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가 영세 자영업자 된 까닭은?
주유소가 영세 자영업자 된 까닭은?
  • 김신 편집국장
  • 승인 2007.03.05 07: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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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매출이 수십억원대에 달하는 주유소사업자들은 규모면에서는 절대 영세하지 않다.

오히려 대형화 추세에 맞춰 여러 계열 주유소들을 거느린 법인 사업체들도 적지 않으니 엄밀하게 말하면 자영업자 대열에도 낄 수 없다.

그런 주유소 사업자들이 영세 자영업자들의 대열에 포함됐다.

사연은 이렇다.

정부는 지난 1월 4일 ‘영세 사업자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유도 정책’을 밝혔지만 구체적인 수수료율 결정은 카드사들에게 맡기자는 입장을 정리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수수료 인하를 법제화하려는 시도가 본격화됐다.

신용카드 수수료율 인하에 총대를 맨 민노당 민생특위는 같은 달 10일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법제화 상인 간담회’를 열고 입법청원 등의 강력한 대응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음식점이나 서점, 미용실, 동네 상점들이 부과받는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가 고율에 해당돼 불합리하기 때문이었는데 이때 까지만 해도 주유소사업자들은 영세한 자영업자 대열에 포함되지 못했다.

영세하지 않고 저율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이 부과된다는 이유로 이날 간담회에 초청받지 못한 주유소협회는 민노당 민생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노회찬의원과 영세 자영사업자 대표들을 설득시킨 끝에 그 대열에 합류했고 신용카드 수수료율 인하를 위한 입법청원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협회 회장단은 이후에도 노회찬의원 등을 찾아가 적극적인 동참 의지를 밝혔다.

지난달 27일 국회 앞에서는 신용카드 수수료율 인하 촉구 자영업자 대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민주노동당 문성현 대표와 권영길 최고의원, 노회찬 의원 등이 참여해 카드 수수료율 인하 운동에 힘을 보탰고 미용사와 음식업, 귀금속판매업, 서점 등의 영세 사업자 단체에서 수많은 회원사들이 참여했다.

주유소협회와 회원사들도 촉구대회장을 메웠고 함재덕 회장은 국회 의안과에 직접 신용카드 수수료율 인하와 관련한 입법청원서를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까지 맡았다.

총 10만여 사업장이 참여한 입법청원에는 약 8500여 주유소 사업자들의 목소리도 포함되어 있다니 민노당 민생특위의 신용카드 수수료율 인하 움직임은 사실상 주유소 사업자들이 핵심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 하다.

주유소업계는 1.5%의 신용카드 수수료가 부과되고 있어 3%에서 최고 5%까지 수수료가 매겨지는 다른 영세 상인들에 비해서는 형편이 나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휘발유 소비자가격중 60%가 넘는 고율의 세금까지 신용카드 수수료율이 부과되면서 실제 수수료 부담률은 4%에 가까운 수준이다.

신용카드사들이 기름 고객을 타깃으로 엄청난 기름값 할인 또는 적립 마케팅을 벌이고 있지만 오히려 주유소에는 기름값 할인 경쟁만을 유도하고 있을 뿐이다.

정성은 통하는 법이다.

고율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이 적용돼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유소업계를 영세 상인의 축에 포함시킨 민노동의 전향적인 결정과 스스로의 곤궁한 입장을 이해시키고 설득시킨 주유소업계의 노력 모두에 박수를 보낸다.

과정이 좋으니 신용카드 수수료율이 인하되는 좋은 결과를 예상해도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