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자대학교 기계시스템학과 임용훈 교수]

▲ 숙명여대 임용훈 교수

최근 정부의 ‘2050년 탄소중립’ 선언과 함께 올해 초 ‘2021년 탄소중립 이행계획’ 이 연이어 발표되면서 ‘2050년 탄소중립 대한민국’ 실현을 위한 정부의 본격적인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그동안 수출형 산업육성 중심의 에너지 다소비 구조가 고착화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탄소 배출량이 많은 석탄 발전과 제조업 비중이 여전히 높아 2019년 기준, 한 해 약 7억만톤을 웃도는 탄소를 배출하면서 세계 9위에 해당하는 탄소배출 주도국이라는 비판으로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바이든 정부 취임 이후 미국의 파리 기후변화 협정 복귀, 애플, 구글 등 주요 글로벌 기업의 RE100 가입 등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광폭 행보에 적극적인 대응을 소홀할 경우 수출주도형 산업구조로 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자칫 중장기적 관점으로 오히려 수출 및 산업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번 탄소중립 선언은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 공조라는 측면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이제 기후변화의 영향이 단순한 재난재해 등의 물리적 피해뿐 아니라 국가별 산업구조와 무역 등 매우 다각적인 측면에서 큰 파급효과를 끼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하겠다.

이미 정부는 제9차 전력수급 기본계획, 3차 에너지기본계획 등의 수립을 통해 친환경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 정책의 방향성을 확립한 바 있다.

이번에 발표된 ‘2021년 탄소중립 이행계획’에서는 기존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한 기술 및 산업 혁신 전략의 수립과 더불어 온실가스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이산화탄소를 자원화하여 이용하는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 Storage) 기술에 기반을 둔 탄소 그리드 구축 및 탄소 시장의 본격적인 확산을 위한 전략을 수립, 제시하는 등 실효적인 탄소중립 대안 마련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기존 화석연료 기반의 효율화 중심 에너지 정책에서 신재생에너지 기반 친환경 및 지속가능성 중심의 에너지 전환 정책 이행에 대응하여 국내 산업단지 집단에너지사업의 경우는 기존 석탄에서 LNG로의 연료전환을 기본 대응 방향으로 잡고 있으나 이미 LNG 중심의 연료체계를 운영 중인 지역냉·난방 사업의 경우는 이번 탄소중립 선언에 따라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측되는 발전산업 부문에 대한 배출규제에 대한 대응 전략 수립의 고민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행의 LNG 복합열병합발전 중심의 지역냉·난방 사업 환경에서 재생발전의 보급 확대에 따른 효율성 감소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원을 이용한 열 공급 사업의 활성화가 필수적이나 재생에너지의 특성상 에너지 생산 밀도가 낮고, 고밀도의 열수에 대응하는 데 필요한 높은 온도의 열원 확보 및 이송 등의 기술적 제약 등으로 그동안 지역냉·난방 분야에서의 재생에너지 열원 활용은 지극히 제한적으로 적용되는 수준이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제주도에서 불거진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따른 전력계통 변동성 이슈는 지역냉·난방 분야의 재생에너지 열 공급 사업의 활성화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최근 풍력, 태양광 등 재생전력 비중이 12% 내외를 차지하고 있는 제주도의 경우, 2020년 한 해 동안 재생발전 출력제한 횟수가 예년에 비해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재생에너지 변동성에 따른 전력계통 안정성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필수적인 재생에너지 보급 비중 목표 달성이 험난할 것임을 보여주고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이에 최근 독일 및 덴마크를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따른 전력계통 안정화 목적으로 도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잉여 재생전력을 전기보일러, 히트펌프 등을 이용, 열로 전환하여 활용하는 개념인 Power to Heat 기술에 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으며, 대규모 열저장·이용이 가능한 집단에너지 산업을 통한 보급 활성화 방안이 추진되고 있음은 매우 고무적이다.

그러나 다소 생소한 개념인 잉여 재생전력의 활용과 전력계통 불안정성 해소에 대한 Power to Heat 기술의 적합성이 실제 사업화 단계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단순한 기술적 측면뿐 아니라 사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방안 또한 면밀하게 설계, 적용되어야 함을 유념해야 한다.

우선 전력 분야와 마찬가지로 열 그리드 또한 열에너지의 수요·공급 간 균형이 고려되어야 한다. 집단에너지 사업의 특성상 기존 시스템에서 대규모 열 저장조를 활용한 수요·공급 간 변동성을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는 장점은 있으나 이 또한 무한정 받아들일 수는 없는 설비용량의 한계가 존재하므로 순간 생산량 예측이 어려운 재생전력의 대규모 순간 피크 전력을 감안한 추가적인 대규모 열저장 설비 투자를 유인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적 인센티브 제도의 도입이 병행되어야 한다.

그중 유력하게 고려될 수 있는 정책으로는 그동안 집단에너지 분야에서 오랫동안 논의가 이루어져 왔던 신재생열에너지 보급 의무화 제도(Renewable Heat Obligation)를 꼽을 수 있겠다.

앞서 언급한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따른 전력계통의 변동성은 근본적으로 재생전력의 예측이 어려운 단속적인 생산 특성에 기인한 것으로 기존 복합발전을 통한 전력생산과 열 생산·공급을 병행하고 있는 집단에너지 사업자 입장에서도 충분한 열 수요처의 확보 없이는 잉여 재생전력을 활용한 재생 열에너지 공급에 한계점을 가지고 있어, 전력계통과 마찬가지로 열 계통 운영상의 큰 문제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잉여 재생전력 발생에 따른 전력계통 변동성 흡수에 따른 집단에너지 사업의 편익 기여도 보상을 위한 합리적 수준의 지원방안 마련은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집단에너지 사업 분야에서의 친환경성 및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논의가 되어왔던 신재생열에너지 보급 의무화 제도(RHO)의 도입은 단순한 재생 열에너지 보급 확대 관점에서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따른 전력계통 변동성을 동시에 흡수함으로써 정부의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는 시의적절한 대안 마련의 계기가 될 전망이다. 

그동안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는 집단에너지 사업자에게는 꼭 필요한, 그러나 선뜻 도입하기에는 망설여지는 계륵과도 같은 존재였다고 할 수 있겠으나, 기후변화의 시대,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선언과 더불어 집단에너지 사업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가장 확실한 대안으로 급부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바 다양한 정책적 지원방안 수립 추진을 통한 합리적인 집단에너지 사업의 활성화 전략 수립이 조속히 마련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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