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경쟁 만으로도 주유소 17% 자연 퇴출’
‘시장 경쟁 만으로도 주유소 17% 자연 퇴출’
  • 김신 기자
  • 승인 2021.05.17 09: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기硏 홍충기 박사, 2015년 연구 통계서 지적

영업이익률 1.0%, 공생 과정서 경쟁력 낮은 업소 사라져

일본은 1995년 이미 구조조정 진입, 25년 사이 50.9% 줄어

출혈 경쟁 심각, 정부 나서 ‘부당염매 판매 가이드라인’까지 제정

[지앤이타임즈]주유소 구조조정이 한창 진행중이던 지난 2015년, 석유 유통 산업의 미래를 점칠 수 있는 한 통계가 주목을 받앗다.

국회 주최로 열린 ‘주유소 업계 바람직한 구조조정 방안 마련 정책토론회’에서 중소기업연구원 홍충기 박사는 과포화 상태를 해소하고 주유소 경영을 정상화하려면 최소 2000곳이 줄어야 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영업 주유소 수가 1만2000여개였으니 약 17% 정도가 없어져야 하는 셈이었다.

경영난으로 주유소가 문을 닫고 있는 판국에 더 많은 업소가 사라져야 주유소 업계가 살 수 있다는 충격적인 전망의 근거는 이랬다.

홍충기 박사가 주유소 영업이익률을 분석해봤더니 1.0%에 불과했다.

정부의 2012년 도‧소매업 통계조사에 따르면 종업원 수가 5~9인인 소매업의 영업이익률은 5%, 10~19인 사업장이 4%였고 종업원수 50인 이상의 중대형 소매업체는 8%를 기록했으니 주유소의 이익률은 타 업종에 비해서도 매우 낮은 편이었다.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주유소 산업은 2010년 이후 감소세로 전환되며 구조조정기에 진입했는데 미래는 더 암울했다.

홍충기 박사는 주유소가 나름의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영업이익률 4%대를 상정했고 이 수준을 충족하기 위해 주유소가 2000여개 더 줄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른 바 ‘공생(共生)’하기 위해 필요한 적정한 주유소를 산정한 결과가 그랬다.

당시의 주유소 평균 감소율을 기존으로 중장기 미래 모습도 전망했는데 2025년에는 1만1317곳, 2040년은 9801 곳까지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 더 먼저 구조조정 겪은 일본, 주유소 절반 사라져

원유 자원 빈국이고 소비지 정제주의를 채택했으며 OECD에 가입한 선진국이고 자동차 산업 강국이라는 점 등이 우리와 닮은 일본의 주유소 구조조정은 우리보다 한 참 빨랐고 그 결과는 더욱 충격적으로 진행됐다.

일본 주유소 시장은 1995년 6만421곳으로 정점을 기록했고 이후 구조조정기로 전환되면서 급격하게 추락했다.

매년 평균 1,200곳의 주유소가 문을 닫았고 2020년 기준 2만9637곳까지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약 25년 사이 주유소 50.9%가 사라졌다.

주유소가 비인기 업종이 되고 문을 닫게 된 가장 큰 배경은 역시 경쟁 때문이었다.

우리나라와 달리 쉘이나 모빌, 에쏘 같은 글로벌 메이저 기업들이 진출했던 일본은 원매사간 소매 시장 확보와 출혈 가격 경쟁이 심각해지난 사이 주유소 수는 급증했는데 정작 석유

소비가 정체되면서 1990년대 중반에 이미 구조조정기에 진입했다.

그 과정에서 일본 주유소들의 가격 출혈 경쟁이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는 정부 차원에서 ‘부당염매’를 감시한 것을 들 수 있다.

일본 공정거래위원회는 2001년 ‘가솔린 등의 유통에서의 부당염가판매 가이드라인’을 제정, 운영했다.

공정거래법에 규정되어 있는 ‘부당염매(不當廉賣)’는 경쟁사업자를 배제하기 위해 공급 상품 제조나 용역의 제공에 소요되는 비용보다 현저하게 낮은 가격에 공급하는 행위‘를 말한다.

경쟁 사업자를 퇴출시키기 위해 원가 이하의 낮은 가격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불공정 행위가 부당염매인데 2008년 한 해 동안에만 일본 공정위로부터 부당 염가 판매로 주의․경고를 받은 주유소는 295곳에 달했을 정도였다.

우리나라도 공정거래법에 부당염매가 규정되어 있지만 소매 시장의 불공정한 가격 형성의 부작용 보다는 경쟁에 따른 소비자 편익이 더 강조되면서 실질적으로 규제받은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만 우리와 일본 모두 주유소는 넘쳐 났고 석유 소비는 정체되면서 적자 생존 경쟁이 가속화된 결과로 구조조정의 한 가운데에 서있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