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질리언스(Resilience)와 집단에너지
리질리언스(Resilience)와 집단에너지
  • 숙명여자대학교 기계시스템학과 임용훈 교수
  • 승인 2021.03.24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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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명여대 임용훈 교수

[숙명여자대학교 기계시스템학과 임용훈 교수]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리질리언스(Resilience)란 용어는 일반적으로 ‘회복 탄력성’을 의미하며, 특히 태풍, 홍수 등 재난·재해 등으로부터 블랙아웃과 같은 대규모 정전사태 로 인한 피해 발생 시, 정상상태로 얼마나 빨리 회복할 수 있는지 정도 나타내는 전력망 안정성 지표라 할 수 있다. 

최근 기후변화의 영향이 본격화하면서 예측하지 못한 급격한 기상 변화와 태풍, 폭설, 폭우 등 재난·재해의 발생 빈도와 강도가 나날이 증가하는 추세여서 바야흐로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의 뉴노멀 시대에 본격 돌입한 모양새다. 

얼마전 영동지역 폭설로 인한 대란 등 국내뿐 아니라 최근 미국의 대형 태풍 ‘샌디’ 사례, 텍사스에 발생한 폭설과 한파로 인한 물부족과  정전사태로 초래된 중대 재난급 피해 사례는 기후변화로 파급될 수 있는 대규모 전력망 피해의 위험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이러한 측면에서 최근  2050년 탄소 중립 선언과 함께 지속 가능한 친환경 에너지생태계로의 전환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국내 에너지산업의 현주소에서 전 세계적 탈 화석에너지 정책 기조에 부합하는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체질개선 방향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임에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오랜 기간 유지해온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다소비 체제로부터 에너지생산 밀도가 낮은 신재생에너지로의 급격한 전환에 따른 간과되고 있는 잠재적 위험성은 없는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또한 적지 않다. 

이러한 우려 속에는 앞서 언급한 대규모 재난, 재해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규모와 강도로 진화되고 있는 최근 기상 변화의 환경속에서 재생에너지 시스템의 안정성, 즉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의 심각한 위협요인이 상존하고 있음에 대한 경고의 의미가 담겨 있다. 

대표적인 재생에너지원인 태양광, 풍력발전 시스템은 태생적으로 태풍, 폭설, 혹한 등 자연재해에 매우 취약한 단점을 가지고 있으며, 비단 해외의 사례를 찾아보지 않더라도 최근 잦은 기상 변화에 따른 산사태, 강풍 등으로 적지 않은 태양광 및 풍력발전 시스템에 큰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소식을 뉴스를 통해 어렵지 않게 전해 들을 수 있다.

정부는 최근 제9차 전력수급 기본계획, 3차 에너지기본계획 및 분산에너지 활성화 로드맵 정책 등을 통해 친환경 재생에너지와 분산에너지 중심의 새로운 에너지생태계 마련을 위해 고심 중이며, 3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는 2040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30~35% 확대, 연료전지 등 분산형 전원확대와 계통체계 정비 및 전력 프로슈머 확대 등을 주요 골자로 하는 과제 들을 중점 추진함으로써 그동안 과도한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산업 개편에서 다소 소외되어왔던 분산형 발전 산업의 육성에 팔은 걷어붙이고 나선 모양새다. 

이러한 정부의 본격적인 분산에너지 보급 활성화 정책은 의도했던, 의도치 않았든 간에 앞서 살펴본 기상의 뉴노멀 시대에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전력망의 회복 탄력성 확보를 위한 중요한 계기가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향후 국내 에너지산업의 발전 방향, 특히 집단에너지 산업의 발전 방향 수립에 큰 단초를 제공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국내 전력산업은 한전 중심의 독점적 중앙집중형 발전환경에서 기술적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분산에너지원의 기능을 상실해버린 소형열병합발전 사업의 한계를 딛고 대표적인 분산발전 사업자의 역할을 수행 오고 있는 집단에너지 사업은 한때 기후변화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 규제 강화 정책의 가장 큰 수혜자로 기대받았다. 

하지만 오히려 열병합발전 방식을 통한 전력생산 기능에 의해 발전부문으로 분류되어 가장 강력한 배출규제를 적용받는 등의 우여곡절 끝에 당초 예상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온실가스 편익 기여도를 인정받는 수준에 머무르면서 사업 재도약의 동력을 확보하는 데 실패하였다. 

결과적으로 석탄을 주 연료로 하는 산업단지 집단에너지는 말할 것도 없고 LNG를 주연료로 하는 지역냉난방 사업 또한 정부의 강력한 온실가스 감축 규제 적용에 따른 사업침체의 소용돌이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기후변화와 코로나 19 범유행에 따른 전반적인 산업 침체 등 급변하는 대내·외 에너지 사업환경 변화에 부합하여 새로운 재도약을 모색해야 하는 국내 집단에너지 산업은 기상의 뉴노멀 시대, 재난,재해로부터 취약한 재생에너지 시스템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뛰어난 리질리언스 능력을 발판 삼아 2000년대 초반의 사업 융성 시기로의 재도약을 모색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정부 목표 기준 2035년 최대 40%)에 따라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전력계통 불안정성 문제를 경험하고 있는 유럽의 독일 및 덴마크의 경우, 각각 30%, 50% 이상을 웃도는 재생에너지 전력생산 비중에도 불구하고 집단에너지 산업과 연계한 Power to Heat(P2H) 기술 적용 등 전력계통 변동성 해소를 위한 분산형 에너지 그리드로서의 집단에너지 산업 역할의 재발견을 통해 재생에너지 기술과 융합한 안정적인 전력망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집단에너지 산업계에 시사하는 바는매우 크다고 하겠다.

향후 국내 집단에너지 산업은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는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정책 기조에 편승하지 못하고 기존의 고효율화 및 규모의 경제성에 따른 현행 사업모델을 고집할 경우 국가 전력산업의 신재생에너지발전 비율 증가에 따라 그동안 대표적인 장점으로 내세웠던 에너지절감  편익 효과가 급감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됨을 유의해야 한다. 

특히 산업단지 집단에너지 사업은 스팀터빈 중심의 발전방식으로 복합 열병합발전 방식의 지역냉난방식 사업에 비해 에너지절감 편익이 상대적으로 더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지역냉난방 사업보다 훨씬 이른 시점에 험난한 상황을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따라서 향후 기상의 뉴노멀 시대를 맞이하여 국내를 대표하는 분산발전시스템의 지속 가능한 지위를 유지려면 열병합발전에 따른 기존의 효율성 편익에 의존하는 전략에서 과감히 탈피, 새로운 편익 기여도에 대한 지표 발굴이 필요하며, 이런 관점에서 최근 전력망 안정성 측면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회복탄력성(리질리언스; Resilience) 편익을 극대화할 방안 마련과 전략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라 하겠다. 

마침 정부 또한 최근 발표된 산업부 분산에너지 활성화 로드맵에서와같이 지역주도의 분산에너지 산업 육성의 기치를 전면에 내걸고 있는 만큼 지역 내 수요 전력을 직접 공급할 수 있는 구역전기사업 모델이나 기존 열 네트워크 인근 신규 열 수요 등을 적극 발굴, 연계하는 마이크로 에너지 그리드 기반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변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