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발전협회 유연백 부회장

[지앤이타임즈 : 민간발전협회 유연백 부회장] 

우리는 정책의 홍수시대에 살고 있다. 

사회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사회문제에 대한 정책대응의 속도도 더욱 빨라지는 것 같다. 

부동산가격을 잡는다고 4년 동안 부동산정책을 25번이나 쏟아부었지만, 부동산가격 문제가 해결되기보다는 보유세 증가 등 또 다른 후유증을 낳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없는 사회적 약자만 피해를 보게 마련이어서 정부를 바라보는 시선은 점점 차가워질 수밖에 없다. 

다양한 이해관계와 장기간의 시간과 많은 자원이 투입되는 에너지전환 정책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단지 화석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로 에너지믹스를 바꾸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우리 경제사회에 엄청난 변화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에 추진과정에서 사회적 합의와 과학기술에 근거한 합리적인 대안으로 부작용이나 갈등을 최소화해야 성공할 수 있다. 

에너지 수급안정, 안전, 환경 및 산업발전 등 다양한 목표를 가지고 있는 에너지정책도 탄소중립으로 방점이 변하면서 많은 정책과 계획들이 발표되고 있다. 

그동안 에너지수급에 방점을 두고 안전이나 환경, 산업 측면을 고려해왔으나, 이제는 탄소중립에 방점을 두고 에너지수급이나 안전, 산업을 고려해야 하는 시대 상황을 거스를 수가 없다.

‘2050 탄소중립’ 선언 이후 에너지정책의 방점은 탄소 감축으로 급격하게 이동하고 있다.

정부도 이에 맞춰 많은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기존 에너지계획이나 정책에 온실가스 감축 등 환경요인을 더 많이 반영하는 수준으로 접근해서는 곧 한계에 부딪힐 것 같다. 

에너지다소비형 산업구조를 가진 우리나라는 무엇보다 대응할 시간이 많지 않고, 정책수단도 충분하지 않아 기존의 대응체계나 정책수단만으로는 부동산처럼 대책을 쏟아붓는다 해도 온실가스가 계획대로 감축될지는 의문이다.

따라서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존의 에너지정책과 계획들을 정합성을 갖도록 우선순위와 체계를 재정비하고, 온실가스 감축에 초점을 두고 효과적인 정책대안을 개발하여야 하며, 강력한 정치적 지지는 물론 소요재원과 추진조직 등 정책수단도 확보하여야 할 것이다.

기존의 정책들을 유지하면서 에너지믹스만 바꾸려는 대책들은 부동산대책처럼 성공하기도 어렵고 더 많은 후유증을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둘째, 에너지전환 정책은 무엇보다 과학과 기술에 기반을 둔 합리적인 대안을 중심으로 정치·사회적 논의과정을 거쳐 실행력을 갖도록 결정해야 한다.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대안들이 정치적 또는 집단이익에 따라 결정되면 탄소중립도 달성하지 못하고 에너지수급도 위험해지고, 에너지산업도 무너질 수 있으므로 신중해야 한다. 

에너지전환정책에 따라 희생이 불가피한 화석에너지산업 등에 대한 출구전략과 피해지역에 대한 지원대책도 함께 마련하지 못하면 사회적 갈등으로 정책의 추진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에너지대책을 발표만 한다고 해서 탄소중립이 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가 1980년대부터 10% 목표를 둔 신재생에너지 보급계획을 매번 발표해 왔지만 현재까지도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목표는 거창한데 과학기술에 기반을 둔 대안도 부족했고, 정책을 뒷받침하는 조직과 재원이 부족해서 항상 결과는 초라했던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정책대안에 대한 사전적 효과검증과 추진과정에서의 효과에 대한 평가 등을 통해 정책 내용을 보완하고 정책수단도 강화해서 정책의 효과성을 확보해야 한다.

에너지전환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온 국민이 함께 가야하고, 가는 방향이 명확해야 하며, 그런 고통과 부담이 공정해야만 한다. 

탄소중립에 대한 사회적 합의, 합리적인 정책대안, 추진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전제되지 않으면 에너지전환은 성공하기 어렵다.

따라서 멀고도 험한 탄소중립의 길을 피할 수 없다면 우리 모두가 정책의 시작부터 끝까지 마음가짐을 새로이 하고 더욱 결연해져야만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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