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신문에서 올 한해를 정리하는 사자성어로 밀운불우(密雲不雨)를 선정했다.

구름은 가득한데 비는 내리지 않는다는 의미로 여건은 조성됐는데 실현되지 않는 답답한 상황을 뜻한다.

2006년의 에너지업계는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70불대를 넘어서는 ‘신 고유가’에 시달리며 밀운(密雲)의 기운으로 한 해 내내 답답함을 억누를 수 없었다.

하지만 정유사의 위기대처능력은 오히려 빛이 났다.

SK와 GS칼텍스, S-Oil 등 3곳의 정유사가 단일 정제시설로는 세계 10위권안에 들어설 만큼 규모의 경제가 탁월했고 고도화시설을 적절히 활용하면서 원유 수입량이 늘어나면 날수록 고부가가치의 석유수출이 늘어나며 무역수지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 왔다는 대목이 그렇다.

올해 석유수출액은 사상 첫 200억불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국가 전체 수출액인 3000억불의 7%에 가까운 비중이다.

시장 경쟁체제 도입을 목적으로 추진되어 왔던 LNG 직도입이 현재와 같은 공급자 중심의 시장에서는 독(毒)이 될 수 있다며 정부가 오는 2012년까지 가스공사로 도입창구를 일원화한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우세하다.

물론 경쟁체제 도입을 시도하는 과정이 미숙했고 그 결과 지난 국정감사에서 가스 도입비용 상승에 대처하지 못해 무려 17조원의 국부 손실을 초래했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가스산업은 어찌됐던 비는 맞았다.

일단 고유가와 공급자 중심시장에서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대충의 해법은 찾았다는 의미다.

에너지세제개편과 경유차 저공해화 사업 등의 영향으로 LPG 업계의 2006년은 그래도 따뜻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휘발유를 기준으로 경쟁연료인 경유와의 상대가격비가 내년 7월 목표치까지 상승하며 LPG의 상대적인 가격경쟁력이 돋보였던데다가 경유차 저공해화 사업으로 LPG 엔진으로 개조하는 신규 수요까지 보태어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든 행복했고 잘 된 것만은 아니다.

고유가로 석유업계는 한해 내내 폭리와 담합 의혹에 시달려야 했다.

최근에는 행복한 동행관계가 되야 하는 정유사와 주유소가 상표표시제도 폐지를 두고 으르렁거리고 있다.

LPG업계와 LNG업계는 도시가스 공급을 둘러싼 밥 그릇 싸움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도시가스 판매량 오차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것도 향후 해결해야 할 숙제다.

구름이 차면 비가 올 일이다.

내리는 비가 단비이건 그렇지 않건 구름이 끼면 그 줄기가 터지고 비가 내려야 즐겨도 즐기고 막아도 막을 일이다. 막히고 답답했던 일중 일부라도 그나마 해결의 줄기를 찾았다는 면에서 에너지업계의 2006년은 다행이었다고 기억하고 싶다.

다가오는 정해년 새로운 희망을 품기 위해서라도 좋았던 기억만을 간직하는 것이 생산적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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