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다고 피해가는 것은 최하선책이다.

보일러에 대한 소비효율등급에 대한 대처방안이 그렇다.

당초 에너지관리공단은 가정용 가스보일러를 소비효율등급 대상에 포함시키는 작업을 추진해왔다.

소비효율등급제도란 에너지 소비의 정도를 따져 고효율 제품을 장려하기 위한 제도로 소비자들에게는 중요한 제품 선택의 기준이 된다.

하지만 가정용 보일러는 소비효율등급의 대상에서 제외됐다.

일반보일러와 콘덴싱 보일러의 효율 등급 일원화를 놓고 제조업체들간의 이견이 봉합되지 않으면서 아예 소비효율등급 대상에 포함되는 것 자체를 백지화했다.

콘덴싱보일러가 일반 보일러에 비해 연료효율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

일반보일러는 연소과정에서 배출되는 열을 연통을 통해 날려 버리는데 콘덴싱보일러는 그 열을 뽑아내 다시 사용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가정용보일러에 대한 소비효율등급을 정하는 기준에서 일반보일러와 콘덴싱보일러를 통합한 평가를 매길 경우 제조업체들간의 유불 리가 발생할 수 있다는 대목이다.

콘덴싱보일러에 비해 열효율이 떨어지는 일반보일러는 같은 기준으로 소비효율을 따질 경우 평가가 뒤떨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논란은 제조업체들의 사정에 불과할 뿐이며 소비자들은 보다 정확한 소비효율 정보를 원하고 있다.

최저 소비효율이 몇 퍼센트를 넘느냐는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구매하기를 원하는 보일러가 최상의 효율을 가진 제품인지 아니면 효율 등급은 조금 낮지만 다른 메리트가 있는지 등에 대한 비교 평가를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보를 원한다는 의미다.

소비자들의 구매 성향은 천차만별이다.

설령 콘덴싱보일러와 일반보일러의 소비효율등급을 일원화시킨다고 해도 어떤 소비자들은 소비효율 1등급을 차지한 콘덴싱보일러를 선택할 것이고 또 다른 소비자들은 소비효율등급은 조금 떨어지더라도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일반형 보일러를 구매할 수 있다.

소비효율 등급을 이원화하더라도 콘덴싱보일러와 일반형 보일러의 차이 쯤은 구분할 수 있을 만큼 소비자들은 현명하다.

이번 가정용보일러의 소비효율등급에 대한 논란에서는 소비자의 선택권이 철저하게 배제되고 있다.

소비효율등급을 일원화하건 또는 이원화시키건 그것은 전적으로 정책결정권자나 해당 제조업체들이 선택해야 하는 문제이고 최소한의 원칙 즉 소비효율등급의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지켜져야 했다.

그런데도 소비효율등급에 포함시키는 것 자체를 백지화한 것은 명분도 없고 올바른 선택도 아니다.

복잡하게 얽인 문제를 풀어 내는 것이 곧 지혜이고 행정의 노련함이라는 것을 잊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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