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 쉽고 가격 저렴, 주유소서 직접 혼합

조달 쉽고 가격 저렴, 주유소서 직접 혼합
- 고점도로 분사장치에 치명적, 용제 병행 사용 -

바이오디젤 혼합유인 BD20의 주유소 유통이 금지된 7월 이후 처음으로 바이오디젤이 혼합된 유사 경유가 적발됐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바이오디젤 원료인 대두유를 섞은 경유다.

그간 바이오디젤 판매 지정을 받지 않은 일부 주유소에서 경유에 면세인 바이오디젤을 혼합 판매하다 적발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원료를 경유에 혼합해 판매한 사례는 처음이다.

경기도 양주시청에 따르면 A주유소에서 적발된 유사경유에는 대두유와 용제가 50% 이상 혼합된 것으로 조사됐다.

양주시 산업경제과 담당자는 “유사경유 판매로 적발된 해당 주유소 대표가 모 대리점에서 대두유와 용제를 공급받았다고 밝혔다”고 말해 주유소에서 직접 일종의 유사석유 제조행위가 이뤄졌음을 시사했다.

인천 서구에서 적발된 B 주유소 역시 10% 이상의 대두유와 용제를 경유에 섞어 판매하다 적발됐다.

인천 서구 에너지관리팀 관계자에 따르면 “석유품질관리원의 시료 채취 결과 B주유소에서 판매한 경유에 대두유와 용제가 각각 5%씩 혼합된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행정처분에 앞서 주유소에 청문의 기회를 주었지만 응하지 않고 있다”고 말해 주유소에서 의도적으로 경유에 대두유를 혼합한 것을 인정했음을 시사했다.

이처럼 대두유가 섞인 유사경유의 품질은 조악하고 자동차에 치명적일 수 있다.

경유에 대두유가 혼합될 경우 가장 큰 부작용은 점도다.

대두유의 점도에 대해 국내에서 구체적으로 실험한 데이터는 없지만 문헌상으로는 약 28㎜²/s 수준의 고점도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경유의 법정 품질기준상 허용되는 점도가 1.9~5.5㎜²/s인 점을 감안하면 대두유의 점도는 이보다 최소 5배 이상 끈적임이 높다.

찌꺼기 연료인 폐식용유의 점도는 더 열악하다.

자동차 연료로 사용될 경우 연료분사장치 등을 비롯한 각종 부품이 막히는 등 치명적인 결함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의미다.

이들 주유소 사업자들은 대두유의 점도가 높은 점을 감안해 점도가 낮은 일반 용제를 혼합하는 치밀함도 보였지만 자동차의 성능이나 환경에는 더욱 유해하고 폭발성이 높아 부작용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면세 혜택 악용, 유사경유 원료 전용 크게 늘 듯 = 바이오디젤이나 그 원료인 대두유 등이 경유에 불법 혼합돼 유통되는 가장 큰 이유는 원가경쟁력 때문이다.

바이오디젤은 면세혜택을, 그 원료인 대두유나 팜유는 석유 관련 세금이 부과되지 않으면서 경유에 비해 리터당 500원에서 많게는 700원대까지 싸게 구매할 수 있어 유사경유 제조시 부당 이득의 규모가 그 만큼 크다.

실제로 바이오디젤 혼합유인 BD20의 주유소 유통이 허용됐던 지난해의 품질부적합사례는 일반 석유제품에 비해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총 64개 주유소에서 119건의 바이오디젤 혼합유 품질검사를 실시했는데 이중 불합격처리된 것은 33개 업소에서 53건에 달했다.

불합격율은 업소 기준으로는 51.6%, 검사 건수로는 44.5%로 바이오디젤 혼합유를 취급한 주유소중 절반 가량이 품질기준을 준수하지 않은 불량 제품을 판매한 셈이다.

물론 주유소에서 직접 브랜딩을 하면서 실수로 혼합비율을 준수하지 못한 경우도 적지 않겠지만 이보다는 경유보다 구입가격이 저렴한 바이오디젤의 혼합비율을 의도적으로 높이는 사례가 더 많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품질단속기관에 따르면 바이오디젤을 20% 혼합해야 하는 BD20의 품질기준을 어기고 최고 40% 이상까지 섞어 판매하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적발됐다.

올해 들어 BD20의 주유소 브랜딩이 금지됐고 7월 이후부터는 BD20의 주유소 판매도 차단되면서 바이오디젤 원료유를 이용한 유사경유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산자부는 바이오디젤의 제조나 유통이 법으로 관리를 받으면서 그 원료인 대두유 등이 유사 경유의 원료로 악용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석유산업팀 관계자는 “현재 산자부에 등록된 바이오디젤 생산사는 9개사로 제품의 유통구조가 단순하고 주유소 등에 직접 공급하면 처벌을 받을 수 있어 관리가 잘 되고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바이오디젤 원액이 부정 유통돼 주유소에 흘러 들어갈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또 “바이오디젤의 원료인 대두유는 석유대체연료사업법상의 관리 대상이 아니고 현금결제 조건으로 수입업체나 유통업체들로부터 구하는 것은 쉽다”고 말해 주유소사업자들이 관리가 소홀한 대두유를 유사 경유의 원료로 선호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실제로 최근 경유에 대두유를 혼합, 판매하다 적발된 경기도 양주의 한 주유소도 석유대리점으로 등록된 모 업체로부터 원료를 공급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산자부는 바이오디젤 원액이나 반제품을 수입하고 주유소에 영업하는 사례가 최근 들어 증가하는 추세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바이오디젤 혼합비율에 대한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바이오디젤의 원료인 대두유나 팜유는 수급조정명령 등에 근거해 유통과정의 추적이 가능한 용제와는 달리 수입 이후의 흐름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가 쉽지 않아 단속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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