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주유소, 6만 곳에서 3만곳으로 반토막…구조조정 진행 중
일본 주유소, 6만 곳에서 3만곳으로 반토막…구조조정 진행 중
  • 정상필 기자
  • 승인 2021.01.05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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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매사 합병‧통합 통해 17개사에서 4개사로 재편…2개사가 80% 점유

2030년 차세대자동차 비중 70% 목표…내연기관차는 60%→30%로 감축

주유소 구조조정 위해 정부 폐업 보조금 지원…연평균 1200곳 폐업

한국도 영업난에 문닫고 그린모빌리티 전환에 강제 폐업, 위기 경보

정부 지원 절실, 유기준 주유소협회장 ‘한계업소 퇴출, 정부도 책임져야’

[지앤이타임즈] 일본에는 정유사 개념인 원매사가 수십여곳 존재했다.

SK에너지를 비롯해 4개 정유사가 집약되어 있는 우리나라와 다른 모습이다. 

지진 같은 자연재해가 빈번한 탓에 해안가를 따라 소규모 정제설비들이 건설됐던 탓인데 많게는 32곳까지 경쟁했다.

쉘 등 외국 자본 원매사들이 진출한 점도 우리나라와 다르다.

우리나라에도 한 때 BP 같은 외국계 메이저들이 진입을 검토했지만 실행되지는 않았다.

한국 정유사의 단일 규모 정제능력과 고도화설비 비율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경쟁력을 추월하기가 쉽지 않았고 높은 부동산 가격으로 주유소 같은 소매 시장 진출에 천문학적 자금 투입이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그런데 일본 석유 시장이 원매사를 비롯해 소매 시장까지 심각한 구조조정이 벌어지고 있다.

외국 자본 원매사 상당수가 철수했고 JX에너지, 이데미츠(Idemitsu) 등 이른 바 민족자본으로 불리는 기업들이 통폐합을 주도하면서 일본 석유 시장을 통일중이다.

JXTG홀딩스는 지난 20년 동안 8곳의 원매사를 통합했다.

특히 지난 2010년 신일본석유와 재팬에너지를 합병하며 자국 내 석유 유통의 50%, 1만 3천 곳이 넘는 주유소 네트워크를 확보했다.

이어서 지난 2017년 4월 JX에너지와 도넨제너럴 석유가 합병해 JXTG 에너지 주식회사로 상호를 변경했으며 올해 7월에는 ENEOS주식회사로 상호를 변경했다.

일본 석유회사의 양대산맥인 이데미츠는 지난해 4월 쇼와 쉘(Showa Shell)을 통합해 ‘이데미츠’로 일원화해 자국 내수 시장의 30%, 6500 여곳의 주유소를 운영중이다.

이들 ‘걸리버 원매사’들은 경쟁력이 떨어지는 직영 주유소 문을 닫는 등 소매시장 축소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 수년 동안 원매사들이 직영하는 주유소는 3백곳 이상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직영점을 운영하는 과정의 비용은 증가하고 수익성은 떨어져 과감한 체질 개선 작업을 벌이고 있다.

그 한편에서는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천연가스와 전력 등 에너지 사업을 다원화하면서 포스트 석유 시대를 대비하는 모양새이다.

소매 시장 구조조정은 더욱 치열하다.

외국계를 비롯한 원매사가 난립하면서 출혈 가격 경쟁이 심화됐고 주유소 수 급증, 석유 소비 정체 등의 영향이 겹치면서 줄 폐업 중이다.

실제로 일본 주유소는 지난 1995년 6만421곳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해마다 평균 1,200곳이 감소하면서 2020년 기준 2만9637곳까지 줄었다.

약 20여 년 사이 절반 정도의 주유소만 살아남은 것인데 앞으로도 구조조정이 지속되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 차세대자동차 2030년 50~70% 목표

세계 최고의 하이브리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 자동차 산업의 특성에 따라 내연기관과 전기모터가 병행 탑재된 하이브리드자동차 보급이 늘고 있다.

내연기관에서 화석연료를 사용하며 고속 주행할 때 발생하는 전기에너지를 저장해 저속 주행시 전기 모터를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특성 상 차량 1대당 석유 소비량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 일본 석유업계의 분석이다.

전기차 등 그린모빌리티 보급이 늘어나는 것도 주유소 판매량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 차세대자동차진흥센터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기준 내연기관자동차 판매대수는 279만대로 63.6%를 차지했으며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등 차세대자동차의 판매대수는 159만대로 36.4%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차세대자동차 가운데 하이브리드차의 판매량은 138만대로 31.6%의 비중을 차지했다.

일본은 2030년까지 신차 판매에서 전기차와 수소차 등 차세대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을 50~70%까지 확대 한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다.

반면 현재 63%인 내연기관차의 비중은 30~50%로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일본 주유소들은 자연스럽게 비용 절감과 수익 다변화를 모색중인데 대표적인 현상중 하나가 셀프주유소 확산이다.

현재 일본 주유소 중 약 30% 이상이 셀프주유 시스템으로 개편됐고 전체 내수 판매의 80%를 점유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셀프주유소는 지난 1999년 처음 도입된 이후 현재까지도 지속적으로 증가중이다.

특히 2002년부터 2010년 사이 연평균 875곳이 증가하면서 9년 사이 7874곳이 증가했다.

이후 소폭 증가세를 이어오며 2019년 1만곳을 넘어선 이후 2020년 기준 1만320곳이 셀프로 운영되고 있다.

연료 판매 시장에서 경쟁하기 보다 다양한 유외 사업을 도입해 부가 수익을 창출하려는 움직임도 거세지고 있다.

