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가 그간 여러 차례 지적해온 유전개발펀드의 문제점이 이번 국정감사에서 집중적으로 부각됐다.

유전개발펀드는 시중의 풍부한 유동자금을 해외자원개발사업에 투자해 국가적인 에너지자급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매우 유용한 수단인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현재 정부가 추진중인 유전개발펀드는 당초의 기획의도와는 상관없는 선심성 펀드가 되고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가 없다.

문제의 핵심은 이렇다.

석유공사가 이미 대부분의 리스크를 떠안고 인수한 안정적인 생산광구를 유전개발펀드의 투자 대상으로 내놓는다는 것이다.

현재 거론되는 생산광구는 베트남 15-1광구와 페루 8광구다.

잘 알려진 것처럼 유전개발펀드는 오는 2013년까지 자주개발원유를 18%까지 확대하겠다는 정책적 목표 아래 이에 소요되는 16조원의 예산중 10% 정도를 시중에서 조달하겠다는 계획에서 출발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산자부는 하루 63500배럴의 원유와 가스가 안정적으로 생산되는 베트남 15-1 광구 등에 유전개발펀드를 투입하려 하고 있다.

산자부는 1호 펀드에 이어 2, 3호 펀드의 수익률이 떨어지거나 사업성이 악화돼 민간 자금이 유입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사모펀드를 운영할 계획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실이라면 굳이 유전개발펀드를 조성하고 운영해야 할 이유가 없어지게 된다.

석유공사가 해외유전개발자금을 신용차입할 때 부담하는 이자율은 연 5.5~6% 수준이다.

차입금리보다 큰 수익이 보장되는 안정적인 생산광구를 펀드의 투자 대상으로 내놓는 것은 오히려 석유공사가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투자할 수 있는 자금의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사모펀드를 조성하겠다는 계획 역시 전형적인 성과 위주의 정책이다.

경제성 판단에 보다 신중할 수 밖에 없는 민간의 유동자금이 유입되지 않는 사업에 공공기관의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혈세를 투자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그렇다면 정부의 에특자금 등에서 지원되는 현재의 투자방식과 무엇이 달라질 수 있겠는가?

시중에서 해외자원개발자금을 모집하겠다는 펀드의 상징적인 의미에만 너무 집착한 나머지 펀드에 많은 돈이 모이고 투자자들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해주는 긍정 일색의 성과물을 성급하게 그려 넣다보니 이런 저런 무리수를 두고 있는 형국이다.

취재 과정에서 만나는 산자부 관계자들은 아직 출범도 하지 않은 1호 펀드의 안정적인 수익성을 담보하는 솔깃한 정보를 제공하며 기자들에게 투자를 권하고 있다.

투자대상으로 석유공사의 안정적인 생산광구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사업인 유전개발사업에서 ‘로우 리스크 하이 리턴’이 보장된다면 투자자만의 잔치가 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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