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공기업 석유공사가 알뜰주유소 사업을 영위하는 것이 공정 경쟁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은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지적되고 있다.

국책연구원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허경선 박사를 포함한 여러 연구자들은 석유공사의 알뜰주유소 사업이 시장 경제를 왜곡한다거나 공정 경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왔다.

그런데도 알뜰주유소를 향한 석유공사의 욕심은 더욱 노골화되고 있다.

알뜰주유소를 대신해 석유를 공동구매하고 마케팅 등을 지원하는 역할을 뛰어 넘어 직접 알뜰주유소를 운영하는 방안까지 검토중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석유 도매 사업에서 소매 영역까지 확장하겠다는 것인데 스스로도 찜찜했던지 법무법인에 문제 없는지 여부를 확인까지 했다.

국회 권명호 의원이 지난 20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석유공사가 알뜰주유소를 직접 설립해 석유판매업을 영위하는 행위의 합법 여부 등을 법무법인 광장에 자문 요청했다.

이에 대한 답변은 ‘공정한 경쟁을 저해할 우려가 상당한 행위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의 위반행위에 해당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여지가 있다’는 것으로 확인됐다.

석유공사법에서는 이 공기업이 존재해야 하는 세 가지 역할이 명시되어 있고 그 중 하나가 ‘석유유통구조 개선’이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이 석유유통구조 개선에 포함되는지는 명시되어 있지 않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2000년대 초반 인천정유(현 SK인천석유화학) 부도로 새로운 주인을 찾던 당시 석유공사는 정유업 진출까지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후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2011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가 알뜰주유소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석유공사가 총대를 메고 석유유통업에 진출하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석유공사법에 명시된 첫 번째 미션인 석유자원 개발은 사실상 멈춘 상태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의 무리한 해외자원개발 투자로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된 것을 계기로 정부는 석유공사의 신규 해외자원 개발 참여를 제한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이후 석유공사가 해외 자원개발에 참여한 것은 올해 3월 아랍에미리트의 ADNOC와 맺은 조광권 지분 참여가 유일하게 그마져도 민간 기업이 주도하는데 묻어 0.9%의 지분을 확보하는데 그쳤다.

이쯤되면 석유공사의 역할은 본말이 전도된 느낌인데 여러 경로에서 제기되는 경고음을 무시하고 알뜰 사업 확대를 모색중이다.

석유공사가 자원개발에 한창 의욕을 갖던 시절, 이 회사 임직원들의 모임 자리에서 울려 퍼치던 ‘석유는 우리가, 가스도 우리가’라는 구호가 기억난다.

국가 자원개발과 수급 안정을 책임진다는 진한 사명감이 묻어 있던 20 여년 넘은 시절의 기억인데 이제 석유공사 사람들은 어떤 구호를 제창할지가 궁금하다.

저유가 기조 아래서 이웃나라 중국과 일본 정부는 적극적인 해외자원개발을 지지하고 지원하고 있다는 소식인데 우리나라 자원개발 공기업인 석유공사는 한창 구조조정을 겪으며 매년 수백곳씩 폐업중인 안방 석유유통시장에서 대한민국 정부를 대신해 일반 주유소들과 경쟁하고 있다.

이제는 알뜰주유소가 자신에게 부여된 가장 중요한 공적 역할이라고 착각하고 숙명 같은 자원개발을 망각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정부가 등 떠밀어도 가지 말아야 할 길은 거부하고 마땅히 해야 할 일은 소리내어 요구하는 소신이 필요하다.

석유 유통은 시장 자율 경쟁에 맡기고 자원개발이라는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 석유공사에게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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