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는 정부가 최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정부 출자기관이다.

납입자본금의 50% 이상을 정부가 보유한 정부 투자기관이었던 가스공사는 지난 1999년 기업공개에 앞서 정부출자기관으로 전환됐고 현재 정부 지분율은 26.86%에 해당된다.

주식시장에 상장됐다고 해서 가스공사의 공적인 기능마저 민간에 이양된 것은 아니다.

LNG의 직도입이 허용되기는 했지만 가스 도입이나 도매의 기능은 사실상 가스공사가 독점적인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천연가스의 안정적인 수급이 중요한 만큼 정부는 가스공사가 수행하는 대부분의 사업 결정에 때로는 공개적으로 또 때로는 보이지 않는 손을 이용해 영향을 미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정부가 가스공사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은 보유 주식의 지분율만큼에 해당되지만 공기업인 한전의 보유하고 있는 24.46%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정부는 50%가 넘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최근 서울고등법원은 ‘가스공사 주주총회에서 오강현 전 사장이 해임된 것이 정당하지 않다‘며 임기 만료 시점까지의 급여와 퇴직금 5억 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오강현 전 사장은 지난해 3월 스페인 출장 중에 열린 이사회에서 전격 사임됐다.

당시 이사회는 오강현 사장이 평일 골프를 즐겼고 가스산업 구조개편에 반대하는 노조의 집회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이유 등으로 전격 해임됐다.

당시 가스공사 이사회는 속기사조차 내보낸 체 비공개 토론으로 오강현 사장의 퇴임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는데 이를 두고 말들이 많았다.

가스공사의 고객인 발전사 사장단과 평일에 골프를 친 것을 정당화할 수는 없지만 전임 사장때부터 이어져 온 관행이었고 해임의 사유가 된 5조3교대 역시 지휘봉을 잡기 이전 경영층과 노조간에 합의된 사안으로 오강현씨에게 그 ‘죄’를 물을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당시 오강현씨가 해임된 진짜 이유는 장기 천연가스 도입계약이나 해외가스전 지분 수익 등과 관련해 산자부 장관과 갈등을 빚은 것 때문이라는 게 사실상 정설이다.

대주주인 정부측의 말을 듣지 않았기 때문에 짤린 셈이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유독 가스산업 구조개편의 정책 실패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가스산업 구조개편을 추진한다는 이유로 천연가스 장기도입계약이 미뤄졌고 고유가 상황에 대처하지 못하면서 천문학적인 비용을 추가 지불해야 했다.

해마다 가스 수급 불안이 야기됐고 그 해결방안을 스팟시장에 의존하면서 또 다시 엄청난 댓가를 치러야 했다.

가스산업구조개편의 변형판중 하나인 LNG의 직도입 허용은 천연가스시장이 공급자 중심으로 흘러 간다는 이유로 가스공사 중심의 도입 일원화로 회귀하고 있다.

그 어느 것 하나 가스공사의 대주주인 정부의 계획대로 진행된 것이 없고 오히려 혼란만 야기하고 있다.

경영의 본질이 리스크테이킹(Risk-taking)이라는 점은 국가나 기업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해당된다.

또 그에 대한 책임은 최고 수장이 지는 것이 원칙이다.

정부가 가스공사를 좌지우지한 배경에는 스스로가 리스크테이킹을 하겠다는 의미도 담겨 있었을것이 분명하다.

오강현 전 가스공사 사장은 대주주에 밉보인 이유로 그 자리에서 물러났고 자신의 원칙만을 무리하게 고수하던 정부는 ‘가스산업정책이 실패했다’는 냉정한 평가를 듣고 있고 스스로가 그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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