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배출량 상위 10개국 중 8개국 탄소세 미도입
저탄소산업 전환 기술개발 지원·인센티브 확대가 바람직

[지앤이타임즈 송승온 기자] 온실가스 배출량에 따라 국내 908개 배출처에 탄소세가 일괄 부과될 경우 최대 36조3000억원의 탄소세를 부담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주요 발전에너지 공기업의 탄소세만 7조3000억원에 달해 전기요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최근 주요국의 탄소중립(Net-Zero) 선언이 잇따르는 가운데 한국에서도 국회에 탄소세(carbon tax) 관련 법안이 발의되는 등 탄소세 도입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2020년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 상위 10개국 중 중국·미국 등 8개국은 탄소세를 도입하지 않았고, 일본과 캐나다만 탄소세를 도입한 상황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19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준으로 탄소세 도입 시 추가 부담을 시나리오별로 추정한 결과 연간 7조3000억원에서 36조3000억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2019년 기준 전체 법인세수(72조1000억원)의 10.1%~50.3%에 달하는 규모이다.

2020년 기준 탄소세를 도입한 나라는 24개국(세계은행, 2020년 5월)이지만 온실가스 배출량 상위 10개국 중 탄소세를 도입한 나라는 일본과 캐나다 2개국이다. 

배출량 순위 5위인 일본은 ‘지구온난화대책세’를 통해 석유석탄세에 추가로 3달러/tCO2eq를 부과하며, 배출량 순위 10위인 캐나다는 지방정부 별로 탄소세(14~28달러/tCO2eq)를 도입했다.

탄소세를 도입한 나라 중 탄소세율이 높은 나라는 비교적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고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높은 스웨덴(119달러/tCO2eq), 스위스(99달러/tCO2eq), 핀란드(58~68달러/tCO2eq) 등이다.

◆ 배출량 상위 22~50개 기업, 탄소세가 영업이익 초과

전경련은 온실가스 배출량에 따라 탄소세가 일괄 부과된다는 가정 하에 배출처의 추가 부담을 시나리오별로 분석했다. 탄소세율은 이산화탄소 환산톤 당 10달러, 30달러, 50달러의 세 가지 시나리오를 가정했다.

분석 대상은 ‘2019년 온실가스 에너지 목표관리 명세서’ 상 등록된 908개 배출처이다. 

분석 결과 배출처들은 시나리오별로 7조3000억원, 21조8000억원, 36조3000억원의 탄소세를 부담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각각 2019년 전체 법인세수 대비 10.1%, 30.2%, 50.3%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배출량 기준 상위 100대 배출처는 전체 탄소세의 89.6%를 부담하며 영업이익 대비 탄소세 비중은 시나리오별로 10.8%, 32.3%, 53.8%로 나타났다. 

배출량 상위 100대 배출처 중 영업이익 상위 10개 배출처를 제외하면 동 비중은 시나리오별로 39.0%, 117.0%, 195.0%까지 상승하여, 영업이익이 낮은 기업일수록 탄소세로 인한 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됐다. 

탄소세액이 영업이익을 초과하는 배출처 수도 시나리오별로 각각 22개, 41개, 50개에 이르렀다.

◆ 발전에너지 분야 부담 가장 높아

업종별 부담 순위는 중위 시나리오(30달러/tCO2eq) 기준으로 ▶발전에너지 8조8000억원 ▶철강 4조1000억원 ▶석유화학 2조1000억원 ▶시멘트 1조4000억원 ▶정유 1조2000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요 발전에너지 공기업 및 자회사(7개사)가 부담해야 하는 탄소세만 7조3000억원에 달해 원가 상승으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경련은 주장했다.

철강 업종에서도 배출량 1, 2위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탄소세액 합계는 3조7000억원인 반면 양사 영업이익 합계는 4조2000억원으로 영업이익 대비 탄소세액의 비중이 88.9%에 이른다. 1년 동안 벌어들인 영업이익 대부분을 탄소세로 내야 하는 것이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탄소중립은 우리 경제와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지만, 한국은 제조업 비중이 주요국에 비해 높아 산업부문의 저탄소화 전환에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과도한 탄소세 도입으로 산업계 부담이 지나치게 가중될 경우 오히려 투자 위축, 일자리 감소, 물가 상승 등 경제 전체에 악영향이 발생할 수 있어 탄소세 도입에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실장은 또 “미국과 같이 저탄소화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저탄소화 관련 기술개발 연구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신성장동력 기술 대상 포함을 통한 R&D 세제지원, 재교육을 통한 기존 일자리 전환 등 투자와 지원 중심으로 정책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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