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석유일반판매소협회 김규용 회장

[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 농협주유소는 농가 영농비 절감과 늘어나는 농기계 수요, 읍면 단위 유류 공급시설 확충, 민간 주유소의 공급가격 제동 등 농협주유소 갖기 운동을 시작할 때만 해도 우리는 모두 힘들고 영세한 농민들을 위한 농협의 생존 자구책의 일환일 것이라는 공감대가 있었다.

그렇게 탄생한 농협주유소가 현재 전국 600여 개소 직영점을 갖춘 괴물이 되어 사양화 되어가는 우리 업계의 고사를 매섭게 내몰고 있다.

마치 먹거리가 부족해 돌여온 외래종에 의해 생태계 다양성과 중간단계 먹이사슬을 파괴하고 종국엔 토종의 씨마저 말려버리는 생태계 교란종과 너무나 닮았다.

‘협회는 뭐하냐?’ ‘강 건너 불구경하냐?’며 정부 상대 궐기라도 하자며 연일 협회로 항의하는 목스리가 들려온다.

당연히 화가 나고 속상해 하는 말이라 생각하지만 강 건너엔 농협주우소가 있다면 이쪽 편 강 건너엔 알뜰주유소도 있다.

강 건너 불구경 거리가 이뿐만 아니다.

이들보다 더 무서운 괴물은 바로 우리 업계 내에도 너무나 많다.

찬바람 붙어오는 이맘때면 어김없이 시작되는 석유판매업자 간 가격경쟁은 TV 속 동물의 왕국에 단골로 등장하는 하이에나와 흡사하다.

먹고 먹히는 동물 세계의 약육강식은 오히려 양반이다.

지금 우리 업계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격싸움은 다 죽자 식의 물귀신 수준이다.

한정된 울타리 안에서 자고 깨면 줄어만 가는 먹잇감을 두고 지금 우리는 내일에 없을 오뉴월 저녁 하루살이 날갯짓처럼 그 행태가 점입가경이다.

얼마 전 우연한 기회에 한 농험주유소 소장을 만나 스탠드 게시가격에 대해 따지듯 얘기한 적이 있다. 

소장 말 대로 옮겨 보면 ‘지난해 까지만 해도 농가 판매가 다소 줄었지만 중소공단이 조성되고, 주유 차량이 많이 늘었고, 특작 농가 면세유 또한 늘어 월간 판매 목적 수량에 대해 단 한 번도 걱정해 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말 주유소 500m 앞 폐업한 휴게 식당 자리에 주유소가 들어서기에 월급쟁이 소장 입장에 소 닭 보듯 했다 한다.

그러나 올해 2월경 갑자기 일일 판매량이 줄어 확인해 보니 그 주유소가 농협주유소 스탠드 가격보다 모든 유종에 일정한 폭만큼 싼 가격으로 팔고 있어 그때 서야 말로만 들던 알뜰주유소 임을 알 수 있었다고 한다.

매출이 줄어드니 당연히 이사와 조합원 원성이 커지고 할 수 없이 쥐꼬리만 한 주유소 운영비 줄이고 주유원까지 줄여야 했다. 

문제는 ‘평생 고객인 줄 알았던 농업인이 줄어 지역 소멸 위기에다 영리단체인 농협이 농협협동조합법에 묶여 영업이익은 고사하고 그동안 농협주유소의 저가 판매정책으로 소비자들에게 연간 약 500억원 정도의 유류비 절감 효과를 이바지한 것에 대한 공익적 순기능은 무시하고 정부의 잘못된 알뜰주유소 정책에 의해 머지않아 문 닫는 농협주유소가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말이었다.

각설하고 회원사의 권익과 공정거래를 말로만 앞세우며 그야말로 강 건너 불구경하듯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저 또한 협회장이기에 앞서 한 드럼, 두 드럼 주문 전화에 일회일비 하는 별수 없는 일개 석유판매업자 중 한 사람일 뿐이다.

기름 장사 빼고는 배운 것 아는 것 없어 반백 머리 조아리고, 설마 하며 오늘도 전화기 앞을 참을성 있게 지키고 있다.

더불어 코로나 팬데믹으로 자고나면 들려오는 전국 소상공인들의 불행들을 확인하면서 저 봐라 이봐라 하며 남의 불행으로 나의 행복을 위로하기도 한다.

불행과 행복, 위기와 기회, 우리네 삶은 이렇듯 평면과 요철로 끝없이 이어진 반복의 연속이며 일상의 모든 범사가 새옹지마처럼 변화하는 요지경 세상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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