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이후 정제마진도 적자, 정유업 5조 넘는 손실 기록
내연기관차 판매 중단 선언 속 그린모빌리티 전환 가속화
주유소 구조조정 여전, 정부 알뜰 주도·과도한 규제 등 삼중고

[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 

# 맥주 한 잔 값도 안되는 캐나다 중질원유 
# ‘원료 원유 보다 완제품 휘발유값 낮아’ 정유업 시름 깊어 
# ‘저장공간 없어 어쩔 수 없이 생산량 줄여야’

코로나 19 팬데믹이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 4월 본 지 석유 관련 뉴스 제목들이다.

2020년 석유업계는 경영 실적, 미래 사업 전망 등에서 최악의 해를 맞았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전 세계 석유 수요는 급감했고 국제유가는 급락했다.

미국 원유 가격 지표가 되는 WTI는 5월 선물거래 만기일을 앞둔 4월 20일, 마이너스(-) 37.63불을 기록했다.

원유가 넘쳐나며 저장 공간 조차 확보할 길이 없어지면서 웃돈을 얹어 주고 팔겠다는 사상 초유의 거래가 형성될 정도였다.

우리나라 정유사들도 일제히 정제 가동률을 축소했고 도입 계약을 맺은 원유를 보관할 내륙 저장 공간이 모두 차면서 바다위 유조선에 정박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 알뜰주유소 저가 판매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여전히 높다. 호남고속도 여산(상)주유소에 늘어선 차량들.

석유  수요 보다 공급이 넘치면서 정제마진은 곤두박칠쳤고 지난 3월 셋째 주 마이너스(-) 1.9불을 기록한 이후 9월까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현재는 플러스 정제마진을 형성중이지만 손익분기점에는 한참 미치지 못해 여전히 적자 행보 중이다.

정제마진 악화는 정유사 경영 실적으로 이어지며 올 한해 5조원 규모의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2030년 제주도 주유소 대부분 문닫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석유산업이 예전의 영광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석유 소비 회복이 요원한데다 내연기관 퇴출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 지난 10월 제주도 원희룡 지사가 ‘2030년 내연기관차 신규 등록 중단’을 선언하고 있다.

‘2030년 탄소제로섬(Carbon Free Island)계획’을 추진중인 제주도는 2030년 이후 내연기관차 신규 등록 중단을 선언했다.

제주도 계획이 현실화되면 2030년에는 도내 주유소 중 93%가 문을 닫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는 2035년 또는 2040년부터 무공해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 판매만 허용하자고 정부에 제안했고 현재 검토중이다.

속도의 문제일 뿐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차의 시장 퇴출은 불가피한 상황으로 정유사, 주유소 등 석유산업의 체질 개선이 요구되고 있는데 정유사의 변신은 속도감을 보이고 있다.

SK에너지 지주회사인 SK이노베이션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생산사 입지를 구축중이고 그룹 차원에서 수소사업추진단을 발족하며 수소연료전지차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 GS칼텍스가 미래 모빌리티의 연료 공급 거점 브랜드로 론칭한 ‘에너지플러스’ 매장 전경.

GS칼텍스는 주유소의 개념을 재해석해 전기, 수소차 등의 그린카 연료를 복합적으로 공급하는 ‘에너지플러스’ 브랜드를 론칭했다.

정유사인 현대오일뱅크는 전기차 전용 충전소 설립을 발표했고 최근 S-OIL은 수소∙연료전지같은 신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다만 석유 소매사업자인 주유소의 구조조정은 가속화되면서 영업업소 수는 지난 해 87곳 줄었고 올해 들어서도 감소중이다.

문제는 정유사와 달리 개별 주유소 차원에서 전기, 수소차 등 그린 모빌리티 충전 거점으로 전환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으로 주유소 용도 전환 등의 과정에서 정부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주유소 과도한 규제 논란 속 산업부 처벌 완화 고민중

올해 역시 알뜰주유소를 통한 정부의 시장 개입 논란은 여전했다.

특히 석유공사, 도로공사, 농협중앙회가 주도하는 알뜰주유소 성장세가 이어져 올해 처음으로 1200곳을 돌파했고 주유소 점유율도 10.6%를 넘으며 시장 장악력이 커졌다.

다만 전국 최저가 판매 여부를 평가 지표로 삼고 있는 도로공사 정책에 반발하며 석유가격을 올리는 고속도로 주유소가 등장하는 등 알뜰주유소 운영 주체와의 불협화음도 목격됐다.

석유공사는 자영 알뜰주유소에 지급하는 인센티브를 확대했고 공기업의 시장 교란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석유사업법령에 명시된 석유판매사업자의 영업방법 위반으로 적발된 업소가 크게 늘어나면서 과도한 규제와 처벌이라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석유 도착지 변경, 보관 주유, 거래상황기록 미준수 등 경미한 법 위반 행위들이 석유사업법령에서 ‘행위의 금지’에 포함돼 강력한 처벌을 받고 있는데 2015년 163곳 이던 것이 지난 해에는 558곳까지 늘었다.

이와 관련해 석유사업법령에 영업방법 위반의 구체적인 행위가 명시되어 있지 않은데도 정부가 유추 해석하며 과도하게 단속, 처벌하고 있다는 불만이 높아지고 있고 산업부는 처벌 기준 완화 등을 검토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 동해가스전 수명이 다해가는 가운데 정부는 대규모 해상 풍력 발전 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동해가스전 부유식 해상 풍력발전단지 조감도.

한편 우리나라를 산유국 대열에 진입시킨 동해가스전의 수명이 다해 가는 가운데 정부는 대규모 풍력발전단지로 재활용하는 방안을 모색중이다.

또한 동해가스전 인근의 심해 유전 탐사도 호주 우드사이드와 진행중이다.

중동 의존도가 높던 원유 수입 비중은 60%대까지 떨어졌고 미주와 러시아산 도입물량이 늘어나면서 도입선 다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국내 최대 석유대리점인 SK네트워크가 석유유통사업에서 철수하면서 유통망을 ‘코람코-현대오일뱅크’컨소시엄에 매각했고 현대오일뱅크는 석유유통망 기준으로 SK에너지에 이어 2위로 올라서는 계기도 마련됐다.

▲ 2020년 석유 산업 주요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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