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디젤(BD20)은 지난 2002년 이후 4년이 넘는 시범보급사업을 통해 유통이나 품질, 가격, 수급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대체적인 검증이 끝난 상태다.

그 결과를 토대로 고농도 바이오디젤 혼합유인 BD20의 주유소 유통을 금지시키게 됐다.

이 경우 중소규모인 바이오디젤 생산업체들의 경영난을 우려해 산자부와 정유업계는 법적인 근거도 없는 상황에서 일반 경유에 바이오디젤을 혼합하는 전향적인 결과물을 제시했다.

지난해 6개 바이오디젤 생산사들이 시중에 판매한 바이오디젤은 1만5000톤 규모에 그쳤지만 정유업계는 오는 7월 이후 연간 9만톤의 제품을 구매하기로 약속했다.

BD20의 주유소 유통이 허용되는 올해 상반기 동안 이들 업체들이 시중에 공급한 바이오디젤이 약 5000여톤 규모로 추정되는 것은 감안하면 올해만 최소 5만톤 이상이 풀리게 되는 셈이다.

지난해에 비해 3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내년에는 최소 9만톤 이상이 공급돼 유통물량은 꾸준히 늘어나게 된다.

유통물량이 획기적으로 늘지는 않지만 일면 정부와 정유사가 안정적인 시장을 보장해주는 셈이니 굳이 흠을 잡을 이유는 없어 보인다.

특히 산자부나 환경부는 BD5의 의무 보급을 공공연하게 천명하고 있어 바이오디젤의 유통물량은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산자부'정유사, 확대보급 열쇠없다

최근들어 일부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산자부의 바이오디젤 보급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산자부가 공룡기업인 정유사들의 이익을 대변해 바이오디젤 확대보급 정책을 외면하고 있다는 주장이 핵심이다.

고농도 바이오디젤 즉 BD20의 주유소 유통을 하반기 이후 금지시키는 것을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하고 있다.

바이오디젤이 분명 환경친화적인 기능이 크고 에너지수급안보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면을 감안하면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다만 문제를 제기하고 그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방안까지 제시하는 적극성이 아쉽다.

지난 15일 국회에서는 환경운동연합과 국회환경경제연구회가 공동으로 바이오디젤과 관련한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환경운동연합은 물론 정부부처인 환경부 관계자까지 나서 산자부의 바이오디젤 보급 정책을 비난했다.

환경운동연합의 한 관계자는 “그간 환경부 등이 참석하는 토론회를 여러 차례 가졌지만 이번처럼 환경부가 (같은 정부부처인) 산자부의 정책을 문제삼고 시민단체와 의견을 같이 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을 정도다.

환경부를 대표해 토론회에 참석한 관계자는 “BD20의 사용을 모든 경유차량에 허용하고 바이오디젤의 의무화를 추진하는 것이 환경부의 정책목표인데 산자부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환경부와 환경운동연합은 바이오디젤 확대보급의 열쇠를 쥐고 있는 당사자들이 누구인지를 파악하는 것 부터가 틀렸다.

자동차제작사는 물론 보쉬나 델파이 등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회사들은 바이오디젤이 5% 이상 혼합된 연료에 대해서는 어떠한 품질보증이나 법적 의무도 지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문을 발표한 상태다.

BD20 같은 고농도 바이오디젤 혼합유가 동절기 저온성능이 주행중 엔진정지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때문만이 아니다.

이들은 바이오디젤의 혼합비율이 과도할 경우 연료분사장치를 비롯한 각종 자동차부품의 팽창과 경화, 깨짐, 부식 같은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런 현상들은 불행하게도 단기간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어서 지금 당장 부작용 발생 논란을 빗겨 갈수는 있다.

하지만 시간을 두고 진행돼 어느 위급한 순간에 이상을 일으킬 지 모른다.

- 소비자 담보하면 위험천만 -

모든 공산품들은 형식승인이나 소비자 피해 보상 범위 등을 규정해 놓고 있다.

제조회사가 소비자 과실에 의한 사고의 책임까지 떠않지 않겠다며 분명한 선을 긋는 의미도 있지만 사용자의 안전을 우려하는 것도 중요한 이유중의 하나다.

자동차 제작사 역시 차가 정상적으로 주행할 수 있는 최적의 연료 기준을 설정하고 그 기준은 법으로도 반영되고 소비자들에게도 충실하게 안내되고 있다.

에너지업계는 연료 사용의 주체인 자동차의 체질에 맞게 설정된 연료를 안정적인 품질로 공급하기만 하면 된다.

자동차제작사와 부품회사들이 고농도 바이오디젤을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은 자동차와 소비자에 위해를 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런데도 일각에서는 바이오디젤 확대보급의 책임을 산자부와 정유사에게 따지고 있다.

보조수단인 연료를 공급하는 정유사에게 자동차의 체질을 바꾸라고 요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만약 산자부나 정유사가 자동차 제작사의 경고를 무시하고 고농도 바이오디젤의 상용화를 추진하다 소비자에게 위해가 가해질 경우 누가 책임질 것인가?

바이오디젤의 면세와 관련해서는 더 더욱 산자부가 정유사가 책임질 수 있는 범위가 아니다.

재경부를 설득하고 추궁해야 한다.

그런데도 국회와 환경단체가 주최하는 영향력이 상당한 토론회에서 정작 재경부와 자동차업계는 빠지고 애꿎은 산자부와 정유업계만 참여해 꾸지람을 듣고 있으니 번지수가 틀려도 한참 틀렸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산자부나 정유사의 손목을 비틀면 아파 할 수는 있지만 아무런 해답을 얻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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