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대상에 페이버 주는 것, 시작 단계 자체가 불공정

알뜰주유소 가격 내렸지만 시장 경쟁 촉진 효과도 없었다

주유소 마진 너무 작아 알뜰 등장 불구 기름값 내릴 여력 없어

정부 개입 없이 셀프 도입 지원하는 것이 공정 경쟁 이끌었을 것

한성대 홍우형 경제학과 교수

[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2011년 런칭된 알뜰주유소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기름값이 묘하다’는 말 한마디에 만들어 졌다는 것이 정설이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불을 넘는 초고유가 시절, 대통령의 발언으로 정부는 알뜰주유소 상표를 등록하고 공기업을 통해 석유 공동구매와 유통 사업에 직접 진출했다.

당시 정부는 알뜰주유소의 경쟁 촉진 효과로 시중 휘발유값이 리터당 100원 낮춰질 것이라고도 장담했는데 이를 두고 정부의 부당한 시장 개입 논란이 제기됐다.

그런데 국책연구원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홍우형 부연구위원(현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은 지난 2016년 발표한 ‘알뜰주유소 진입으로 인한 시장경쟁효과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정부가 석유 유통 시장 개입 명분으로 내세운 경쟁 촉진 효과가 전면 부정되는 결과를 발표했다.

‘알뜰주유소 진입 이후 인근 경쟁 주유소들의 가격 인하 효과는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경쟁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이 당시 연구의 최종 결론이었는데 정부의 유통 시장 개입과 관련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그 효과를 분석한 연구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올해는 알뜰주유소가 도입된 지 10년이 되는 시점인데 한성대 경제학교 교수로 자리를 옮긴 홍우형 당시 조세재정연구원 부 연구위원을 만나 현재의 입장을 들어봤다.

인터뷰는 2회에 걸쳐 연재한다.

▲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몸담았을 당시 발표한 연구에서 알뜰주유소의 경쟁 촉진 효과가 없다고 판단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알뜰주유소는 일반주유소 보다 싸게 기름을 구매하기 때문에 판매 가격이 떨어지지만 인근 경쟁 주유소 가격은 변함 없었다는 것이 당시 연구의 결론이었다.

당시 이 제도를 도입한 정부의 목적은 알뜰주유소 석유 판매 가격을 낮게 책정해 주변 주유소의 전반적인 가격 하락을 유도한다는 것이었는데 알뜰주유소 가격은 하락하지만 주변 주유소는 변동이 없었다.

당시 연구를 통해 알뜰주유소 도입으로 인한 시장 경쟁 촉진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 통계적으로 확인됐다고 판단된다.

▲ 당시 논문에는 ‘알뜰주유소가 전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을 수 없는 매우 흥미로운 정부의 경제학적인 실험’이라는 표현이 등장하는데 어떤 의미인지.

알뜰주유소를 처음 도입할 때 참신해 보였을 수도 있지만 사실은 웃기는 제도이다.

정부가 일부러 가격이 낮은 휘발유를 특정 주유소에 공급한다는 발상 자체 부터 불공정한 경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석유를 싼 가격에 도입해 주변 주유소 가격을 떨어뜨린다는 것이 정부의 알뜰주유소 도입 취지인데 특정 주유소에게 페이버favour, 특혜)를 주는 것이기 때문에 시작 단계 자체가 불공정하다.

정부가 개입한 알뜰주유소는 일반주유소들과 동일한 선상에서 경쟁하는 것은 아니다.

▲ 당시 정부는 알뜰주유소 도입으로 시중 기름값을 리터당 100원 내릴 수 있다고 장담했는데 연구에서는 경쟁 효과가 거의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무엇 때문으로 파악됐는지.

- 사실은 일반 주유소들이 기름값을 더 이상 내릴 여력이 없다.

휘발유 마진은 굉장히 작다.

알뜰주유소와 일반주유소가 공급받는 석유 가격간의 차이와 마진율 차이를 비교해보면 일반주유소의 마진이 오히려 더 낮을 것이다.

일반주유소들이 마진을 더 낮춰 기름 값을 내릴 여력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알뜰주유소를 도입하더라도 시장 경쟁 효과가 없는 것이다.

▲ 정부의 시장 개입 대신 셀프주유소 확대를 지원하는 것이 기름값을 낮출 수 있는 바람직한 정책으로 제시됐는데 왜 그런 건지.

- 정부의 정책적 개입 없이 동일한 선상에서 석유제품을 공급받고 그 상태에서 주유소끼리 경쟁적으로 석유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이 셀프주유소이다.

이런 식의 경쟁이 정착되면 어떤 소비자는 싼 가격에 셀프를 선택할 수 있고 또 다른 소비자는 비용을 더 지불하더라도 비셀프 주유소를 찾는 차별화를 통해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게 된다.

그런데 알뜰주유소는 공급 자체부터 단가를 낮춰 일부 주유소에 페이버를 주기 때문에 불공정의 시작인 것이다.

(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오피넷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휘발유 평균 가격은 셀프주유소가 리터당 1458.42원인데 반해 비셀프가 1482.66원으로 24.24원이 비쌌다. 부동산 가격과 인건비가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서울은 그 차이가 더 컸다.

셀프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490.00원으로 비셀프의 1607.83원 보다 117.83원이 낮았다)

▲ 정부의 시장 개입 논란에도 불구하고 알뜰주유소 도입으로 소비자 선택권이 확대되고 기름값이 떨어졌다면 소비자 효용은 높아진 것 아닌가?

석유 구매 과정에서 소비자 효용이 증가했다는 것은 알뜰주유소 판매 가격이 낮아 그곳으로 몰려 갔고 다른 주변 주유소들은 수요를 뺏겼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데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소비자 후생만 생각하면 안된다.

공급자 후생도 같이 고민해야 한다.

알뜰주유소 소비자의 효용은 증가할 수 있겠지만 그로 인한 다른 석유 공급자의 후생 감소분까지 합한다면 사회 전체적으로는 후생 증가 효과가 있겠는가는 의문이다.

※ 홍우형 교수는…

홍우형 교수는 서강대 정치외교,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서강대 경제학 석사, 미국 워싱턴 대학 경제학 박사 과정을 거쳤다.

2015년 8월부터 2017년 2월까지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을 지냈고 현재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한국재정학회 연구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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