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간 균형적인 보급을 명분으로 하는 정부의 에너지세제개편이 그 방향성을 잃어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연료간의 상대가격비가 당초 정부가 설정했던 방향에서 벗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재정경제부의 교통세법 개정으로 7월 이후 경유 세금이 리터당 52원이 오르면서 휘발유 소비자가격 대비 100: 85수준에 근접하게 됐다.

100:85는 정부가 오는 2007년 7월을 목표로 삼고 있는 휘발유와 경유의 상대가격비로 1년여 앞서 미리 달성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재경부는 고정된 세금보다는 수시로 변동하는 각 연료의 제조원가 차이로 상대가격비가 당초의 정책적인 목표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에너지세제개편의 취지나 명분을 생각한다면 석연치 않은 대목이 없지 않다.

정부가 지난 2001년 1차 에너지세제개편을 단행한 것은 휘발유와 경유, LPG 등 주요 수송연료간의 세제 왜곡으로 LPG차량의 보급이 지나치게 높아졌다는 판단에서였다.

이 때문에 1차 에너지세제개편에는 2000년 7월 100:47:26이었던 휘발유와 경유, LPG의 상대가격비를 올 7월까지 100:75:60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경유승용차 시판이라는 돌출적인 변수가 등장하며 경유 연료를 사용하는 차량이 급격히 늘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고 결국 2차 에너지세제개편방안이 마련됐다.

휘발유와 경유, LPG의 상대가격비를 100:85:50으로 재조정하며 1차 세제개편안에 비해 경유 상대가격비를 올리고 경쟁연료인 LPG는 낮추는 방안을 확정지었다.

이에 따라 재경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 7월 추가로 경유 세금을 리터당 52원 올렸고 이 때문에 휘발유와의 상대가격비는 85% 수준에 근접하게 됐다.

교통세법에는 내년에 또 다시 리터당 50~60원을 올릴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어 추가적인 인상이 불가피하고 휘발유와의 상대가격비는 90%선을 넘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재경부는 탄력세율을 적절하게 활용해 경유의 교통세 실행세율을 낮추는 방식 등으로 상대가격비에 대한 배려가 필요한데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에너지세제개편작업이 시작된 2001년 이후 지난해까지 석유 관련 세금 징수액은 천문학적으로 증가했다.

2001년 15조112억원이던 유류세 징수액은 2002년을 제외하면 매년 증가세를 보였고 지난해에는 4조2983억원이 늘어난 19조3095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7월 경유 관련 세금이 리터당 52원이 올랐으니 지난해 하반기 소비된 경유물량만큼 올해 하반기에도 소비될 경우 5800억원 이상의 세수 증대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고유가 부담 때문에 법에서 예정된 세금 인상분을 줄여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부가 세제개편에 착수한 그 명분에 충실해야 한다는 단순한 요구에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

재경부는 항상 세수 지향적이라는 꼬리표를 언제나 뗄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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