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 비중 줄어든 선진국 따라가다 에너지 안보 위협 당할 수도’
석유‧가스전 개발 통한 CCS 등 사업 다양화 통한 국내 기업 참여 유도 필요
자원개발 특성화 대학 지속…자원개발 인력 양성 통해 CCS‧수소 분야로 확대

[지앤이타임즈이슈인터뷰: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신현돈 교수]

인하대 신현돈 교수

우리나라 석유 소비는 세계 8위인데 원유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탈 화석, 탄소 중립에 몰입하는 사이 우리나라의 자원 개발율은 매년 낮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해외 자원개발 중단, 자원개발 전문 국영 기업인 석유공사의 자본잠식 방치, 해외 자원개발 투자 중단 등으로 우리나라 자원 개발 산업이 붕괴되고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자원개발 분야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향후 자원개발 산업의 전망 등을 알아보기 위해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신현돈 교수를 만나 인터뷰했다.

▲ 우리나라의 자원 개발율은 매년 낮아지고 있는데 그 원인과 해결방안은 무엇인지.

- 우리나라의 자원 개발률이 12% 정도로 계속 떨어지기만 하는데 그 얘기는 자원 소비가 반으로 줄어도 자원 개발률은 25%밖에 안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지금 당장 위기 상황이 아니다 보니 자원 안보의 위기 상황을 어느 정부도 나서서 타개하려는 생각은 없는 것 같다.

자원 개발이라는 것이 정치인들이나 정부에서 자랑거리 삼아 할 수 있으면 열심히 할 텐데 지금 투자한다고 해도 5년이나 10년 뒤에 성과가 나타나다 보니 임팩트 있게 국민들한테 어필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더욱 큰 문제는 과거 이명박 정부 때 옥석 구별 없이 외형만 키운 대형화 전략 때문에 과도한 투자의 결과물이 5년이나 10년 뒤인 지금 데미지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부분에 대해 국민들이 다 알고 있다 보니 국민을 설득하지 않고는 어떤 정책도 힘을 받기가 어려운 답답한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권에서 독립되지 않으면 해결이 쉽지 않다. 정부의 영향을 받지 않게 독립적으로 관리하고 공급과 수요를 걱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또 자원개발의 필요성을 국민들에게 어필하고 설득해야 하는데 이러한 점이 가장 어렵고 힘든 일이라고 생각된다.

▲ 해외자원개발 제한을 해결하기 위해 정권과의 독립이 필요하다 했는데 어떤 의미인지.

- 첫 단추를 잘못 꾄 것이 문제다. 이명박 정부 때 너무 대형화 전략에 매몰 돼 빚을 내서 사업을 한 게 문제였다.

석유공사의 자본금을 늘려 그 돈으로 사업을 하게 되면 유가가 떨어지더라도 안 팔고 갖고 있거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었는데 결과적으로는 80%를 차입해 개발 유전을 매입하다 보니 고유가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저유가에서는 차입 비용의 이자를 내는 것도 부담스러운 상황이 오게 된 것이다.

이전 정권의 잘못으로 막대한 피해가 다음 정권에 옮겨지다 보니 정부 차원에서 해외개발을 지속해야 한다는 말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OPEC 등 해외 전망기관들은 2040년 이후에도 석유는 주력 에너지원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유가 역시 배럴당 100불을 넘어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해외 자원개발이 중단된지 10년이 돼가고 있지만 일본이나 중국 등 해외 국가들은 지금도 열심히 해외 자원개발을 진행 중이다.

투자한 돈이 되돌아 오는 것은 5~10년 후인데, 지금 투자하지 않으면 향후 10년 후에는 말그대로 비싸도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만다.

자원개발에 있어 정권 독립이란 쉽지 않은 일이다. 자원 개발이란 결국 대통령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것으로 고유가를 대비해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공기업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해외 자원개발을 지속할 수 있도록 정권과는 분리된 독립적인 해외개발 사업이 진행되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석유 중심 에너지 소비 구조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고 고유가 위기와 에너지 안보 이슈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는데 이에 대한 대처방안은 무엇인지.

