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디젤의 원료가 되는 대두유를 혼합한 유사 경유가 국내 처음으로 적발됐다.

식용유를 경유에 혼합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고점도인 대두유는 끈적한 정도가 일반 경유의 5배 수준에 달해 연료로 사용되면 연료분사장치 같은 부품의 고장을 즉각 유발하게 된다.

즉 연료로서 사용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용감한 일부 주유소 사업자들은 대두유를 경유에 혼합해 판매했다.

우스운 대목은 대두유의 고점도를 감안해 용제를 같이 혼합했다는 점이다.

용제가 혼합돼 끈적임의 정도가 낮아 지면 운전자들이 연료품질의 문제를 즉각적으로 눈치채지 못하고 단속의 손길을 피하기도 쉽겠다는 생각 때문이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대두유, 손쉽게 조달 = 많고 많은 유사 경유의 원료를 놔두고 굳이 대두유를 사용한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가 유통과정을 추적하는 용제와는 달리 대두유는 사고 파는데 특별한 관심을 받지 않는 것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또 용제 같은 전형적인 유사석유의 원료를 사용하는 것보다는 환경친화적인 것으로 알려진 바이오디젤의 원료를 혼합하는 것이 품질단속에 덜 노출될 것으로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착각일 뿐이다.

법에서 혼합이 허용된 바이오디젤이라도 경유에 5% 이상 섞이면 법정 품질기준 위반으로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물론 바이오디젤의 혼합비율이 5%만 넘지 않으면 품질기준 위반으로 처벌받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경우 더 큰 낭패를 당할 수 있다.

주유소 사업자들이 인위적으로 경유에 바이오디젤을 혼합하는 것 그 자체가 일종의 불법 제조행위에 해당돼 더 큰 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유사가 일괄적으로 0.5%의 바이오디젤을 혼합해 공급한 경유에 주유소 사업자들이 임의대로 법정 최대 한도인 5%까지 바이오디젤을 섞는 행위는 그래서 더 위험하다.

더구나 바이오디젤도 아닌 그 원료를 혼합하는 것은 더 어리석다.

대두유의 등의 혼합 사실은 품질단속과정에서 더 쉽게 파악될 수 있기 때문이다.

# 길거리 판매, 막을 방법 있나? = 더 우려되는 대목은 따로 있다.

바이오디젤이나 그 원료가 혼합된 유사경유가 주유소를 벗어나 길거리로 나서는 경우다.

그간 정부는 바이오디젤이 환경친화적이고 석유를 대체하는 훌륭한 대안 연료라는 정책적 홍보에 얼마나 열성적이었는가?

그 바이오디젤을 혼합한 유사경유가 길거리에서 판매된다면 세녹스 사태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파장을 불러 올 수 있다.

석유 관련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 점을 악용해 부정하게 자동차 연료용으로 제조되고 판매해 조세 정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세녹스나 바이오디젤 혼합유 모두 정당성을 찾을 수 없다.

이들 연료 모두 자동차 부품을 부식시키는 등의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면에서 위험성의 정도도 비슷하다.

다만 세녹스와 차별화된 바이오디젤의 환경친화적인 기능만으로도 소비자들은 유사경유를 사용하는데 대한 스스로의 정당성 부여에 인색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그 만큼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세녹스보다 높을 수 있다는 의미다.

바이오디젤은 물론 그 원료인 대두유나 팜유는 시중에서 얼마든지 손쉽게 구할 수 있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왠만한 주유소는 바이오디젤이나 그 원료를 구매하라고 권유하는 유통상들의 명함 한 두 개 정도는 갖고 있을 정도다.

유사석유 원료로 수급조정명령에 근거한 관리의 대상이 되는 용제나 톨루엔, 메탄올 등을 구하는 것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만큼 쉽다.

미국에서는 바이오디젤을 직접 만들어 연료로 사용하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는 AP통신의 보도가 아니더라도 바이오디젤이나 그 혼합유를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세녹스를 비롯한 첨가제형 유사석유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판결이 확정됐고 석유사업법을 전면 개정하며 단속과 처벌의 근거를 강화했는데도 좀 처럼 근절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 바로 길거리형 유사석유다.

마찬가지로 대두유나 바이오디젤이 혼합된 유사 경유가 언제 길거리를 장악할 지 모를 일이다.

대두유 등이 혼합된 유사경유가 제2의 세녹스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 기우가 아니다.

정부가 앞서 고민하고 근절방안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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