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주유소로 공급자 포함한 사회 전체 후생 효과 있는지 의문

주유소 줄거나 사라지면 정부 독과점, 소비자 후생 감소할 수도

도입 10년 동안의 공과 평가 필요, 유지 필요 없다면 폐지돼야

[지앤이타임즈 김신 기자]

한성대 홍우형 경제학과 교수

▲ 알뜰주유소 운영 기관인 석유공사가 석유유통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무수익 원칙을 지향해 논란이 되고 있는데.

알뜰주유소를 운영하는 석유공사가 무수익 경영을 하는 것은 알뜰주유소에 대한 석유 공급 원가를 낮추기 위한 것이다.

알뜰주유소가 공급받는 석유 단가부터 공정하지 않은 무수익 경영으로 누군가는 피해를 봐야 한다.

알뜰주유소 사업을 운영하는 과정에 비용이 들어가고 있는데 비용 대비 효율이 있는가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 어떤 비용들이 들어가겠는가?

- 알뜰주유소로 석유 가격을 인하 시키는 과정에서의 행정 비용이나 석유공사 자체가 무소득 원칙으로 지원하는 협상 비용 등이 발생할 것이다.

알뜰주유소로 인한 시장에서의 소비자 후생 증가 이외에 공급자 후생이 감소하는 것도 같이 생각해봐야 한다.

그 결과를 통해 사회 전반적인 후생이 과연 높은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 주유소협회를 중심으로 정부나 알뜰주유소 운영 공기업의 불공정한 시장 개입, 우월적 지위 남용 여부 등을 공정거래위원회에 문제 제기중인데 별다른 성과가 없어 보인다. 어떻게 해석할 수 있겠는지.

불공정한 행위로 누군가 사적인 이득을 취했는지가 공정위가 바라 본 관점이었던 같다.

공정거래법상 우월적인 지위 남용이나 부당 지원 같은 불공정행위는 사적인 이득을 취할 경우가 해당되는데 알뜰주유소에 싼 석유를 공급하고 운영을 지원해주면서 정부가 사적 이득을 취하는 주체가 아니라는 점 때문에 공정위에서 액션을 취하지 않았을 것 같다.

▲ 그렇다면 정부의 알뜰주유소 개입이 시장 경제에 불공정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해도 되는지.

- 사적인 이득을 위해 뭔가 액션을 취하는 것을 불공정하다고 판단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법리적 기준과 경제학적 관점은 다르다.

정부가 알뜰주유소 사업에 진출한 것부터 시장 자체를 왜곡시켜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공기업은 시장 실패가 일어나는 곳에 뛰어 들어야 하는데 석유유통시장은 시장 실패가 일어나는 곳이 아니어 이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만약 시장 실패가 일어난다면 공정위가 제 역할을 하면 된다.

예를 들어 정유사간 담합이나 불공정 행위가 나타나는지 모니터링하고 확인되면 시정시키는 역할을 하면 된다.

하지만 석유유통과정은 시장실패가 나타나는 영역이 아닌데 공기업이 뛰어드는 것은 이상하다.

정부 개입의 근거가 없다.

▲ 최근 주유소협회 전북지회에서 도내 상당수 주유소를 모아 알뜰주유소로의 전환을 신청했는데 어떤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까?

- 나쁘지 않은 전략 같다.

모든 주유소에서 알뜰 상표를 도입하게 되면 정유사 같은 브랜드 차이는 없어지게 되고 셀프인지 또는 세차 같은 편의 서비스가 있는지 여부로 경쟁력이 갈릴 것 같다.

그렇게 되면 동일한 선상에서 공정해지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정부가 모든 주유소에 싼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 모든 주유소가 정부 계열의 알뜰주유소가 됐을 때 소비자 후생에는 어떤 영향이 있겠는지.

정부가 주도하는 알뜰 상표 하나로 통일된다면 오히려 정부 독점이 되는 것 아니겠는가.

주유소 전체가 알뜰로 전환하면 석유 평균 가격이 떨어질 테니 소비자 후생 증가가 있을 수 있다.

다만 공급자 측면을 비롯해 사회 전체적인 후생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한 가지 측면만 보는 것은 굉장히 지엽적인 생각이다.

양쪽을 다 같이 봐야 할 것이고 소비자만을 위한 정책이 모두 다 좋은 정책인 것은 아니다. 알뜰 주유소가 확산된 결과로 주변 경쟁 주유소들이 줄거나 사라졌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결국 선택지가 줄어 후생은 감소하게 될 것이다.

▲ 알뜰주유소가 도입된지 10년이 됐는데 이 제도의 공과 그리고 유지 여부에 대한 평가가 필요해 보이는데.

-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알뜰주유소에 투입된 비용 대비 효율이 있었는가에 대한 확인이 필요한데 누구도 해본 적이 없다.

정부 입장에서는 소비자 후생이 증가하는 것처럼 보이니 이 제도를 철회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정부 조세 분야에서는 세액 공제 효과를 3년 마다 평가해서 일몰 여부를 다시 결정하는 제도가 있다.

정부 재정 사업 역시 정책 효과 여부와 개선 사항을 평가하고 있는데 알뜰주유소와 관련한 평가를 했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알뜰주유소 제도처럼 도입한 이후 10년 동안 같은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일반적인 것이 아니니 지금이라도 평가를 해볼 필요가 있다.

연구 결과 현 시스템을 지원할 필요가 여전히 있다고 평가되면 지속적으로 가는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폐지해야 한다.

언제까지 정부가 시장에 개입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 홍우형 교수는?
서강대 정치외교,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서강대 경제학 석사, 미국 워싱턴 대학 경제학 박사 과정을 거쳤다.

2015년 8월부터 2017년 2월까지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을 지냈고 현재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며 한국재정학회 연구이사를 맡고 있다.

최근 주요 연구 논문 및 저서
√ 2016년 알뜰주유소 도입과 시장경쟁효과 분석(한국조세재정연구원 수탁 과제)
√ 2017년 원전주변지역 지원제도의 경제효과 분석(재정학 연구)
√ 2017년 수도권 휘발유 시장에서 알뜰주유소 진입과 시장경쟁효과에 관한 연구(경제학 연구)
√ 2018년 소득세 법정세율과 실효세율 격차에 대한 연구(재정학 연구)
√ 2018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대한 경제학적 검토: 계약이론의 관점에서(법경제학연구)
√ 2019년 금융위기 전후 부동산시장과 주식시장의 상호영향에 관한 연구(신용카드 리뷰)
√ 2020년 기부행위의 지속성을 고려한 기부금 가격탄력성 추정(재정학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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