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석유업계, 상생협의체 운영 통해 평가 기준 변경

배점 총점 200점→100점 낮추고 공동구매실적 비계량평가로 변경

가격 인하 노력 비중 높아지는 등 ‘기대 못미친다’는 지적도 제기돼

도로공사의 고속도로주유소 서비스 평가지표 중 가격인하 노력 배점이 과도하게 높아 고속도로 주유소의 기름값 인하를 부추긴다는 지적에 도로공사는 최근 능률협회컨설팅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2021년 고속도로주유소 서비스 평가지표를 개선했다. 사진은 지난 2018년 주유소협회 전북도회 회원사들이 한 고속도로주유소의 비정상적인 판매가격에 반발해 유조차를 타고 항의 방문해 길게 줄을 서고 있는 모습.

[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고속도로 주유소들의 과도한 석유 판매 가격 인하를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아온 한국도로공사의 평가 제도가 변경됐다.

배점 총점이 200점에서 100점으로 낮아졌고 유류 판매가격 인하 배점도 40점에서 35점으로 낮아졌다.

배점 20점이던 유류 공동구매 실적은 계량평가에서 비계량평가로 변경되고 10점이던 유류 매입가격 인하노력도 비계량평가로 변경되면서 7점으로 낮아졌다.

이번 평가 제도 변경은 고속도로 주유소 석유 판매가격에 대한 도로공사의 개입을 낮출 수 있다는 평가이지만 시장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 고속도로 주유소 기름값 높여도 알뜰 정책 기조 영향 없어

고속도로 주유소를 민간에 위탁 운영 중인 도로공사는 석유 판매가격을 정기적으로 평가해 위탁 계약 연장 등을 위한 평가 지표로 활용하고 있다.

그 평가기준이 전국 알뜰주유소 평균 판매 가격을 기준으로 리터당 40원을 할인해 판매할 경우 위탁 운영 주유소의 가격 인하 노력 항목에서 만점을 부여해왔다.

사실상 고속도로 주유소의 기름값 인하를 부추긴다며 주유소업계가 반발해온 이유다.

이와 관련해 본지는 지난 2018년 국회 김삼화 의원(당시 바른미래당)과 공동으로 ‘에너지 유통(석유) 갈등 조정 간담회’를 공동 개최했는데 당시 참석자들은 도로공사가 고속도로 주유소 기름값 인하를 주도해 석유 유통 생태계가 교란되는 문제들을 지적하면서 '상생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이후 실제로 도로공사와 석유유통협회, 주유소협회는 상생협의회를 구성해 협의에 들어갔고 한국능률협회컨설팅에 ‘고속도로 알뜰주유소 및 고속도로 주변 주유소 실태조사’를 의뢰했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 조사 결과 고속도로 알뜰주유소의 수익 개선과 주변 일반 주유소와의 상생을 위해 휘발유와 경유 판매 가격을 리터당 15원 정도 올려 팔아도 고속도로 알뜰주유소의 가격 정책 기조에는 영향이 없다는 결과가 도출된 바 있다.

당시의 한국능률협회컨설팅 조사결과를 토대로 도로공사는 이번에 '2021년 휴게시설 운영서비스 평가 편람'을 통해 고속도로주유소 평가기준을 변경했다.

고속도로주유소 운영서비스 평가지표 변경전(왼쪽)과 변경 후(오른쪽) 비교

◇ 판매가격 인하노력 배점 5점 낮아져

이번 평가기준 변경에서 가장 두드러진 점은 계량 평가 유형에서 '유가인하 및 매출관리' 배점이 70점에서 50점으로 낮아진 것이다.

또 '유류 매입가격 인하노력'과 '유류 공동구매 실적'이 비계량 유형으로 변경됐다.

특히 유류 판매가격 인하노력 배점이 40점에서 35점으로 5점 낮아졌다.

서비스평가에서 알뜰주유소 평균 가격보다 40원을 싸게 팔아야 만점을 받을 수 있었던 것에서 5원을 낮춰 35원만 낮게 팔아도 만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본지가 도로공사의 평가 산술식을 바탕으로 고속도로주유소 휘발유 판매단가별 평점 변경 전과 후를 비교 분석한 결과 기준점인 전국 알뜰주유소 평균가격에 판매할때의 평점은 변경 전 12점에서 변경 후에는 7점으로 5점이 낮아졌다.

고속도로주유소 판매단가별 배점기준 변경 비교

만점을 받기 위해서는 알뜰주유소 평균가격보다 40원 낮게 팔아야 만점인 20점을 받았지만 변경 후에는 35원 낮게 팔아도 만점인 17.5점을 받을 수 있어 휘발유와 경유를 합할 경우 만점 기준 5점이 낮아진 것이다.

만점 기준 5점 변경은 고속도로주유소와 주변 주유소 매출액에 영향을 미친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 조사결과 고속도로주유소의 휘발유 판매가격이 2.5원 인상할 경우 고속도로주유소의 연 매출액은 116만원 증가하고 주변주유소는 75만원이 증가하며 경유 판매가격이 2.5원 인상되면 고속도로주유소는 1386원이 증가하고 주변 주유소는 905만원이 증가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결국 고속도로주유소 만점 기준 5점이 낮아지면 고속도로주유소 판매가격이 5원 인상돼 고속도로주유소의 연간 매출액은 1502만원이 증가하고 주변 주유소는 980만원이 증가할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평가기준 변경 수준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또한 배점 총점이 200점에서 100점으로 낮아졌고 유류 판매가격 인하 노력의 비중은 20%에서 35%로 높아지면서 가격인하를 더욱 부추기는 개악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고속도로주유소업계 한 관계자는 “기대했던 수준 보다는 작지만 상생을 위한 노력의 결과라는 점에서 도로공사와 주유소업계의 개선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과도한 경쟁을 부추겨 고속도로 주유소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서비스 평가제도에 대한 개선노력은 앞으로도 지속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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