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적 인프라 갖춘 주유소가 미래 에너지 공급처 역할해야
친환경차 보급정책과 주유소 폐업지원책은 동시에 마련돼야
수소충전소 양적 확대 보다는 안전 우선된 질적 확대 필요
주유소 경쟁촉진정책 중단하고 경영 효율화 정책 도입돼야

[지앤이타임즈 인터뷰 : 한국주유소협회 유기준 회장]

한국주유소협회 유기준 회장

정부가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그린뉴딜 정책을 통한 과감한 녹색전환 계획을 발표했다.

탄소중립 사회를 향한 그린뉴딜 정책 추진을 위해 에너지를 비롯한 산업 전반에 대한 전환정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 가운데 친환경 수송 분야에서는 전기차·수소차 등 그린 모빌리티 보급을 확대하고 기술력 확보와 산업생태계 육성을 위해 2025년까지 전기차 113만대, 수소차 20만대를 보급하고 전기차 급속 충전기는 1만 5000대, 수소 충전소는 450곳을 설치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다만 에너지 전환에 따른 쇠락산업에 대한 지원 정책은 구체화된 것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주유소업계의 반감이 커지고 있다.

제주도의 경우에도 2030년 탄소제로섬 제주 계획(CFI계획)이 실현되면 주유소 93%가 문을 닫는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지만 기존 연료공급처인 주유소에 대한 지원정책은 전무한 상태다.

정부의 전기차‧수소차 보급 확대정책에 대한 주유소 업계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한국주유소협회 유기준 회장을 만나 주유소업계 의견을 들어봤다.

▲ 기후변화에 대응한 에너지전환정책 일환인 전기차와 수소차 보급확대에 대한 견해는 무엇인지.

- 정부의 그린모빌리티 정책 추진에 따라 협회에서는 미래 에너지시장에서도 주유소가 석유제품 판매뿐만 아니라 전기에너지, 수소에너지 등 다양한 에너지 수요를 해결하는 친환경 복합에너지 공급처로서의 변화를 모색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협회에서는 정부의 정책 변화에 주유소업계가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갈 수 있도록 한국수소산업협회와 MOU를 체결한바 있으며 환경부, 한국환경공단 등과도 MOU 체결을 준비중에 있다.

하지만 협회에서 전기차와 수소차 충전인프라 구축 확대를 위해 적극 나서고 있는 것에 대해 주유소업계에서는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는 것 같다. 전기차 보급이 확산될수록 기존 휘발유나 경유에 대한 소비는 자연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주유소업계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정부의 그린모빌리티 정책 추진에 따라 전기차와 수소차 충전인프라 구축 확대를 위해서는 기존 주유소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방안이 가장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전국 어디에서든 주유소를 쉽게 찾을 수 있을 만큼 풍부한 인프라를 갖추고 미래 에너지 시장에서도 자동차와 관련한 다양한 에너지 수요를 해결하는 친환경 복합에너지 공급처로서의 요소들을 매우 잘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 우리정부가 친환경차 보급전망을 과도하게 책정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 이에 대한 의견은.

- 정부가 정책을 만들고 수행할 때는 결코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균형적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친환경차 보급과 관련해서도 친환경에너지 산업과 기존 전통에너지 산업을 두루 고려해 균형적인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더욱이 주유소업계는 정부의 친환경차 보급 정책이 아니어도 주유소간 거리제한 폐지와 가격경쟁 정책으로 인해 이미 경영환경이 매우 열악한 상항에 처해있다.
한계 주유소들이 급격히 늘어가고 있을 정도로 위기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주유소업계의 위기는 에너지 관련 자영업의 급격한 붕괴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에게도 안정적인 석유제품 공급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수 있는 문제다.

따라서 급격한 친환경차 보급 정책 추진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만큼 주유소업계에 대한 폐업 지원 정책이나 사업다각화 측면에서 정부와 업계, 학계 등이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 에너지경제연구원 김재경 박사는 제주도내 전기차 보급 확대정책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93%의 주유소가 문을 닫게 된다고 전망했는데 주유소들의 반응은 어떤지.

