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미국, 인프라 비용 절감 위해 혼입 상용화‧표준에 노력
영국 천연가스 네트워크에 수소혼입율 20% 수준까지 허용
한국은 주배관 수송 압력 높아 유럽사례와 같은 적용은 무리

[지앤이타임즈 송승온 기자] 한국가스공사를 중심으로 국내에서도 천연가스 인프라를 활용한 수소 혼입 실증사업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직은 수소 혼입에 대한 실증사례가 부족하기에 기업과 정부가 공동연구를 통해 최적의 혼입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현재 정부가 지정한 시범도시들의 주요 수소 이송 인프라는 수소 배관이다. 천연가스 배관과 같이 수소전용 배관을 매설해 대량으로 이송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완주-전주는 3.7㎞, 안산은 8㎞, 울산은 10㎞의 수소 전용배관을 2022년까지 구축할 계획이다. 

하지만 수소 배관을 신규로 건설하게 되면 투자비용이 많이 발생하고, 전국망으로 인프라를 구축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때문에 기존 천연가스 배관을 활용하는 방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 독일, 이미 10% 혼입 허용…기술표준도 제정 

가스공사 경제경영연구소 ‘국제 수소 혼입 프로젝트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수소 혼입은 기존 타 연료 배관에 수소를 적정량 혼합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입은 타 연료를 운송하는 파이프라인을 전량 수소 전용으로 용도 전환하는 것을 뜻한다.

블루수소와 그린수소를 기존 천연가스 배관에 혼입하게 되면 천연가스 배관으로부터 발생하는 탄소배출 절대량도 감소할 수 있고, 기존에 천연가스 전용으로 설치한 배관을 재활용해 인프라 투자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영국, 네덜란드, 독일 등 이미 다양한 국가에서 상용화 및 표준, 규제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국제 표준이 마련돼 있지 않아 국가별, 용도별로 혼입 허용량이 제각각이나 점차 증가하는 수소 혼입 관련 실증 및 상용화 프로젝트들이 입증되면 배관 특성과 최종 수요처에 따른 국제표준이 마련될 것으로 전망된다.

프랑스 GRHYD 프로젝트는 2017년에 수행하기 시작해 수전해를 통해 생산된 수소를 200가구에 공급하는 목표를 설정했다. 처음에는 6%로 혼입량을 설정했다가 13%, 최종적으로 20% 혼입을 평가 중에 있다. 

이 프로젝트 관계자는 수소를 6% 혼입하는 경우 기존 배관의 용도 전환하는데 투자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또한 영국은 천연가스 네트워크에 0.1%까지만 혼입을 허용하고 있으나 2019년 수소 혼입율을 20%까지 승인을 받았다. 20% 중 현재까지는 15% 혼입을 시도해 기존 천연가스 배관에 별다른 물리적 변경 없이 공에 성공했다. 

만약 20% 수준의 수소가 혼입돼 전국에 보급되면 연간 약 600만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축할 수 있고, 이는 도로에서 250만대의 자동차를 없애는 효과와 같다.

독일은 유럽 내에서 혼입과 관련한 프로젝트들이 압도적으로 많이 수행되고 있다. 이미 10%까지 혼입을 허용하는 기술 표준이 제정돼 있다. 

유럽뿐만 아니라 북미에서도 혼입과 관련한 다양한 연구가 수행되고 있다. 미국 연료전지 연구센터(NFCRC ; National Fuel Cell Research Center)는 2014년에 67kW 전해조를 통해 생산된 수소를 천연가스 그리드에 주입하는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또한 미국 에너지부(DOE; Department of Energy)는 2020년 미국 수소 프로그램을 발표하며 30% 정도의 수소를 기존 천연가스관에 혼입하는 연구를 수행 중에 있다고 밝혔다.

그밖에 북미에서 활동 중인 캐나다 유틸리티 기업 ATCO는 앨버타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에 수소를 5% 혼입하는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 한국 배관 특성에 맞는 ‘혼입 프로젝트’가 수행돼야

수소를 생산하고 최종 수요처까지 공급하는데 있어 거리가 먼 경우에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운송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알려져 있다.

가스공사 임선후 연구원은 ‘만약 천연가스를 구성하는 메탄과 수소 간의 물리적 화학적인 차이가 큰 문제점을 발생하지 않는다면 새롭게 수소 배관을 설치하는 것보다 기존의 천연가스 배관에 혼입 혹은 전입하는 것이 경제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유럽 에너지 규제위원회인 ACER(European Union Agency for the Cooperation of Energy Regulators)은 기존 천연가스 배관의 용도를 수소 전용으로 전환하는 것이 신규로 배관을 건설하는 것보다 비용 측면에서 훨씬 저렴할 것이라고 밝혔다. 

‘The European hydrogen backbone’ 프로젝트에서는 천연가스 배관을 용도 전환하는 데 들어가는 자본 비용(Capital cost)이 새로 건설되는 수소 파이프라인 비용의 33% 수준 밖에 미치지 못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다만 수소는 메탄과 물리 화학적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혼입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점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기존 천연가스 수준의 에너지를 공급하려면 공급 압력을 높여야 하는데 압력이 증가하면 용접부 등의 수소 취성에 노출이 된다. 

취성은 저온 취성과 열화 취성으로 구분된다. 저온 취성은 액화 시 저온에서 나타나는 취성으로, 재질에 따라 인성감소가 발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열화 취성은 배관 재료에 용해돼 연성을 저하시키고, 인장응력 작용 시 갑작스런 파괴가 발생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압력이 증가함에 따라 가스 누출도 증가할 수 있고, 파이프라인 수명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울러 파이프라인 재질에 따라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도시가스 배관은 PLP(폴리에틸렌 피복강관) 배관과 PE(폴리에틸렌) 배관으로 이뤄져 있는데, PE 배관이 수소를 혼입하기에 적합하다. 

이러한 특성들로 인해 수소 혼입에 따른 배관의 열화뿐만 아니라 가스 누출, 수명 감소, 재질등 다방면에서 평가과정을 거쳐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

또 다른 문제점으로는 국가 간의 배관 압력 차이에 대한 문제가 있다. 유럽에서는 이미 혼입과 관련한 많은 실증사업들이 존재하지만 유럽의 가스 배관에 비해 한국은 주배관 수송 압력(약6.8Mpa)이 높아 유럽의 혼입 실증사례를 똑같이 적용할 수는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배관 특성에 맞는 혼입 실증 프로젝트가 수행돼야 한다.

가스공사 임선후 연구원은 ‘현재는 유럽과 북미를 중심으로 다양한 수소 혼입 프로젝트들이 진행되고 있지만 하지만 장기적인 혼입 결과가 부족하고, 특히 국내의 수소 혼입에 대한 실증사례가 부족하기 때문에 천연가스 배관을 운영하는 기업이나 정부부처는 공동 연구 등을 통해 최적의 혼입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노후화된 도시가스 배관교체 사업이나 혼입 사업 등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려는 기업에게 인센티브 등이 제공돼 자발적 참여가 가능하도록 정부 차원에서의 유도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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