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탄소중립 3안 가동하면 내연기관차 퇴출, 신중한 접근 필요

車 산업 중국에 좌우, 완성차 업계에 큰 부담·소비자 선택권도 제한

탄소감축 강도 낮은 시나리오도 정부 전폭 지원 없으면 달성 불가능

‘LCA 감안시 전기차가 온실가스 더 배출’ 독일 연구소 검증 결과도 언급

‘세계 석탄 발전 증가’ IEA 전망 근거로 전기차 보급해도 환경개선 한계 지적

[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

자동차산업협회는 전기차만 친환경차이고 내연기관차는 공해차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정부 건의문에 언급했다. 사진은 전기차 충전 장면(특정 기사와 무관함)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현대차, 기아차, 한국지엠, 르노삼성, 쌍용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모인 사업자단체이다.

이 협회는 정부가 설정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의 시나리오로 언급된 2050년 넷 제로(net-zero) 즉 탄소배출량 제로 방안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정부측에 건의했다.

그 과정에서 그린모빌리티 대표 주자인 전기차만 친환경차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고 온실가스 발생이 내연기관차 보다 더 높을 수 있다는 해외 연구 결과까지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는 지난 달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을 통해 ▲ 기존의 체계와 구조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기술발전 및 원・연료의 전환을 고려한 1안 ▴1안에 화석연료를 줄이고 생활양식 변화를 통해 온실가스를 추가로 감축한 2안 ▴화석연료를 과감히 줄이고 수소공급을 전량 그린수소로 전환해 획기적으로 감축하는 3안 등 총 세 가지 안을 발표했다.

1안은 2050년 기준 온실가스 순배출량이 2540만톤, 2안은 1870만톤, 3안은 제로(0)로 설정되어 있다.

[자료 출처 :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중]

각 시나리오의 온실가스 순 배출량 차이는 석탄발전 유무, 전기수소차비율, 건물 에너지 관리, CCUS 및 흡수원 확보량 등 핵심 감축수단을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이중 수송 부분은 시나리오 1·2안을 따를 경우 2050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2018년 대비 88.6%가 줄어들고 3안은 97.1%가 감축된다.

1・2안과 3안의 차이는 전기・수소차 보급 차이 때문으로 1・2안은 전기・수소차를 76% 보급, 3안은 97%까지 확대・보급하는 것을 가정했는데 자동차산업협회는 위원회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탄소중립 설정 목표의 수정을 요청했다.

[자료 출처 :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중]

◇ 국내 완성차 업계 그동안도 치열한 온실가스 감축 노력

협회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업계는 지난 16년간 자동차 평균 온실가스 배출량을 30% 저감했고 2025년까지 친환경차 개발에 89조원 이상을 투자하는 등 자동차 CO₂ 배출 저감을 위해 노력중이다.

특히 2003~2019년 기준 연평균 2.2%에 달하는 CO₂를 감축하며 승용차 한 대당 평균 배출량 59.1g/km를 저감시켰다.

친환경차 모델 수도 2012년 6종에 불과했던 것이 올해 6월 기준 17종으로 늘었다.

완성차 업체들은 그린모빌리티 개발과 보급 확대에 천문학적 추가 투자도 계획하고 있다. 

현대차는 2025년까지 친환경차 개발에 60조원을 투자하고 친환경차 모델 23종 이상을 출시하며 2040년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 8~10% 달성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기아차는 2026년까지 전기차 11종 풀라인업을 구축하기로 했고 한국지엠은 모기업 GM이 2035년 내연기관 생산 중단을 선언했다.

르노삼성은 모기업 르노가 2022년까지 전기차 라인업 12개 추가 투입 계획을 밝혔고 쌍용차도 올해 하반기 E100 전기 SUV 출시를 앞두고 있는 등 그린모빌리티 확대 보급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완성차 업체의 친환경차 보급 확대 노력에 더해 정부의 지원이 더해지면서 2020년 국내 전기차 판매비중은 1.9%로 중국 다음으로 높았고 수소전기차는 미국과 일본을 제치고 우리나라가 가장 높은 보급대수와 판매증가을 기록중이다.

◇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시 탄소저감 기술 활용 유연성 떨어져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세계 주요 국들을 제치고 그린모빌리티 개발과 보급에 앞장서고 있지만 위원회가 제시한 수송 부문 탄소 중립 시나리오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이 자동차산업협회의 공식 의견이다.

협회에 따르면 2050년 수송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을 97% 저감시켜야 하는 시나리오 3안를 실현하려면 내연기관차가 조기 퇴출돼야 한다.

