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유통공사로 전락한 석유공사, 원래 자리로 돌아가야
석유유통공사로 전락한 석유공사, 원래 자리로 돌아가야
  • 김신 발행인
  • 승인 2021.05.28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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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앤이타임즈]지난 해 석유공사는 직접 주유소를 매입하거나 임차해 석유판매업에 진출하는 것이 합법적인가에 대한 법률적 판단을 법무법인 광장에 의뢰했다.

알뜰주유소 수를 확대해 석유 유통 사업 규모를 키우자는 의견도 석유공사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석유공사가 석유 소매업 까지 진출하고 주유소 네트워크를 확장하려는 배경은 알뜰주유소 사업 말고 내세울 마땅한 역할이 없는 초조함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최근 들어 석유공사 내부에서 조차 석유유통사업에 지나치게 몰입하는데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취재되고 있다.

알뜰주유소 사업을 더 키우자는 일부 내부 의견에 대해서는 석유 유통 시장의 견제 역할을 넘어선 사업 확장은 공기업 역할에 맞지 않는다고 경영층이 판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석유공사가 부여받은 공적 역할의 가장 중요한 대목은 국가 에너지 안보를 지키는 일이다.

‘석유공사법’ 1조의 ‘설립 목적’에서는 석유 자원 개발, 석유 비축을 통해 석유 수급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시절 ‘석유공사 대형화’를 기치로 무리한 자원개발 투자에 내몰린 결과 천문학적 손실을 입었고 자본 잠식 상태에 처하면서 현재는 독자적인 자원개발 기능이 제한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정부가 알뜰주유소를 런칭하고 석유공사에게 이 사업을 맡긴 것도 이명박 시절 일이다.

국제유가가 1배럴에 100불을 넘던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기름값이 묘하다’는 말 한마디가 단초가 됐다.

석유공사 역할 중 하나로 ‘석유유통구조 개선’이 명시되어 있는데 정부는 아마도 이 조항을 근거로 알뜰주유소 운영 사업을 맡긴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원유 전량을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으니 석유 제조 원가를 낮출 여력이 매우 제한적인 것을 정부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시민단체인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의 석유 가격 모니터링에서 확인되듯 휘발유와 경유 값의 절반 이상이 세금이고 공급 원가 개념인 국제석유가격 비중도 30%를 넘는다.

정유사와 주유소의 유통비용과 마진은 모두 합해봐야 소비자 가격중 10% 내외에 그친다.

막대한 혈세를 엉터리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투자해 천문학적 손실을 초래한 이명박 정부는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석유 유통 시장에 개입해 세금을 지원하며 기름값을 정책적으로 낮추는 일종의 ‘쇼’로 국민의 마음을 다독이려 했을지도 모른다.

최근 들어 석유공사에 대한 석유유통업계의 불만과 비난이 커지고 있다.

공기업인 석유공사가 석유를 공동구매하고 이윤 없이 알뜰주유소에 공급하는 과정에서 일반 주유소들과의 불공정 경쟁이 촉발된다는 것이 주요 이유다.

공기업이 부당하게 경쟁 시장에 개입해 우월적인 지위를 남용한다며 석유공사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었고 국회 앞에서도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그런데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고 심판이 직접 선수로 나서 민간 기업들과 경쟁하도록 몰아 붙인 것은 정부이고 석유공사는 그저 정부를 대신한 들러리 일 뿐이다.

정권의 방만하고 부실한 해외 자원 투자 요구를 거부하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석유공사가 태동한 취지를 망각하고 석유 도매상 역할에 만족하며 석유 유통 정의를 구현하는 것 마냥 도취되는 것도 직무유기이다.

전기차와 수소차가 아무리 확대돼도 앞으로도 수십년간 석유와 가스 자원은 국가와 산업을 지탱하는 절대적인 에너지원이 될 것이고 석유공사는 자원개발과 비축을 통해 에너지 안보를 담보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100% 정부 출자 공기업이지만 석유공사의 주인은 국민이니 정부에 휘둘리지 말고 원래 해야 하는 일 그리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역할을 맡겨 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정부도 석유유통공사로 전락한 석유공사를 원래 자리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