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부가 대표적인 서민 난방연료인 등유와 프로판의 가격 인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산자부 김영주 장관은 지난 20일 석유 가스 관련 기업 CEO들과 정책 간담회를 갖고 등유와 프로판 가격 인하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소득수준이 높은 계층이 주로 사용하는 도시가스와 지역난방에 비해 도시 영세민이나 농어촌 등에서 주로 사용하는 등유나 프로판 가격이 높아 연료비 지출 부담이 큰 이른 바 소득 역진성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다.

산자부 자료에 따르면 등유나 프로판 소비자들이 연간 지출하는 난방비는 140여만원에 달하는 반면 도시가스나 지역난방은 70만원대에 불과하다.

김영주 장관은 난방 연료간의 소득 역진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가격체계 개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 방안이라는 것은 정부가 가격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인 제세부과금을 활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중에서 산자부가 활용할 수 있는 카드는 부과금 뿐이다.

다행히 등유에는 리터당 23원의 판매부과금이 매겨지고 있어 산자부의 의지대로 등유 가격을 인하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가격 인하 효과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리터당 134원에 달하는 등유 특소세를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산자부의 권한 밖이다.

㎏당 40원의 특소세가 부과되는 프로판은 판매부과금의 적용대상이 아니다.

프로판 가격인하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특소세를 조절해야 하고 역시 재경부가 동의해야 한다.

정책 간담회 브리핑에서 산자부는 LPG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특소세는 물론 관세 인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정이 이쯤 되면 난방용 에너지 세금 인하와 관련해 재정경제부와 기초적인 협의 정도는 이뤄졌을법 한데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

재경부 세수 담당자는 ‘산자부 장관이 그런 말씀을 하셨으면 그쪽에서 알아서 해결하겠지요’라며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산자부 장관의 이번 발언은 세수 인하에 흥미없는 재경부를 압박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에서 비롯됐을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더구나 김영주 산자부 장관이 재경부 관료 출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친정집(재경부) 관료들도 김 장관의 발언에 상당한 무게를 둘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더라도 이렇게 중요하고 민감한 사안에 대해 세금 주무부서인 재경부와 기초적인 협의조차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은 성급했던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간 국회차원에서도 서민연료의 과도한 비용 부담을 이유로 세율 인하와 관련한 다양한 의원입법들이 추진돼 왔지만 세수 감소 등을 우려하는 재경부의 반대로 번번이 관철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재경부는 지난해 석유와 가스의 실행 관세를 상향조정하는 계획을 추진하다 산자부와 마찰을 빚은 바 있다.

관세 문제는 주기적으로 재경부의 협조를 구해야 하는 중요한 안건이다.

최근에는 바이오디젤 확대보급정책의 면세여탈권(免稅與奪權)을 쥐고 있는 재경부의 반대에 부딪쳐 난항을 겪고 있다.

당초 지난해말까지 확정하겠다던 바이오디젤 중장기 종합대책은 해를 넘겼지만 뾰족한 해결점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에너지 세율 역시 재경부의 긍정적인 지원이 수반되지 않으면 사실상 불가능할 수 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산자부 장관의 이번 발언은 난방용 세수 인하를 추진하기 위한 산자부의 동선(動線)을 미리 알려준 것은 물론 재경부를 오히려 자극한 꼴이 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정책추진 의지도 중요하지만 소비자들은 그보다 가시적인 성과를 원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난방연료가격인하를 추진하겠다는 산자부의 이번 발표는 세련되지도 또 치밀하지도 못했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오히려 이번 발표 내용의 진정성까지 의심을 받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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