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시대 이행 과정서 ‘블루수소’ 생산 필수 기술로 부상
국내 기술도 실증 단계… 민간기업 CCUS 기술개발 박차

[지앤이타임즈 송승온 기자]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와 최근에는 에너지 변환과정에서 오염물질을 내뿜지 않는 수소가 미래 친환경 에너지로 각광받고 있다.

다만 재생에너지, 수소 등 탄소를 내뿜지 않는 대체 에너지들이 주력 에너지원으로 자리잡기에는 여전히 시간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천연가스와 같은 기존 화석연료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CCUS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CCUS는 ‘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의 약자로 이산화탄소 포집(Capture)·저장(Storage)·활용(Utilization) 기술을 의미한다. 발전 및 산업체에서 화석연료를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CO₂를 포집(Capture)한 후 압축·수송 과정을 거쳐 육상 또는 해양 지중에 저장(Storage)하거나 화학소재 등 유용한 물질로 활용(Utilization)하는 기술이다.

▲ 발전원별 설비 비중 전망(제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 탄소중립 실현 과정에서 CCUS 역할은?

최근 전세계는 기후위기라는 외면할 수 없는 과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탈탄소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CCUS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이자 핵심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화석연료 기반 고탄소 에너지 경제 구조를 재생에너지 기반 저탄소 경제로 완전히 전환하기까지는 상당 수준의 시간과 재원이 소요되는 만큼 CCUS 기술이 온실가스 감축에 일정 부분 역할을 할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CCUS 기술 없이는 온실가스 배출량 제로에 도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전망했다. IEA는 ‘지속가능한 개발 시나리오(SDS)’ 하에서 2070 글로벌 탄소중립 과정에서의 CCUS의 기술 기여도를 총 감축량의 15% 수준인 연간 100억톤으로 제시했다.

한국 또한 파리협정 준수를 위해 2030년 BAU(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인위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배출이 예상되는 온실가스의 총량) 대비 37%(3억1500만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2015년 제출한 상황이다. 이 가운데 CCS를 통해 400만톤, CCU를 통해 630만톤 등 CCUS로 총 1030만톤을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 세계 1차 에너지 소비 전망(IEA, 미국 에너지 정보청)

◆ ‘파트너 에너지’로서 화석연료 친환경성 강화

CCUS는 에너지 전환의 브릿지(Bridge) 기술로서 탄소 감축 경로의 과도기에서 큰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석탄, 석유, 천연가스 연소 과정에서 나온 CO₂가 대기중으로 확산되기 전에 포집해 탄소 배출을 억제함으로써 기존 화석연료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 세계가 에너지 전원 믹스에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확대를 추진 중이나 천연가스 발전 수요의 증가 추세는 꾸준히 이어질 전망이다. 

재생에너지의 경우 간헐성 문제로 전력 수급 불균형과 계통 불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있어 빠른 확대가 제한적이다. 이에 즉시 출력이 가능해 재생에너지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으면서도 석탄 대비 온실가스 배출이 적어 상대적으로 친환경적인 LNG가 ‘파트너 에너지’로서 에너지 믹스에서 일정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CCUS는 글로벌 친환경 수소시대로의 이행 과정에서도 필수적인 핵심 기술로 꼽힌다.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로 물을 분해해 만드는 그린수소는 생산 과정에서 오염물질이 전혀 배출되지 않아 친환경적이나 재생에너지로 만든 대량의 전기가 필요한 데다 생산 단가가 매우 높아 기술 성숙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따라서 수소 생태계의 빠른 구축을 추진해야 하는 현 단계에선 LNG를 개질해 만들어내는 블루수소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한 뒤 CCUS 기술을 활용해 CO₂를 포집·저장하는 방식으로 충분한 양의 청정수소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고 그린수소에 비해 경제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 CCUS는 이미 상업화된 범용 기술

해외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CCS 기술을 활용 해왔다. CCS 기술 중 하나인 EOR(CO₂를 석유∙가스전에 주입해 석유∙가스의 회수율을 높이는 방식)은 이미 1972년부터 미국에서 활용됐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지중저장(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위해 지층에 저장해 대기와 격리) 방식도 1996년 노르웨이에서 최초로 상업 운영을 시작했으며, 현재 운영 중인 순수 지중저장 프로젝트도 6개에 달한다.

