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공사 신우경 부장 ‘코로나 19로 석유 산업 기록 양산’

석유수출 10.3% 줄어, 2002년 18.9% 등 이어 세 번째 감소폭

중동산 원유 비중은 서울올림픽 이후 60%대 진입, 도입선 다변화

정유사 5조1848억원 적자, 엑손모빌 224억$ 순손실 등 메이저도 못 피해

올해 정제마진 개선 속 흑자 전환 예상돼,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 속도 낼 듯

[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지난 해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19 여파는 우리나라 석유 산업의 여러 방면에서 기록을 세웠다.

대부분은 부정적인 이슈들이었지만 중동 원유 의존도 감소처럼 에너지 안보에 도움이 되는 기록도 만들어졌다.

한국석유공사 석유동향팀의 신우경 부장이 최근 주간석유뉴스에 게재한 ‘코로나19로 인한 국내 석유수급 영향 및 향후 전망’에 따르면 지난 해 한국 정유사 석유 수출 물량은 사상 세 번째의 감소폭을 기록했다.

석유제품은 우리나라 주력 무역 수지 기여도가 높은 수출 효자 상품인데 지난 해 수출 물량은 4억6,853만 배럴에 머물렀다.

석유 수출 물량은 2018년 5억 3,156만 배럴을 기록한 이후 2년 연속 감소했는데 특히 지난 해 수출 물량은 그 전 년 대비 10.3% 줄었다.

2002년의 마이너스(-) 18.9%, 2003년 - 12.6%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감소폭이다.

수출액은 물량 감소폭을 크게 초과해 전년 대비 40% 줄어든 229억불에 그쳤다.

코로나 19 여파로 전 세계적으로 석유 소비가 급감했고 유가도 급락하면서 수출물량과 수출액 모두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인 것.

다만 지난 해 우리나라 석유제품이 수출된 지역은 70개국에 달했다.

특히 중국에 우리나라 전체 석유 수출량의 28%인 1억3,107만 배럴을 판매했고 일본 12%, 미국 9% 순으로  수출됐다.

◇ 해상유 황함량 규제로 저유황 선박유는 늘어

석유제품 소비는 큰 폭으로 줄었는데 감소폭이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해 국내 석유 소비는 전년 대비 5.8% 감소한 8억 7,811만 배럴로 집계됐다.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기록한 마이너스 15.57% 이후 최대 감소폭을 기록한 것.

특히 수송 연료인 휘발유·경유·항공유 모두 코로나로 인한 이동수요 감소 영향으로 줄었다.

경유는 4.6%, 휘발유는 2.2% 감소했고 LPG는 0.2%가 늘었다.

항공유는 운항편수가 대폭 감소하면서 2019년 대비 44%가 감소했다.

다만 해운부문은 해상유 황함량 규제 강화인 IMO 2020 시행으로 저유황 선박 연료유 소비가 증가했다.

한편 코로나 19 확산에 따르면 이동 제한으로 가정에 거주하는 기간이 지속되면서 가정·상업 부문에서의 석유소비가 증가한 점은 특이사항이라고 신우경 부장은 분석했다.

◇ 미국산 원유 도입 비중 증가 추세

에너지 안보에 유의미한 기록도 세워졌는데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원유의 중동 의존도가 1988 서울올림픽 이후 처음으로 60%대 기록했다.

지난 해 우리나라가 도입한 원유는 총 9억 8천만 배럴로 전년 대비 8.6% 줄었다.

코로나 19로 국내 석유소비와 석유 수출 모두 감소하면서 정제가동률이 축소된 영향 때문이다.

다만 한 때 80%대를 훌쩍 넘던 중동산 원유 의존도는 큰 폭으로 낮아졌다.

지난 해 우리나라가 도입한 원유 중 중동 비중은 69.0%에 머무른 것.

중동산 원유수입 비중은 2016년 85.9%, 2017년 81.7% 등 80%대를 유지했는데 이후 70%대로 낮춰졌고 지난 해에는 60%대까지 떨어졌다.

이에 대해 신우경 부장은 ‘2020년 우리나라 도입 원유의 중동의존도는 서울 올림픽이 개최됐던 1988년 이후 처음으로 60%대에 재진입했다’고 평가했다.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이 줄어든 배경은 미국 셰일오일 생산량 증가로 WTI와 두바이유간 가격 역전현상이 지속됐고 국내 정유사들이 원유수입 다변화를 적극 추진한 결과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 도입된 미국산 원유는 미국의 원유수출 금지조치가 해제된 2016년말 245만 배럴에서 2017년 1,343만 배럴, 2018년 6,094만 배럴, 2019년 1억 3,789만 배럴, 2020년 1억 441만 배럴로 꾸준히 늘었다.

다만 지난 해에는 WTI와 두바이유 간 가격차이가 줄면서 감소세로 전환됐지만 국내 정유사들은 미국 물량 대신 멕시코 Maya, 러시아 사할린의 Sokol 원유, 서시베리아의 ESPO 원유 도입을 늘린 것으로 분석됐다.

◇ 코로나 19, 상·하류 모두 적자

한편 지난 해 코로나 19 확산 여파로 국내 정유사들은 연간 5조원이 넘는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1분기에만 4조 3775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는 등 지난 해 총 5조1848억원의 영업 손실을 입은 것.

글로벌 메이저 기업들도 큰 폭의 손실을 기록했다.

세계 최대 메이저인 엑손모빌은 지난 해 224억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고 BP 55억 달러, Total 72억 달러, 쉐브론 55억 달러, 코노코필립스 27억불의 순손실을 보였다.

이에 대해 신우경 부장은 ‘일반적으로 메이저 석유회사는 고유가 시기에는 탐사와 생산 등의 상류 부문에서, 저유가 시기에는 정제 등 하류부문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흐름을 기록해왔는데 코로나 19 사태는 저유가로 인한 상류부문 적자와 정제마진 마이너스로 하류부문 적자라는 메이저 석유회사라도 대응하기 어려운 영업환경을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한편 에너지경제연구원이 1월말 발표한 에너지수요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석유 수요는 상반기까지 코로나19의 여파가 계속되면서 수송용 유류를 중심으로 정체되지만 하반기에는 나프타와 LPG 같은 원료용 수요가 증가하면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됐다.

이와 관련해 신우경 부장은 ‘지난 해 4분기부터 시작된 국제 유가 상승세, 미국 텍사스 한파로 인한 정제마진 개선 등으로 올해 국내 정유산업의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고 전제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에너지전환 추세 속에서 국내 정유사들은 생존을 위해 클린 에너지로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및 정제시설 고도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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