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한 해 40억불 넘던 민간 투자, 정부 융자 지원도 시큰둥

해외자원개발특별융자 시행 이후 매년 예산 남아, 불용액 비중 커져

석유공사를 비롯한 국내 컨소시엄이 참여해 탐사 개발에 성공한 UAE 할리바 유전.

[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석유공사는 해외 메이저들의 수많은 시도에도 유전 발견에 실패하며 손을 들었던 우리나라 대륙붕에서 동해가스전 발굴에 성공했고 베트남, UAE 등의 해외 광구 탐사와 개발을 주도하며 세계적으로 능력을 인정받던 자원개발 전문기업이다.

그런데 해외 자원 개발 참여에 손발이 묶이고 있다.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 우리나라 석유ㆍ가스 개발 기업의 투자 규모는 사상 최대인 118억불에 달하고 이중 민간 기업이 40억불을 투자할 것으로 분석될 만큼 호황을 이뤘다.

하지만 현재는 정부가 편성한 자원개발 융자자금이 남아 돌고 있다.

해외 자원 개발에 대한 공공 참여가 제한되고 정부의 각종 지원이 사라지면서 민간 영역 참여도 크게 위축되는 부작용이 커지자 현 정부 들어 일부 유인 수단을 내놓고 있지만 실제 참여 확대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공기업의 신규 사업 참여를 사실상 금지했던 조치는 지난 해 확정된 자원개발 기본계획을 통해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다만 진입 장벽이 있는 중동이나 러시아,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등 리스크가 높은 지역에 대한 신규 개발 사업 참여와 성공 확률이 낮아 민간 기업은 외면하는 탐사 사업에 제한적으로 접근을 허용되고 있다.

이후 석유공사는 세네갈 UDO 탐사 사업에 20%, 카작 10 광구 조사권에 80% 지분을 확보했다.

하지만 이들 사업은 국제적으로 인기가 없고 입찰 경쟁이 치열하지 않아 프리미엄을 지불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석유공사가 참여할 수 있었다는 평가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단행된 해외 자원 투자의 부실이 커지면서 현재도 막대한 부채를 떠안고 있고 자본 잠식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제한된 예산 범위안에서 소규모 투자만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문제는 자원 확보 가능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점이다.

글로벌 메이저들이 눈여겨 보지 않는 비인기 개발 사업에 참여해 성공하면 대박을 낼 수 있지만 그만큼 자원 개발 확률이 낮다는 점에서 자원 안보 확보의 취지에서는 벗어나기 때문이다.

◇ 정부 융자, 지난 해에는 9월 까지 한 건도 집행 안돼

성공 확률이 낮은 탐사 사업에 대한 기업들의 참여 유인을 높이기 위해 1982년 도입됐던 성공불융자제도는 2016년 폐지됐고 2017년에 해외자원개발특별융자 제도가 신설돼 현재까지 운용중이다.

하지만 기업들의 호응은 높지 않다.

성공불 융자제도는 해외개발사업비의 80%까지 지원하고 탐사 실패시 융자액을 전액 감면해줬는데 해외자원개발특별융자는 사업비 중 최대 30%까지 융자해주고 사업 실패시 융자 감면 비율도 70%로 낮췄다.

탐사 사업이 성공하면 원리금에 더해 특별부담금까지 부담하고 일반융자는 사업 실패 유무와 관계없이 원리금을 전액 회수하도록 조건을 강화했다.

그 결과 성공불 융자에 비해 해외자원개발특별융자 예산이 크게 줄었는데도 불구하고 실제 집행 비율은 매우 낮다.

제도가 첫 도입된 2017년에는 1000억원의 해외자원개발 특별융자 예산을 편성했는데 이중 33.7%에 불과한 336억원만 집행됐다.

이후 융자 예산은 매년 줄고 있는데 집행율은 여전히 조저해 2018년 71.5%, 2019년 22.9%에 그쳤다.

그만큼 기업들의 참여가 줄고 있는 것.

지난 해에는 369억원이 책정됐는데 9월 말 까지 한 건도 집행되지 않았다.

정부가 해외자원개발 특별융자 예산을 매년 확보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불용처리되고 있는 것.

◇ 융자제도 개선 방안 내놓았지만 여전히 ’검토중‘

올해 융자 예산은 지난 해 보다 더 감소해 5.4%가 줄어든 349억원이 편성되는데 그쳤다.

해외자원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라며 정부가 특별융자 예산을 편성 지원하고 있지만 기업들이 외면하면서 불용액이 늘어나자 정부는 매년 예산을 줄이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국회 산업위 전문위원실은 ’현장에서는 정부가 자원개발 사업에 소요되는 투자비에 대한 융자 지원 비율을 줄인데다 사업 실패시 감면 비율은 낮추고 성공시 부담을 높이는 조치로 민간 기업들이 투자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융자 지원과 감면비율을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부 역시 이같은 문제점을 감안해 지난 해 확정한 자원개발기본계획에 정부 특별 융자 제도 개선 방안을 담았다.

민간 투자 유인을 위해 현재 사업비의 30%인 자원개발특별융자 지원 비율과 정부 융자액 감면 비율을 상향하고 민간 사업으로 한정되어 있던 특별융자 지원 대상을 민간과 공기업이 동반 진출하는 경우도 허용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

다만 ’검토‘하겠다는 꼬리표를 달았고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자원 안보와 관련한 투자 활성화를 위해 조세 특례가 필요한지 여부도 ’검토‘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신현돈 교수는 이전 정부(이명박 정부)의 정책 실패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자원개발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현돈 교수는 “정권 차원에서 자원개발 양적 확대를 강조하면서 무리하게 차입해 해외 생산 광구를 매입했는데 저유가로 석유나 광물 가격이 떨어지면서 부채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고 부실이 심해지며 광물자원공사는 없어지고 석유공사는 자본잠식에 처하게 됐는데 남의 일인 것처럼 되버린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신 교수는 또 “이전 정부의 정책 실패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잘한 점과 잘못한 점을 평가해 버리고 취하는 유연성을 가져야 했는데 그런 기회를 상실했고 자원개발과 관련해 공무원들이 나서지 않으려 하는 분위기가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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