현재 전 세계 상업운영 중인 CCS 프로젝트는 26개로 총 CO₂ 처리용량은 연 4000만톤 규모이다. 개발을 준비 진행 중인 프로젝트도 약 37개에 달하며 해당 프로젝트들이 상업운영 될 경우, 연간 약 7500만톤의 CO₂를 추가로 제거할 수 있을 전망된다.

지역별로는 북미, 유럽 중심으로 활발하게 운영, 추진되고 있다. 북미 지역은 2020년 말 기준 18개의 CCS 프로젝트가 상업 운영 중으로 연간 약 2600만톤의 CO₂ 제거 용량이 가능하다. 올해부터 2030년까지 19개 프로젝트가 추가 개발 예정이며 처리 규모는 연간 약 4000만톤 수준이다.

유럽은 2020년말 기준 노르웨이 2개 지역(Snøhvit, Sleipner)에서 지중저장 프로젝트를 상업운영 중이다.

2030년까지 노르웨이와 영국, 아일랜드 등을 포함해 총 11개의 프로젝트 개발 예정이며 향후 상업운영 시 연간 2700만톤의 CO₂ 처리, 제거가 전망된다.
 

▲ 동해가스전 해상플랫폼 전경

◆ 국내 CO₂ 포집기술, 실증단계 진입

현재 국내 CCS(CO₂포집 및 저장) 기술도 이미 실증 단계에 진입했다. 보령화력의 탄소포집 실증플랜트에서는 하루 180톤 정도의 CO₂ 포집 실증을 완료했다. 하동화력의 10MW급 탄소포집 실증플랜트에서는 하루 150톤 정도의 실증을 완료했다.

CCS는 동해가스전을 활용해 2025년부터 연간 40만톤씩 총 1200만톤의 CO₂를 지중 저장하고 서해 군산분지 대염수층에도 대규모 저장하는 것을 목표로 정부 다부처 실증사업이 추진 중이다. 한국석유공사와 SK이노베이션, 한국조선해양,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을 포함한 여러 기업들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이외에도 포항에서 해상 CO₂ 지중저장 실증에 성공해 세계에서 3번째로 해상 실증을 완료했다.

SK E&S는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 Storage) 기술을 토대로 해외 가스전에서 저탄소 친환경 LNG를 생산해 2025년부터 국내로 도입하고, 이를 활용해 블루수소를 생산하는 등 에너지 사업의 친환경성과 지속가능성을 극대화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SK E&S는 지난 3월 2012년부터 개발해온 호주 바로사-깔디따 해상가스전의 최종 투자결정(FID)을 내리면서 CCU 기술을 접목시켜 천연가스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 제거하겠다고 밝혔다.

SK E&S는 나아가 CCS 기술 고도화를 통해 LNG 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할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도 제거함으로써 저탄소 친환경 LNG 시대를 선도하는 사업자가 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SK E&S는 최근 CO₂ 포집기술 고도화를 위해 최근 에너지기술연구원, ㈜씨이텍과 함께 ‘CO₂ 포집기술 고도화 및 실증∙상용화 연구’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포스코는 지난해 12월 아시아 철강사 최초로 2050년까지 ‘탄소중립(Carbon Neutral)’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포스코는 탄소포집저장활용(CCUS)이나 수소환원제철과 같은 혁신적인 기술 개발로 생산 과정에서 탄소가 발생하지 않는 ‘그린스틸’ 생산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2030 수소 성장 로드맵’을 공개하고 2030년까지 60만톤 규모의 청정수소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롯데케미칼은 CCU 설비를 여수 1공장에 설치해 연 6만톤의 이산화탄소 포집을 위한 실증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 6월 미국의 에너지 기술 기업인 베이커 휴즈와 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및 수소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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