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인식의 오류 바꾸는 에너지업계
노사인식의 오류 바꾸는 에너지업계
  • 김신 편집국장
  • 승인 2007.04.02 0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석유가스 기업들의 훈훈한 노사 관계가 귀감이 되고 있다.

한때 극한 갈등으로 치달았던 노사관계가 서로를 이해하고 걱정해 주는 파트너가 되고 서로를 존중하고 존경하는 가족의 개념으로까지 발전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

2004년 여름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되어 있는 정유시설의 가동을 중단하고 불법파업을 벌였던 GS칼텍스 노사 갈등은 이제 그 흔적조차 찾기 힘들다.

파업 당시 사측은 불법파업 참여자 647명을 색출하고 해고 23명을 비롯해 정직 235명, 감급 142명, 견책 247명의 징계를 결정하며 노사간의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는 모습을 보였다.

그 후 3년이 지난 현재 GS칼텍스의 노사는 서로에게 ‘더 이상 소중할 수 없는 관계'로 변하고 있다.

2년 연속 임금협상을 사측에 위임한 노조는 올해는 사측에 임금동결을 건의했다.

중질유분해시설 등 회사의 미래 성장 기반이 될 대규모 신^증설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수행되고 수익성 악화 전망 등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을 슬기롭게 극복하는데 노조가 동참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지난해 SK(주)로 인수된 SK인천정유 노조는 곧 바로 무교섭을 선언했다.

회사가 정상화될 때까지 임금단체협상을 회사에 위임한 것이다.

수년에 걸친 법정관리기간중 임금이 동결되고 구조조정이 이뤄지면서 불안감과 불만이 고조되는 상황에서도 SK인천정유 노조는 ‘SK가 점령군이 아니라 회사의 정상화를 도와줄 지원군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려고 노력했고 노조도 이에 공감해 무분규선언을 하게 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SK E&S 계열로 한때 심각한 노사갈등을 겪었던 충남도시가스는 최근 사장을 포함한 일부 임원진이 타 도시가스 경영진으로 자리를 옮기자 전 직원들이 해당 도시가스 직원 360명분의 떡을 보내며 자신들과 동고동락을 함께 했던 전임 경영진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노사 서로의 믿음이 전제되지 못했으면 가능하지 못했을 일이다.

그런 노력 덕분에 충남도시가스는 지난해 노동부로부터 노사관계 발전프로그램 재정지원을 받았고 총 118개 사업장중 우수사업장으로도 선정됐다.

국내 대표적인 LPG 수입사인 E1은 1996년 이후 12년 연속 임금 무교섭 타결을 이루는 진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 회사 경영층은 분기별로 경영환경설명회를 열어 노조와 경영정보를 공유하고 해외 연수를 실시하는 등 경영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고 노조는 그에 대한 화답으로 12년 연속 임금 결정을 회사에 일임하는 선 순환의 역사를 이어 나가고 있다.

노조가 회사를 신뢰하면서 E1은 주력 사업인 LPG수입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국제상사 인수와 인천 컨테이너 터미널 사업에 진출하는 등 정력적인 다각화 노력이 결실을 거두고 있다.

도시가스회사인 예스코는 노동자와 사용자를 의미하는 노사(勞使)라는 표현을 대신해 노동자와 경영자를 의미하는 ‘노경(勞經)’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노사’라는 표현은 노동법 등에 공식적으로 표현되는 단어가 분명하지만 ‘사용자’는 노동자를 돈을 주고 부리는 개념으로 상생 보다는 대립의 이미지가 강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노경’은 회사는 기업의 가치를 극대화하고 그 성과를 직원들과 공유할 수 있는 의사결정과 관리에 충실하고 노동자는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데 주력하며 상호 수평적이고 협력적인 의미를 담고 있으니 ‘단어’ 하나 바꿔 사용했을 뿐인데 노사 서로에 대한 존경심까지 묻어 나고 있다.

예스코는 올해 노경지원팀도 신설해 다양한 협력 프로그램도 운영중이다.

부산도시가스가 4년 연속 도시가스 업계 고객만족도 1위 기업으로 선정된 배경에는 노사간 파트너십이 큰 몫을 했다.

2005년 민노총을 탈퇴하고 경영층과 상생 협력에 노력해온 부산도시가스 노조는 위원장이 2005년 부산산업대상 시상식에서 근로복지대상을 수상했다.

지난 1987년 노조가 설립된 이후 단 한해를 제외하고 해마다 파업을 일삼았고 국가 경제를 볼모 삼아 자신들의 이익에만 눈에 어둡다는 비난을 사고 있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귀족노조인 현대자동차 노조를 지켜 보면서 노사는 더 많은 것을 빼앗으려는 측과 덜 빼앗기려는 상극의 입장만이 존재하고 협상은 있지만 협력의 대상이 아니라는 그릇된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다.

그 인식의 오류를 에너지업계가 바꿔가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