세차나 차량 내외부 리플레이션은 이미 일반화돼 있고 일본 최대 자동차 정비 및 용품 프랜차이즈인 옐로우햇 등과의 제휴 등 경쟁 보다는 수익을 중요시 하는 사업을 적극적으로 유치중이다.

◇ 일본, 보조금 지원 통해 주유소 구조조정

그런데 원매사와 소매 시장의 구조조정은 궁극적으로 소비자 선택권 제한과 기름값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 전국석유상업조합연합회(이하 전석련)에 따르면 공격적인 흡수 합병으로 JXTG가 자국내 최대 석유기업으로 탄생한 2017년 이후 석유 소매 시장 가격 경쟁이 크게 줄었다.

원매사들은 생산량을 줄이는 동시에 내수 보다 수출에 더 집중하면서 소비와 생산 사이의 균형을 확보중이다.

그 결과 판매량을 늘리려는 시도 보다는 수익성에 치중하며 판매 가격 인상에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원매사가 석유를 출하할 때 제시하는 관행 중 하나인 현물 시장 경쟁은 사라졌다.

현물 시장은 일반적으로 정제사들의 공급 과잉 시장에서 형성되는데 정상적인 유통 가격 보다 낮은 수준에 출하되면서 가격 경쟁은 심화되지만 소비자 효용은 높아지게 된다.

현물 경쟁이 없어지면서 주유소들도 판매량을 늘리기 위한 가격 경쟁 보다는 마진 극대화 전략으로 선회중이다.

지난 2018년 일본 석유유통업계 벤치 마킹을 위해 현지를 방문 조사한 석유유통협회 김상환 실장은 “우리나라 보다 정제 고도화가 미약하고 소규모 시설로 효율이 낮은 일본 원매사들이 통폐합되는 과정에서 시장 경쟁은 줄어 들었고 구조조정으로 수가 크게 감소한 주유소들 역시 업소 한 곳당 판매량은 증가하고 마진은 개선되는 효과로 연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 과정에서 휴폐업 주유소들이 방치되면서 환경 오염과 도심 미관 훼손 등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데 일본 정부는 적극적인 구제 지원을 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특정석유제품 수입 잠정조치법’ 폐지 등의 규제완화를 계기로 주유소 가격경쟁이 심해지면서 어려운 경영환경에 놓인 주유소의 안정적인 휴‧폐업 유도와 토양오염 방지 등을 목적으로 주유소 폐업 시 보조금을 지급하는 경영구조 개선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한국주유소협회가 지난 2012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지원하는 2010년 기준 폐업보조금 규모는 주유소 한 곳당 350만엔으로 총 907건을 지원해 교부결정 총액은 31억7487만엔을 지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원화로 환산하면 310억원이 넘는 규모이다.

일본은 정부 보조를 통해 주유소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해마다 1200 여 곳이 정리되면서 1995년 3월 6만421곳에서 2020년에는 2만 9637곳으로 3만784곳의 주유소가 사라졌다.

◇ 수송용 연료 전환 앞서 주유소 지원방안도 마련돼야

우리나라도 주유소 업계가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진입했다.

지난 2010년 3만3곳으로 정점을 기록한 이후 매년 수백곳씩 문을 닫으면 올해는 1만1384곳까지 감소했다.

중소기업연구원 홍충기 박사는 지난 2015년 열린 ‘주유소 업계의 바람직한 구조조정 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한계 주유소의 퇴출지원을 통해 주유소 업계의 공생이 가능한 숫자가 1만60곳으로 추산했다.

이 시나리오를 감안하면 앞으로도 1000곳 이상이 없어져야  한다.

전기차 등 그린모빌리티 확산 정책으로 내연기관 연료 공급 채널인 주유소가 사라지는 것도 시간 문제이다.

제주도의 경우 ‘탄소제로섬 제주 이행계획’에 근거해 오는 2030년부터 내연기관차 등록을 중단하고 전기차 보급을 확대해 전체 자동차등록대수 중 70%인 37만 7000대를 보급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상당히 도전적인 목표지만 이 계획이 실행되면 제주도내 주유소 93%가 문을 닫는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국책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실시한 연구결과인데, 현재 제주도내 영업 주유소 총 193곳 중 180곳이 문을 닫고 13곳만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제주도에 국한된 연구결과이지만 정부의 수송용 연료 전환계획을 감안하면 조만간 전국적인 현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문을 닫아야 하는 주유소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김재경 연구위원은 “전기차와 수소차의 보급 확대를 통한 수송용 연료 전환은 가뜩이나 과당경쟁으로 한계 상항에 있는 주유소 사업자들의 경영 악화를 심화시켜 사실상 강제적인 폐업으로 내몰 수 있다”며 “영세 소상공인들의 폐업과 사업전환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수송용 에너지 전환정책과 함께 주유소에 대한 지원 방안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석유관리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이후 최근까지 폐업한 주유소 850곳 가운데 시설물이 철거되지 않고 방치중인 곳이 2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을 철수하는 상황에서 1억원이 넘는 철거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정부의 과도한 경쟁 촉진 정책으로 주유소 경영난이 더욱 심각해지면서 주유소협회는 주유소 폐업지원을 위한 재원마련을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일본처럼 정부 지원을 통해 한계 주유소 퇴출을 통한 구조조정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주유소협회 유기준 회장은 “일본 정부는 주유소시장이 과포화상태로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석유시장 부실화와 환경오염 문제에 대응해 경쟁력 없는 주유소는 과감하게 구조조정에 나섰다”며 “우리 정부도 한계주유소의 퇴출을 통한 바람직한 구조조정을 위해 정부의 책임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