외 자원개발을 확대하고 비축을 늘리겠다는 것이 정부가 제시하는 방안인데 도대체 에너자주개발율을 얼마까지 확대해야 소비자들의 기름값 부담이 줄어들 수 있는 것인지 또 그 시점은 언제인지 아무런 언급이 없다.

실현성을 알 수 없으니 대책도 아닌 셈이다.

오히려 민간 사업자들을 족치고 기름값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만 키우고 있다.

산자부는 석유공사에 위탁 수행중인 석유가격 모니터링의 방식을 그간의 정유사 공장도 판매가격에서 실거래가격으로 전환하는 것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했다.

좋은 얘기인데 모니터링 방식을 바꾸면 기름값이 낮아지는지 묻고 싶다.

정유사들은 주기적으로 세후 공장도가격을 발표하고 있지만 실제 유통현장에서는 이보다 현저히 할인된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그만큼 경쟁이 심각하기 때문인데 실제 거래가격을 모니터링할 경우 그만큼 정확한 정보가 소비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으니 긍정적인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실거래 가격을 리얼타임으로 모니터링하는 것이 불가능해 소비자에게 정보가 전달되는 시점과의 격차가 크고 해당 기업의 영업기밀이 노출될 수 밖에 없어 적용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을 산자부도 분명히 알고 있는데 굳이 이 시점에서 그 방안을 제시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그만큼 산자부의 고유가 대응 논리가 궁색한 셈이다.

석유제품 공정거래를 확립하겠다고 밝힌 대목은 정유사와 주유소가 소비자를 속이고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오해할 만 하다.

사실이라면 엄단해야겠지만 산자부는 그럴만한 근거를 갖고 있는지 묻고 싶다.

과거 고유가 상황에서 산자부의 장, 차관들은 수시로 정유사 최고 경영자들을 불러 모아 기름값 인하 협조를 요청했고 때로는 덤핑을 자제하라는 일종의 서약서까지 받기도 했던 것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산자부가 일종의 담합을 사주한 셈인데 공정위가 이런 행동들을 문제삼으면 발을 빼는 것도 산자부다.

과거의 경험상 이번 고유가 대책회의에서 공정거래를 언급한 것은 아마도 정유사들이 알아서 고유가 부담을 자체 흡수하라는 일종의 압박이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면서도 정작 정부차원에서 제시할 수 있는 유류세 인하 등의 방안은 일체 언급하지 않고 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30불을 넘으면 큰 일이 나는 것 처럼 호들갑을 떨던 2003년 이후 산자부는 수차례에 걸쳐 유가 안정화대책을 공식 발표했고 그 주요 내용은 유류세 인하 등의 조치였다.

올해 초 정당으로 복귀한 전 산자부 장관은 지난해 5월경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03년 당시의 고유가 안정책이 유효한지를 묻는 본지 기자의 질문에 '지금은 고유가가 고착화돼서 유류세 인하 같은 안정책의 의미가 없다’고 답한 기억이 난다.

참 편리한 답변이다.

국제유가의 마지노선을 정해 놓고 유류세 인하 같은 고유가 대응책을 홍보하던 산자부가 정작 유가 고공행진이 계속되자 홍보 카드를 슬쩍 집어 놓고는 해외 자원개발에 대한 기대를 강요하고 민간 사업자들의 책임으로만 미루고 있다.

이번처럼 홍보용 대책회의를 열 시간에 차라리 좀 더 효과적이고 국민들 가슴에 와 닿는 대응책을 고민하기를 주문한다. 괜히 소비자에게 고유가 불안만 키우고 폭리에 대한 불신을 심어 준다고 산자부가 국민들에게 칭찬받을 일은 없을 듯 하다.

저작권자 © 에너지플랫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