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황증거 근거로 과징금 30% 내린 527억 부과

정황증거 근거로 과징금 30% 내린 527억 부과
유사석유 대응위한 ‘시장정상화’문구 확대 해석 결과
이의 신청 등 문제제기 할 것- 정유업계

공정거래위원회가 결국 무리수를 뒀다.

4개 정유사에 대한 담합행위 여부에 대해 조사해온 공정위는 21일 전원회의를 열고 이들 회사에 500억원 규모의 과징금 부과 처분을 최종 의결했다.

지난 7일 전원회의를 열고 정유사 담합 여부를 심의한 공정위는 마라톤 심의 끝에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합의 유보했고 21일 2차 심의를 진행한 결과 ‘담합’으로 최종 심결했다.

다만 최초 부과 예정이던 800억원대의 과징금을 약 30% 낮춰 527억원대로 인하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정유사들은 2004년 4월 1일부터 6월 10일까지 약 70일동안 별도의 모임을 통해 가격 담합 등을 시도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모 정유사에서 확보한 내부 자료에서 ‘시장정상화’나 ‘시장안정화’라는 표현이 언급되어 있는 것을 그 근거로 들고 있다.

이같은 ‘정황 증거‘를 근거로 공정위는 정유사들의 담합혐의를 입증했다는 입장이다.

다만 시장정상화 테스크포스팀에서 구체적으로 누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모여 담합을 논의했는지에 대한 증거는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당초 예상과는 달리 공정위는 정유사들이 실제 가격조정과정에서 담합을 시도했는지 여부 등을 추정 판단할 수 있는 근거인 경제분석조사 등은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유사들의 석유 유통가격이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공장도 기준 가격과는 별도로 현물시장에서 다양한 거래사업자의 조건 등에 따라 상이하게 적용되고 있어 경제분석조사를 통해서는 담합을 입증할 수 없다는 판단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공정위가 경제분석조사 등을 통해 추정담합을 이끌어 낼 경우의 부담도 감안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공정거래법에 근거된 추정담합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시비가 일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공정위는 정황 증거를 근거로 정유사의 담합판결을 내렸는데 이와 관련해 모든 정유업계는 승복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일단 ‘시장정상화’라는 표현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관련 표현이 언급된 내부 문서를 만들었던 정유사 관계자는 “정유사들간에 가격경쟁이 심각해 시장 정상화가 안되고 있다는 내용이 해당 문서의 핵심이었는데 ‘시장정상화’라는 단어에만 집착해 정유사들이 담합을 시도한 것으로 판단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산자부를 중심으로 운영됐던 유사석유 테스크포스팀의 운영과 관련해서 이 정유사가 작성한 내부 문서에서 ‘시장안정화’라는 표현이 언급되어 있는 것도 공정위가 문제삼고 있는데 지나친 확대 해석이라는 불만도 제기하고 있다.

2002년 세녹스라는 상품명으로 첨가제형 유사휘발유가 시장에 첫 진입한 이후 다양한 형태의 아류 유사휘발유가 잇따라 등장하면서 정유사와 주유소 등 석유사업자들이 심각한 판매량 감소의 어려움을 겪어 왔던 시점으로 ‘시장안정화’라는 표현은 사업자들간의 가격 담합을 시도하겠다는 의미가 아닌 유사석유 근절을 통한 판매량 정상화가 실제 의미였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서 당시 유사석유 테스크포스팀을 주도했던 한 산자부 관계자는 “당시의 모임은 세녹스로 대표되는 유사석유의 근절을 범 정부차원에서 주도하기 위해 유관되는 민간 기업들에게 협조를 요청해 구성된 모임이었을 뿐 가격 담합 등을 논의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유사석유 테스크포스팀의 성격과 관련해 공정위측 조사 담당자들에게도 분명한 성격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정유사 담합 행위의 근거로 제시한 자료가 이미 2004년에 확보한 문건이라는 점도 이번 담합 결정이 급조된 것이라는 반증으로 풀이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2004년 8월 정유사 현장 방문 등을 통해 다양한 영업 관련 문서 등을 확보했지만 뚜렷한 담합 혐의를 확인하지 못했고 이후 2006년 7월에 또 다시 정유사 본사와 일선 영업지사 등을 불시 방문하며 추가 자료를 확보했다.

하지만 이번 담합 판정의 근거가 되는 자료는 2004년 8월에 확보했던 자료들로 무려 4년여가 걸린 정유사 담합 판정의 결정적 단서가 최초의 조사 당시 확보한 자료에서 제시됐다는 것 자체가 궁색하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해 21일의 공정위 전원회의장에서는 일부 심의의원들 조차 공정위가 정유사를 담합으로 몰아 가는 것에 대해 문제를 지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정유사들은 공정위의 최종 심결서가 도착하는데로 대응방안을 확정하겠다고 밝혔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미 행정소송 등의 입장을 확정지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담합을 이유로 수백억원대의 과징금을 부과하면서도 정유사 직원중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떤 내용으로 가격 등을 합의했는지 구체화하지 않고 막연히 경질유 석유제품 전체에 대해 그것도 전국시장에 대한 도매공급가격을 합의했다고 판단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이의 신청할 계획이라고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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