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2030년 내연기관차 등록 중단…주유소 93% 문 닫아야

주유소·LPG충전소·정비업소 등 연관 산업에 퇴출 선언한 셈

미래차 보급 확대 로드맵에 퇴출 업종 지원 방안도 담겨져야

저유가 시대·고율 유류세 여전, 알뜰주유소 정책 유지 의미있을까?

공공이 수익 목적 민간과 경쟁하면 시장 쇠퇴, 알뜰 민영화 검토 필요

에너지경제연구원 김재경 연구위원

[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 제주도는 ‘2030년 탄소제로섬(Carbon Free Island)계획(이하 CFI 계획)’에 근거해 오는 2030년까지 전기차를 37만 7000대 보급한다는 계획을 추진중이다.

그런데 최근 제주도는 제주형 그린뉴딜 정책을 발표하고 2030년 내연기관 자동차의 등록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보조금 지급 등을 통한 인센티브 대신 네거티브 방식으로 친환경자동차 보급 확대를 모색하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자동차 연관 산업 특히 주유소와 LPG충전소, 차량정비업 등 내연기관 자동차 생태계 산업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특히 중앙 정부 차원에서도 강력한 그린모빌리티 확대 보급 로드맵이 시행중으로 내연기관 자동차 연관 산업의 붕괴는 전국적인 현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마침 제주도는 에너지경제연구원 김재경 연구위원에게 ‘내연기관 규제 정책이 연관 산업에 미치는 영향 분석과 상생협력 방안’을 연구 의뢰했고 지난 9월 최종 보고서가 공개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제주도의 경우 오는 2030년에는 주유소 중 93%가 문을 닫고 LPG충전소는 모두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김재경 연구위원은 제주도는 물론 중앙 정부 역시 내연기관 자동차 관련 산업의 퇴출과 관련한 후속대책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알뜰주유소 사업과 관련해서는 당초 정책을 도입하던 당시와 정책 환경이 변화됐다며 민영화 등을 통해 민간 기업들과 공정하게 경쟁하는 여건 마련이 요구된다고 평가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김재경 연구위원에게 바람직한 주유소 구조조정 방안과 알뜰주유소 사업 등에 대한 평가를 들어봤다.

▲ 제주도가 의뢰한 전기차 보급 관련 상생 협력 실행 방안 연구에 따르면 주유소와 LPG충전소, 차량정비업 등 내연기관 자동차 생태계가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구체적으로 예상되는 피해 규모는 어떤지.

- 제주도 CFI 계획에 따르면 오는 2030년 전기차 보급 목표는 37만 7000대이다. 

2017년 기준 제주도 자동차 등록대수 50만대 중 약 75%가 전환되는 것을 의미하는 매우 도전적인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제주도는 2022년까지를 인프라 구축 단계로 설정하고 보조금을 지급해 전기차 보급 확대를 추진한다. 

이후에는 보조금 지급 대신 내연기관차 등록 제한 같은 네거티브 규제 정책을 도입해 자연스럽게 전기차로의 전환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내연기관 규제정책이 소비자 선택권을 제약하는데 더해 연관 산업 특히 주유소와 LPG충전소, 차량정비업 등 내연기관 자동차 생태계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연구는 내연기관 규제 정책이 이들 연관 산업에 미치는 영향 분석과 상생협력 방안을 찾기 위해 진행됐다.

제주도가 추진하는 ‘탄소제로섬 제주 이행계획’에 근거해 오는 2030년까지 전기차 도입 목표인 37만 7000대가 보급되면 제주도내 주유소 93%가 문을 닫는 것으로 분석됐다. 

제주도내 주유소와 충전소가 2017년 매출 규모를 유지하기 위한 적정 규모를 산출했는데 주유소는 전체 193곳 중 93%에 해당되는 180곳이 없어지고 13곳이 남는 것으로 분석됐다.

LPG충전소 역시 2020년 37곳, 2025년 7곳으로 줄어야 업소 한 곳당 2017년 매출을 유지할 수 있었고 2030년에는 0곳으로 추정됐다. 

2030년에는 LPG충전소가 존재해야 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렌터카를 중심으로 LPG차량 비중이 특히 높은 제주도지만 전기차로 급속히 전환되면서 LPG충전소의 피해는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됐다.

▲ 주유소 등 연관 산업 상생 방안으로 어떤 정책들이 필요하며 제주도 주유소협회 등 연관 산업계의 반응은 어떤지.

- 전기차 전환으로 피해를 입는 업종에 대한 지원 방안 중 단기 처방으로 주유소, LPG충전소가 타 업종으로 용도를 전환할 때 지목 변경이나 환경 관련 허가 등에 대한 각종 행정적 편의 제공이 필요해 보인다.

상생 방안 연구에서도 개발제한구역을 비롯한 용지 지목 변경 편의 제공, 세차업에 필요한 정화시설 설치 허가와 그에 필요한 지원을 제주도에 제안했다.

중기적으로는 주유소나 LPG충전소 용지 지목 변경시 지방세 감면 혜택 제공, 장기적으로는 전환 부담 경감을 위한 오염토양 정화비용 지원을 주문했다. 

특히 내연기관 자동차 감소 영향으로 폐업이나 업종 전환을 원하는 주유소들이 가장 큰 애로로 느끼는 토양오염정화비용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 실행 수단으로는 가칭 주유소 공제조합을 설립해 조합원 출자금 등으로 재원을 조성하고 제주도도 재원을 지원해 폐업 주유소 지원 사업을 추진하도록 제안했다.

연구 보고서가 제주도에 전달된 이후 연관 업계 의견을 듣는 후속 기회가 마련되지는 않았지만 상생 방안 연구 과정 속에서 주유소, 충전소 업계 주요 인사들과 많은 대화의 기회를 가졌고 그 분들의 요구 사항을 청취해 보고서에 반영하려고 노력했다.

