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자원개발 전문 인력의 공백현상이 생각보다 심각하다.

국회 김태년의원에 따르면 현재 활동중인 자원개발 전문 인력은 약 540명 수준인데 오는 2015년까지 3600명 수준의 신규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향후 10년 사이 현재의 6배가 넘는 전문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교육 시스템으로는 불가능하다.

자원개발 교육을 담당할 대학이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재 자원공학과가 운영중인 대학은 전국적으로 5개 대학으로 정원은 95명에 그치고 있다.

1980년대 전국 13개 대학에서 520명의 자원공학도를 배출하던 것과 비교하면 관련 학문이 사실상 사양화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는 않는다.

IMF 이후 해외자원개발사업이 크게 축소되면서 신규 인력 수요가 상실됐고 대학 구조조정과 이공계 선택 기피 현상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최근 ‘에너지시장, 산업 & 정책’이라는 제목의 에너지 종합 지침서를 발간한 염명천 전 서울산업대 교수는 저서에서 국내 기업의 해외자원개발 문제점중 하나는 직접적인 사업운영보다 단순 지분 참여에 치중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규모 해외자원개발 프로젝트를 확보하고 수행할 정보력이나 기술력, 재원조달 능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결론적으로 전문인력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우리나라에서 한해 동안 배출되는 자원공학도들이 모두 해외자원개발 전문 인력으로 진로를 선택한다고 해도 2015년에 필요로 하는 인력의 약 26%선에 그치게 된다.

우리보다 인력 수급 사정이 월등하게 나은 주요 선진국들의 사정도 낙관적이지만은 않아 보인다.

민간기업중 국내 최고의 자원개발기업인 SK에 따르면 전 세계 에너지자원개발인력의 50%가 40~50대로 10년내 절반이 은퇴하게 된다.

전문 인력의 고령화가 심각하게 진행 중이라는 의미다.

미국내 석유공학 전공자는 90년대 초에 비해 80% 이상 감소했다.

1990년대 대대적인 감원으로 고용안정에 대한 불안이 심하고 취업 선호도 등이 떨어지면서 신규 인력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해외 전문 인력을 스카우트하는 것에도 한계가 분명하다는 의미다.

정부는 에너지 자주개발비율을 획기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메이져급 개발회사를 설립하고 교통세중 일부를 에특회계로 확보하는 등의 다양한 방안을 모색중이다.

하지만 전문 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사상누각(沙上樓閣)이 될 수 있다.

상업성이 검증된 광구의 지분을 인수하는 형태의 초급적인 개발에 치중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태년의원과 지구시스템공학회가 공동 주최한 22일의 해외자원개발인력 양성 세미나에는 전국 각지의 자원공학 관련 대학의 학생들이 자리를 메웠다.

자원관련 학과 졸업자들이 그간 전공을 찾아 취업한 비율은 30% 미만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전공자들은 인력 수요가 없거나 아니면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서 비 전공 분야에 취업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자원개발 전공 학도들이 이번 세미나에 보여준 관심은 ‘전공을 찾아 전문성을 살리고 싶다’는 의사 표현이 분명했다.

정부가 해외자원개발의 필요성과 동기부여를 보다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전문 기업들의 출현이 늘어난다면 시장의 논리만으로도 자원공학 학문의 인기는 금세 회복될 수 있다.

거기에 자원개발 전문 대학이나 인력 풀 제도를 유지 관리할 수 있는 전담기관의 설립 등이 뒷받침된다면 전문 인력의 자립도가 크게 향상될 수 있다.

세계 최대 석유개발 전문 업체인 슐럼버저(Schlumberger)는 최근 우리나라에 진출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1927년 프랑스에서 설립된 슐럼버저는 전 세계 80개국에서 활동중이며 지난해에만 약 13조이 넘는 매출을 올린 업체로 유전 탐사와 개발, 생산 등의 전 공정을 대행해주고 있다.

자원개발을 남에게 맡겨 기술종속이 될 것이냐 아니면 기술의 자립을 이룰 것이냐의 선택은 양질의 전문 인력을 얼마나 풍부하게 확보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해외자원개발의 자립이 결국은 기술과 전문인력의 자립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이 새삼 중요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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