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의 폭리를 파 헤치겠다는 시도가 도를 넘어 서고 있다.

한나라당 진수희의원은 지난해 정유사들이 공장도가격보다 리터당 55.7원이 낮은 가격으로 주유소에 석유제품을 공급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8년간 19조원의 폭리를 취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진수희 의원은 폭리 금액의 산정 근거로 정유사들이 발표하는 공장도가격과 주유소가 실제 공급받는 석유제품 간의 차액에 8년간의 물량에 합산해 그 액수 모두를 정유사와 주유소가 가져 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 석유업계의 이중 가격구조가 바람직하다고 할 수는 없다.

정제비용과 마진 등이 모두 녹아 있는 공장도가격은 정유사가 석유를 팔면서 반드시 받아야 하는 마지노 선과도 같은 의미를 같는다고 해석할 때 이보다 현저하게 낮은 가격에 석유를 공급하는 것은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석유협회는 정유사들이 발표하는 공장도가격은 도매 공급의 기준 가격이라고 밝히고 있다.

도매 공급가격이란 제조업체가 중간 유통상에게 넘기는 가격을 의미한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석유산업은 정유업계가 자신들의 입맛대로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정유사들의 생산물량중 30% 정도가 남아 돌 만큼의 전형적인 공급 과잉시장이다.

정유사들은 분명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는 지점의 가격을 산정해 도매 기준 가격으로 설정하고 있을 텐데 공급이 과잉되면서 가격이 내려가는 전형적인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적용되고 있는 셈이다.

자유시장 경쟁체제에서는 공급 과잉의 혜택은 결국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는 것이 당연하다.

정유사들은 자신들이 받고 싶어 하는 공급가격보다 훨씬 못미치는 수준에서 주유소에 기름을 공급하고 있고 주유소들은 제각각의 시장경쟁 과정에서 가격할인에 나서려고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정유사들이 제시한 경유의 세후 공장도가격은 1리터에 1045원을 기록했는데 이 기름을 공급받은 전남과 전북, 충북, 충남, 경북 지역 주유소들은 1050원대에 소비자에게 판매했다.

1만1000 여개 영업 주유소 중 40%에 달하는 4500 여개 주유소들은 정유사들이 제시한 공장도가격에 겨우 5원에서 많아야 10 여원의 마진을 붙여 기름을 판매하고 있으니 언뜻 보면 자선사업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 보면 정유사들의 공급과잉구조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석유가격을 인하하게 만들었고 이들 주유소는 기름 인하 폭 중 일부를 마진으로 향유하면서 소비자들에게도 환원하는 일종의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정유사들의 이중가격구조가 최소한 소비자들의 호주머니에서 추가로 비용을 지불하게 만들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진수희 의원의 보도자료를 인용한 주요 언론들의 기사에는 정유사를 비난하는 댓글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정유사를 자유시장경제를 해치는 악의 소굴 쯤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지난해 SK는 총 21조9146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중 72% 해당되는 15조7426억원이 석유사업부문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정작 영업이익은 4586억원으로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2.9%라는 초라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석유사업부문에는 한창 호황인 석유수출까지 포함되어 있으니 내수 시장의 경쟁여건이 얼마나 심각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3354억원의 매출을 올린 석유개발사업에서는 209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석유화학사업에서 4277억원, 윤활유 부문이 1015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재무제표상으로는 SK가 석유 내수시장에서 폭리를 취한 근거를 찾기가 힘들다.

오히려 석유개발부문 등에서 괄목할 만한 수익 구조를 창출한 것을 칭찬받아야 하는 SK는 국민들을 등쳐 한해 1조원이 넘는 이득을 취하는 부도덕한 기업으로 낙인찍히고 있다.

S-Oil은 생산 석유중 60% 가까이를 외국에 수출하고 있다.

국정감사를 즈음해 정유사의 폭리를 주장하는 다양한 논리들이 개발되고 여론의 적극적인 지지를 얻어 오는 것은 연례행사가 되고 있다.

순간 소비자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할 수는 있지만 정확한 근거가 동반되지 않으면 소비자들에게 거짓된 정보를 흘려 현혹시키는 꼴이 될 수 있다.

내달 11일부터 정기국회 국정감사가 열린다.

정유사나 주유소의 폭리를 밝혀 내겠다면 제발 신중하고 치밀한 근거를 제시해 이들 사업자들이 수긍하고 소비자가 그 혜택을 볼 수 있는 현명한 접근이 이뤄지기를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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