다만 피해 업종별로 요구사항이 상이한 대목을 감안해 제주도 조례로 상생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소통기구 상설화도 제안했다. 

조례로 상설 소통기구를 만들어 연관 산업계와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업계 요구 사항들을 정책으로 논의할 수 있는 합의체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 전기차 등 이른 바 그린 모빌리티로의 전환은 제주도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궁극에는 전국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데 현 에너지산업에 어떤 변화가 예상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겠는지.

- 에너지 산업의 곧 닥쳐올 미래 모습을 제주도가 미리 겪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육지보다 20년 앞서 내연기관 등록이 제한되고 전기차가 확산되는 과정에서 퇴출되는 주유소와 충전소 업계에 대한 지원 정책을 실증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에너지업계는 이번 기회를 활용해 수송용 연료 전환에 따른 대응 방안과 정책적 요구 사항을 충분히 학습하는 좋은 기회로 삼아야 한다.

파악한 바로는 수송용 연료 전환과 관련해 정유업계와 석유유통업계에서 상이한 대응이 예상되고 있다. 

정유산업은 석유화학용 원료 공급이나 한 발 더 나아가 석유 화학으로 무게 중심을 옮길 수 있고 대체 연료로 전환하는 등의 대응 여력이 있다고 판단된다. 

문제는 석유유통단계인데 이중에서도 주유소가 가장 우려된다.

소상공인인 주유소가 정부 에너지전환 정책 과정에서의 급격한 변화를 스스로의 힘으로 대처할 여력이 있는지 의문이다.

지금도 주유소는 과당경쟁으로 매우 힘들어 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알뜰주유소 같은 과도한 경쟁 촉진 정책으로 마진은 계속 줄어 수익성이 악화되는 상황이 10년 이상 지속되면서 대부분의 주유소들이 한계 상황에 몰려있다고 판단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2050년 탄소배출 제로’를 선언하고 미래 자동차를 전기차와 수소차로 전환하기 위한 다양한 보급 확대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정부는 미래 자동차 보급 확대와 더불어 그 과정에서 퇴출될 수 밖에 없는 업종들의 전환을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포함한 정책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 미래차 전환과정에서 정부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내연기관 에너지 판매 업소들을 지원해야 하는지.

- 제주도가 의뢰한 상생협력 방안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청취된 주유소업계의 고민 중 가장 큰 문제가 토양 정화 비용이었다.

주유소를 다른 용도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토양 정화 비용 문제는 비단 제주도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계 상황에 몰려 폐업도 못하고 휴업하고 방치되는 주유소들이 전국에 널려 있는데 그동안 정부가 미온적인 입장을 취해 왔다면 앞으로는 이 문제부터 매듭을 풀어줘야 한다.

친환경차 보급 확대 정책 방향과 더불어 내연기관 연료를 판매하는 사업장들이 다른 사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패키지 프로그램도 같이 만들어서 진행해야 한다.

▲ 고유가 대응 방안으로 정부가 런칭한 알뜰주유소 정책이 과도한 경쟁을 촉진하고 있다고 언급하셨는데 그렇다면 향후 어떤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되는지.

- 알뜰주유소가 처음 도입됐을 때의 환경과 지금의 환경 그리고 앞으로의 환경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알뜰주유소가 처음 도입된 당시는 고유가 상황으로 정부 입장에서는 기름값을 낮추는 정책이 필요했고 정책 효과는 충분히 있었다.

그 과정에서 경쟁이 심화되면서 많은 주유소 사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게 됐지만 정책적 필요에 따라 도입됐고 유지를 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알뜰주유소 정책을 계속 유지해야 하느냐에 대해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지금은 저유가 시대인데 석유에 부과되는 유류세 비중은 60~70%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유가를 낮추겠다고 알뜰주유소 같은 정책을 더 유지하는 것이 의미가 크지 않다고 판단된다.

특히 내연기관 자동차를 전기차와 수소차로 전환하겠다고 강력한 드라이브를 거는 시점에 석유 소매 가격을 낮추겠다고 과도하게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이제는 환경 변화를 고려해야 하는 시점에 왔고 알뜰주유소 정책도 계속 유지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내연기관 자동차가 전기차와 수소차로 전환되면 어차피 주유소는 문을 닫게 되고 알뜰주유소도 퇴출될 수밖에 없다.

수송용 연료 전환이라는 환경변화에 맞춰 알뜰주유소 정책도 합리적으로 재검토돼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 최근 국정감사에서는 알뜰주유소 사업에 대한 석유공사의 무수익 원칙을 놓고 불공정경쟁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는데, 수송용 연료 전환 시점에 알뜰주유소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 알뜰주유소 운영사인 석유공사는 정부가 100% 지분 참여한 공공기관이다. 

수익을 내지 않아도 되는 공공기관과 수익을 목적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민간 사기업이 같은 상품을 같은 시장에 판매하는 일들은 종종 있었다. 

하지만 이런 시장에서 민간 부분은 100%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불공정 문제 때문인데, 이런 시장들이 오래 지속되기는 어렵다. 

민간부분이 성장할 수 없고 쇠퇴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석유공사의 알뜰주유소 사업 부서를 민영화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알뜰주유소 사업이 정책적 필요 때문에 도입됐다면 그 정책의 필요성이 어느 정도 충족됐는지 여부를 평가해서 민영화하고 일반 기업들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일반적인 시장 원리이다.

원래 공기업의 민간시장 참여는 항상 민영화를 염두에 두고 도입한다. 

이제는 환경이 변화됐으니 도입 당시 처럼 가격을 안정화시키는 정책만으로 접근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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