- 제주도의 전기차 보급확대 정책 추진에 대해 제주도에서 영업중인 주유소 뿐만 아니라 전국의 많은 주유소들이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가뜩이나 한계 상황에 처해 있는 주유소업계의 경영 악화를 더욱 심화시켜 사실상 강제적인 폐업 조치나 다름없는 생존권을 위협하는 정책이라는 반응이다.

특히 이번 제주도의 사례는 전국으로 확대될 수 있는 만큼 전국에서 영업 중인 주유소 뿐만 아니라 LPG와 차량정비업 등 연관 산업의 종사자들까지도 함께 단체행동 등 대응 방안을 추진해 나가자는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 환경부 예산으로 설치된 수소충전소의 64%가 정상운영되지 않고 있어 양적 확대도 중요하지만 안전문제 등 질적 확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지.

- 수소는 미래 에너지원으로서 장점도 많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은 에너지원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수소라고 하면 수소 폭탄 등 폭발 위험이 크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많은 만큼 수소충전소 확대를 위한 정책 수립에 앞서 수소에너지에 대한 불안감이나 부정적인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안전대책을 우선 추진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국회 예산정책처 자료에서도 알 수 있듯이 수소충전소 한 곳을 설치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30억원이나 되는데 다 지어놓고도 고장때문에 운영을 못하고 있는 곳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 창원과 광주 임암, 충북 충주, 세종 정부청사, 강원 삼척 등 비교적 최근에 설치된 수소충전소에서도 잦은 고장이 발생해 멈춰섰다.

청주에서도 주유소 몇 곳이 수소충전소를 설치했지만 안전문제 등으로 인해 영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을 보면서 수소충전소 사업 추진을 접은 바 있다.

수소충전소 구축 지원과 더불어 이미 구축된 충전소의 유지보수와 운영관리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과 함께 수소충전소의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평가·인증제도와 안전관리 모니터링 시스템 등 안전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들을 마련해 국민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 회장님도 직접 수소충전소를 추진하다 중단했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인 이유는 무엇인지.

- 현재 영업중인 주유소에 수소충전소 설치를 추진하다 중단했는데 앞으로 다가올 미래 수소차 시대를 미리 준비한다는 의미도 있었고 청주시의 협조 요청도 있어 추진했었다.

하지만 주유소 내에 수소충전소를 설치했을 때 주유소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와 아직은 수소차 보급이 많지 않아 경제성 부분에서도 고민이 컸다.

특히 수소충전소를 설치한 주변 주유소들이 설비의 잦은 고장과 수리지연으로 충전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자주 발생하고 있어 운영상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더욱이 하루 충전 가능 차량이 40여대에 불과하고 충전압력으로 인해 시간당 충전 가능차량이 제한되는 등 사업자 입장에서 수익성을 고려했을 때 아직은 이르다는 생각에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본 후 수소차 충전 사업에 진출해도 늦지 않겠다는 판단을 하게 된 것이다.

▲ 정부의 수송용 연료 전환 정책에 맞춰 기존 에너지 공급처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온 주유소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생각되는데 어떤 방식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

- 기후문제나 미세먼지 대응을 위한 정부의 역할과 정책 추진에 충분히 공감하지만 내연기관차에서 그린 모빌리티로 넘어가는 과정에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연착륙을 도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주유소가 전기차 또는 수소차 충전사업을 병행할 수 있도록 주유소에 특화된 ‘주유소내 친환경 충전소 인프라 구축 사업모델’개발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기존 주유소에서 친환경 충전소 설치 시 비용 지원과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는 사업초기 구축비용 외 사업운영비 지원과 기타 세제 혜택 등이 포함돼야 한다.

또 다른 방안으로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감소에 따라 폐업 및 업종전환을 원하는 주유소를 지원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주유소의 폐업이나 업종전환의 가장 큰 장애물인 토양오염 정화비용을 정부가 직접 지원하거나 주유소 공제조합 설립을 통해 간접 지원하는 방식으로 주유소업계의 안정적인 전·폐업을 유도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정부의 과도한 경쟁촉진정책은 주유소 경영난을 가중시키고 있으며 이로 인한 사회적 문제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수송용 연료 전환에는 알뜰주유소라고 예외가 될 수 없기 때문에 경쟁촉진 정책 보다는 주유소들이 경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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