2050년까지 전기동력차로 97%를 보급해야 하기 때문인데 국내 자동차 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협회는 우려하고 있다.

[자료 출처 :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중]

협회에 따르면 내연기관차 퇴출의 경우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 기반인 내연기관차의 친환경화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한편 우리 자동차 산업이 중국에 의해 좌우될 우려가 있다.

내연기관차 판매금지는 자동차 제작사들의 다양한 탄소저감 기술 활용의 유연성을 떨어뜨리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부작용도 초래한다는 의견이다.

국내 자동차 부품·소재 산업구조가 내연기관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 상황에서 전기동력차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현재의 내연기관차가 존속해 일정기간 캐시 카우(Cash-Cow)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자동차 수출중 내연기관차 비중이 90%에 달하고 특히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지역의 경우 향후에도 내연기관차 수요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다양한 동력원의 생산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 ‘내연기관차는 공해차’ 고정 관념 벗어나야

자동차산업협회는 ‘전주기(LCA, Life Cycle Assessment)' 관점에서 향후 어떤 기술이 탄소중립을 달성할지 예측이 불가해 전기차 만이 ‘친환경차’이고 ‘내연기관차’는 ‘공해차’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기술 중립성, 개방성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LCA는 자동차에 투입되는 연료의 생산 단계부터 공급, 자동차 생산, 공급, 주행·폐기, 재활용까지를 모두 과정을 고려해 환경친화성을 판단하는 기준이다.

자동차산업협회는 LCA를 감안할 때 발전 방법에 따라 전기차의 CO₂발생량이 내연기관차 대비 오히려 높다는 독일 경제연구소의 2019년 4월 검증 결과도 소개했다.

독일 경제연구소는 테슬라 모델3을 기준으로 독일 전원구조를 감안한 LCA를 분석했는데 1KM 주행시 156~181g의 온실가스를 배출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경유차 모델인 벤츠 C220d은 이보다 낮은 141g에 그쳤다.

독일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40.4%에 달할 만큼 친환경 전원으로 구성되어 있는데도 LCA 기준 전기차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경유차 보다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연구 결과가 도출된 바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의 김재경 박사는 2018년 ‘자동차의 전력화 확산에 대비한 수송용 에너지 가격 및 세제 개편 방향 연구’를 수행했는데 정부가 미세먼지 감축을 이유로 보급을 지원중인 전기차가 LCA 관점에서 상당한 온실가스 배출을 야기해 ‘제1종 저공해자동차’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결과가 제시됐다.

연료 산지에서 바퀴까지를 의미하는 ‘Well-to-Wheel’을 적용할 때 동일한 1km를 주행할 경우 전기차에서도 휘발유차 온실가스의 53%, 미세먼지는 92.7%를 배출하는 것으로 분석된 것.

에너지경제연구원 김재경 박사의 분석 결과.

자동차산업협회는 전기차 핵심인 배터리와 희토류 원재료 등 소재 관련 중국 의존도가 높은 상황 까지 언급하며 자동차 동력원의 포트폴리오를 오히려 다양화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배터리의 경우 중국이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흑연 등 전 세계 원재료 생산의 23%, 원재료 정제·배터리 사용 물질 생산량의 80%를 차지하고 있고 우리나라는 희토류의 경우 원재료의 50%, 소재·부품의 86%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을 정도이다.

이와 관련해 자동차산업협회는 위원회가 제시한 수송부문 탄소중립 시나리오 중 온실가스 저감이 가장 강력한 3안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고 이보다 감축 목표가 낮은 1~2안 역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없이는 달성 불가능한 매우 도전적인 목표라고 평가했다.

건의문에서 자동차산업협회는 ‘전기동력차 보급은 탈원전정책에 따른 장기적인 전력수급계획, 전력가격 등과 연계해 종합적인 검토와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전제하며 ‘전세계적으로 2040년까지 석탄발전량이 증가하는 것으로 예측돼 전기차 보급으로 인한 환경개선에 한계가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IEA는 중국, 신흥국 등의 전력 수요 증가로 2040년까지 석탄 발전량은 감소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는데 이 경우 전기차 구동 과정에서는 온실가스가 배출되지 않지만 에너지원인 전기 생산 과정에서는 오히려 더 많은 배출이 야기될 수 있다는 점에서 환경 오염 개연성이 높은 ‘발전’은 외면한 체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전기차’만 겨냥해 확대 보급을 추진하고 탄소 중립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옳은 방향인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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