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두바이유가가 배럴당 72.16불을 기록하며 또 다시 사상 최고 수준을 돌파했다.

지난달 13일 사상 첫 70불대에 진입한 이후 소폭의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국제유가는 틈만 나면 신기록으로 갈아 치워지고 있다.

2001년 평균 22.84불에 비해 5년만에 3배가 넘게 오르는 과정에서 줄기차게 신고가를 형성해왔으니 유가에 대한 민감도가 둔해 졌을 법도 하다.

하지만 대한상의가 지난달 실시한 ‘기업현장실태조사’의 결과에서 기업들은 환율하락과 고원자재가격과 함께 고유가를 3가지 대외 불안요인으로 꼽았다.

유가와 관련해 조사기업중 67.4%는 기름값 상승은 경영여건 악화에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유가가 오르더라도 생산 제품의 가격에 반영시킨다면 다른 문제겠지만 대다수의 기업들은 분명한 한계를 드러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가 상승분을 제품의 가격에 즉각 반영하는 기업은 응답기업의 12.5%에 불과했다.

반면 아예 반영하지 못한다고 대답한 기업은 39.5%, 유가 상승 이후 1년 이내에 반영한다는 대답도 13.8%를 기록했다.

유가 상승이 반영할 경우 제품 원가가 올라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을 우려한 것이 분명하다.

대한상의는 유가에 대한 기업들의 민감도를 조사한 결과에서 ‘유가상승에 따른 원가요인이 약 8%가 발생했는데 실제 제품가격 반영비율은 2%에 불과했다’고 끝맺었다.

원가 상승요인중 6%는 결국 해당기업이 떠 안고 있는 셈이다.

정세균장관은 7일 대한상의에서 실물경제 활성화를 위한 민관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기업의 애로를 해결 할 수 있는 고유가 대응방안 등을 발표했다.

크게 3가지로 하나는 에너지절약 시설자금을 확대하겠다는 내용이었고 또 하나는 써머타임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유가가 100불을 돌파하고 수급에 차질이 발생하면 중소기업의 산업용 유류에 대해 최고가격제를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가와 관련한 그 어떤 내용도 신선함을 찾을 수 없다.

‘최고가격제’는 석유대체연료사업법령에 근거해 산자부장관이 석유의 수입이나 판매가격이 현저하게 등락할 경우 발동하는 있는 조치중 하나로 새로울 것이 없다.

중소기업용 유류에 최고가격제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한 유가 100불은 특히 상징적인 의미일 뿐이다.

왜 100불대에 진입해야 정부가 유가 관리에 나설 수 있는지 현재와 같은 70불이나 아니면 99불대는 왜 가능하지 않은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다.

유가가 100불까지 가도록 기다리다 기업들은 죽을 판이다.

정부가 기업체의 애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그렇고 그런 표현일 뿐이다.

해가 긴 여름철 낮 시간을 유용하게 활용하자는 취지의 써머타임제는 서울올림픽대회를 전후해 잠깐 실시된 적이 있지만 그 기대효과에 대한 찬반 의견이 팽팽해 여지껏 사회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의제’에서 한발자욱도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여름의 최정점을 넘어서고 있는 현재 써머타임을 논의하는 것은 시의적절하지 못하다.

고유가로 에너지절약시설자금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관련 예산을 확대하겠다는 언급 정도가 그나마 알맹이가 있어 보인다.

기업의 고유가 부담을 덜어주는 가장 효과적이고 손쉬운 방법이 세금을 내려 가격을 인하하는 것이라는 것을 정부가 모를 리가 없다.

하지만 유류세 인하는 국가 살림에 중대한 차질을 초래하고 소비절약을 유도한다는 유가관리정책의 기조에도 어긋난다.

대중적으로 환영받을만한 세금인하를 통한 유가관리정책을 선뜻 결정하지 못하는 정부 관계자들의 심정이 어떻겠는가?

그렇더라도 식상하고 뻔한 유가 관리 방안을 특단의 대책인 것처럼 제시하고 부산을 떠는 것은 썩 좋아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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