- 신재생에너지 위주로 에너지 전환이 이루어지는 트렌드는 맞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너무 성급하게 에너지 전환부터 진행하고 있다. 에너지전환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들은 석유가스 소비량이 정체되거나 감소하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러나 향후 에너지 상황은 저개발 국가의 인구 많은 나라들을 위주로 봐야 한다.

중국이나 인도가 대표적인데 이들 두 국가의 인구는 약 25억명으로 이 두나라의 에너지 믹스를 살펴보면 50~60% 이상이 석탄이다.

환경문제에 직면해 에너지 믹스를 새롭게 짠다고 해도 결국에는 석탄의 영역을 신재생에너지가 아닌 석유가스로 전환하는데 그칠 가능성이 높다.

세계 에너지 정책이 신재생에너지로 간다고 해도 전 세계 인구 중의 40%는 여전히 화석연료를 계속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개발도상국의 에너지 소비는 당연히 늘어날 것이고 그 중심에 석유가스의 소비구조는 상당기간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가 선진국을 따라서 에너지 계획을 세우는 것은 에너지 안보 위험에 노출될 수가 있다.

우리의 에너지 산업구조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잘 파악해야 하는데 에너지원 확보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무턱대고 해외 선진국만 따라가다 에너지 안보가 무너질 수도 있다.

수소를 예로 들면 정유공장이나 제철소 등에서 부생수소를 추출되거나 LNG를 분해하는 방식으로 생산되는데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며 가격도 높다.

하지만 해외 가스전을 개발해 현장에서 천연가스를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가스전에 다시 저장하게 된다면 지금보다 훨씬 저렴한 수소를 가져올 수 있다.

전통 자원이나 신재생에너지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는 자원 개발 투자를 확대하는 일부 국가들에 의해 자원 안보가 크게 위협받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해외 자원개발에 대한 지원은 공기업이나 민간 기업 할 것 없이 더욱 확대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 과거 정부 주도로 추진됐던 자원개발특성화대학이 중단된 후 올해 다시 부활했는데 어떻게 해석할 수 있겠는지.

- 정부는 지난 2009년부터 자원개발 특성화 대학을 도입해 자원개발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시작했다. 당시 10개 대학을 지정해 한 대학 당 8~9억원씩 지원해 자원개발 인력양성에 나서게 됐다. 이렇게 5년이 지난 후 2014년부터는 2단계 사업으로 특성화 대학에서 대학원 중심으로 바뀌어 지원됐다. 하지만 3년 전인 지난 2019년 자원개발 인력양성 사업은 중단됐다. 석유공사의 해외 자원개발 투자가 중단되면서 자원개발 전문인력 채용이 멈췄고 민간 기업들 역시 자원개발 사업을 멈추면서 자원개발 인력 양성 사업을 지속할 이유가 줄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업부 주관 테스크포스에서 자원개발 인력 양성의 필요성을 주장해 내년 초부터는 과제별 특성화 대학을 선정하고 과제별로 지원이 될 예정이다.

문제는 학생들의 취업 기회가 기업들의 자원개발 투자 축소로 줄고 있다는 점인데 최근 추세가 자원개발과 가스개발을 비롯해 신재생에너지 쪽으로도 이어지고 있어 학교에서도 커리큘럼에 변화를 주며 다양한 분야를 교육시키고 있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 더욱이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수소에너지를 비롯해 리튬이나 코발트 등 다양한 광물자원의 필요성이 높아져 더욱 부각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정부의 지원을 통해 자원개발 특성화 대학이 살아나 인력양성을 지속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역할은 석유가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재생에너지나 CCS, 수소 관련 인력 양성 역할도 할 수 있게 돼 긍정적인 면이 있을 수 있다.

대학들이 AI나 빅데이터, 딥러닝과 같은 최근 IT 기술을 활용한 엔지니어링 분야 인재 육성에 나서고 있어 과거와는 달리 더욱 다양한 분야로도 진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자원개발 인력양성을 통해 에너지 분야와 엔지니어링, 환경 분야까지 인재를 양성하는 장점이 충분한 사업이라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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