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기운 에너지정책합리화 교수협 공동대표]

▲ 온기운 에너지정책합리화 교수협 공동대표

지난달 22일 한미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원전사업 공동참여(co-participate)를 포함해 해외원전시장에서의 협력을 강화하고, 최고 수준의 원자력 안전·안보·비확산 기준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이러한 협력의 일환으로 원전공급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추가의정서 가입 조건화를 양국 비확산 공동정책으로 채택하기로 하는 등 원자력분야 협력 강화방안을 구체화했다. 양국 정상은 또 이번 합의사항 이행을 위해 정부간 협의를 지속해 원전수출 협력을 위한 구체적인 논의를 이어나갈 것임을 밝혔다.

탈원전을 추진하는 가운데서도 원전수출을 내세우고 있는 문재인 정부와 해외 원전 수출시장에서의 위상 회복을 꾀하는 미 바이든 정부가 의기투합해 해외 원전시장 협력 합의를 도출한 것은 그 의미가 크다.

세계원자력협회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전세계적으로 160여기의 원전 건설이 계획돼 있다. 현재도 50기읜 원전이 건설중이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잠시 확대되긴 했으나 세계적인 원전건설 확대 추세는 지속되고 있다.

특히 세계 주요국들이 2050년이나 2060년을 탄소중립 달성 목표 연도로 설정하고 있어 무탄소(carbon free) 전원으로서 원전의 역할은 여전히 중시될 것으로 보인다. 취임과 동시에 파리협정 복귀를 선언한 바이든 대통령도 소규모 원전(SMR)을 중심으로 원전 산업 경쟁력 강화 의지를 피력한바 있다.

미국으로서는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과 러시아가 신흥국들을 대상으로 세계 원전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계속 확대해 나가는 것을 좌시만 하고 있을 순 없다. 중국 정부 당국자는 ‘일대일로’ 전략에 참여하는 41개국을 대상으로 원전 프로젝트를 진행해 자국 기업이 1조 위안(약 1400억달러)을 벌어들이며 500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더구나 비OECD국가로서 국제적 규제를 받지 않고 파격적 정부 금융지원을 무기로 원전 수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 정부는 중국에 대한 견제 차원에서 2019년에 CNNC(중국핵공업집단공사) 및 그 자회사의 미국 기업과의 거래를 금지시켰으며, 2018년에는 중국계 미국인 원자력 엔지니어를 스파이 용의로 기소하고 중국에 대한 민생용 원자력 기술의 수출을 규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바 있다. 

1954년 세계 최초로 원자력발전소를 가동한 러시아도 선진국이 진출하지 않은 지역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시베리아 남동부 안가르스크시에서 IAEA가 인정한 국제우라늄농축센터(International Uranium Enrichment Centre)를 소유·운영하고 있는 러시아는 CIS(독립국가연합)나 동유럽 국가들에 원자로 및 우라늄 농축 기술을 공여해 왔으며 최근에는 중동, 아프리카, 중미 지역에도 진출하고 있다.

러시아는 100% 정부출자 정책금융 기관인 러시아개발 대외경제은행(Vnesheconombank)을 중심으로 원전 수출을 위한 재정지원을 강화하고 있으며 외교력, 군사력까지 동원하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미 바이든 정부가 한국에 대해 원전협력 강화의 손길을 내민 것은 사회주의 국가들의 원전 공세에 맞서려는 의도가 다분히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서방측 진영에서 원전수출 경쟁력을 갖춘 나라는 미국 외에 한국과 프랑스, 일본 정도 밖에 없다. 더구나 한국은 아랍에미레이트(UAE) 원전을 성공적으로 가동시킨 실적이 있는데다 가격 및 기술 경쟁력도 높아 미국으로서는 한국이 파트너로 선택할 수 있는 매력적인 나라가 될 수 밖에 없다.

미국의 필요성이 강하게 작용해 이뤄진 한미 원자력협력 합의가 소기의 성과를 내 한국이 최대한의 이득을 얻도록 하기 위해 필자는 다음과 같은 점을 강조하고 싶다.

먼저 탈원전 정책을 폐기해 현재 중단돼 있는 신한울 3,4호기 등의 원전건설부터 재개햐야 한다. 국내에서 원전을 짓지 않으면 공급망이 붕괴돼 해외에 수출하는 것도 불가능해진다. 탈원전을 하면 국내 원전 장비나 부품 생산 업체들이 사라지고, 고숙련 기술자들도 없어질 것이며 신규인력도 양성되지 못할게 뻔하다. 국내 원전 생태계가 무너지는데 수출을 늘리겠다는 것은 공염불에 불과할 수 있다.

또한 차제에 한미원자력협정을 개정해 한국도 사용후핵연료 재치리 등 원자력 발전의 전 주기에 대해 자주권을 높이도록 해야 한다. 현재의 협정문에는 우라늄의 변형에 대해 한미가 공동으로 결정(joint determination)하도록 돼 있어 사실상 미국의 동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일본도 오랜기간의 끈질긴 협상을 거쳐 1980년대 나까소네 총리 당시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할 수 있도록 원자력협정을 개정한만큼 우리도 지속적인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기술과 외교력이 결합되어야 하는 원전 산업의 특성상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며 정부가 어정쩡한 입장을 취헤선 안된다. 국내 원전 건설을 재개하면서 발주국 특성에 맞는 맞춤형 노형을 개발할 필요도 있다. 노형 개발을 위해 설계 등 R&D 투자를 늘리며, SMR 등 4세대 스마트 원전 개발에 노력해야 한다.

때마침 체코가 추진하는 원전 프로젝트 입찰에서 CGN(중국광핵집단)이 탈락된데 이어 지난 4월에는 러시아의 국영 원자력 기업인 로스아톰사도 제외된 것으로 밝혀진만큼 한국과 미국, 프랑스 3개국이 경합을 벌이게 됐다. 체코 원전 수주전이 한미가 협력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여겨지는만큼 양국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외교력을 총동원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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