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한국석유유통협회 김정훈 회장]
알뜰 도입 이후 석유대리점 영업이익률 마이너스
공동구매 최저가 입찰, 알뜰만 살겠다는 불공정 제도
정부 손때고 민영화하거나 자립화 등으로 전환돼야

[연속 기획 : 위기의 석유산업, 탈출구는 없나?]

한국석유유통협회 김정훈 회장

최근 석유공사가 알뜰주유소에 제공하고 있는 ‘공급가격 차등할인제도’를 확대 개편해 리터당 최대 21원을 추가로 지급키로 하면서 석유대리점과 주유소 사업자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공기업으로서 모범을 보여야 할 석유공사가 석유유통시장 질서를 흐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석유유통협회 김정훈 회장은 “최근 석유공사와 알뜰주유소가 가격할인 등으로 석유유통시장의 선진적인 구조로 발전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석유유통시장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알뜰정책이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훈 회장에 따르면 최근 석유유통협회와 주유소협회는 알뜰주유소의 과도한 공급가격 할인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알뜰물량 입찰계약 시 가격조건 기준을 현행 싱가포르 제품가격에서 국내 제품가격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건의하고 있다.

한국석유유통협회 김정훈 회장을 만나 최근 알뜰 공급가격과 석유유통시장에 대한 입장을 들어봤다.

▲ 석유대리점 중심의 유통시장 활성화 방안은 무엇인지.

- 이제 석유유통시장도 선진적 시장구조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코로나19 확산과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 시행 등으로 제반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유류 소비 감소와 전기·수소차 증가는 이미 석유대리점 영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그런데 지금 시장은 오히려 정부의 알뜰 정책에 발목이 잡혀 있다.

석유대리점과 주유소들은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수익은 커녕 현상 유지도 힘들 정도로 어려움과 혼란을 겪고 있다.

알뜰주유소와 석유전자상거래(KRX)가 확대되면서 석유대리점 역할을 해온 석유공사와 농협, 도로공사의 알뜰시장 점유율이 16%에 육박했다.

이대로 가면 알뜰이 석유유통시장을 완전 잠식할까 두려울 정도다.

따라서 석유공사, 농협, 도로공사 등 공기업을 내세운 알뜰제도부터 개선해야 한다.

그래야 석유유통시장이 정상적으로 활성화되고 선진화된 시장구조로 발전될 수 있다.

▲ 석유대리점, 주유소 경영 개선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 석유대리점이나 주유소 사업자 모두 마진이 확보되고 수익이 있어야 투자를 하고 경영개선을 할 수 있다.

석유대리점 영업이익률을 보면 알뜰이 도입된 2012년 3.6%였는데 지금은 마이너스(-) 0.8%이다.

주유소는 2012년 4.5%에서 현재는 1%에도 못 미치고 있다.

쉽게 말해 카드수수료 1.5%를 제하면 영업이익률이 마이너스(-)로, 알뜰정책이 개선되지 않으면 도저히 수익을 낼 수 없는 영업환경이다.

지난 7월 1일 산업부 국장과 협회 회장단 간담회를 열어 현장의 애로사항을 생생하게 전달했고 알뜰제도 개선을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요구했다.

또한 청와대, 기재부, 국토부, 국회 관계자들도 수시로 만나 현행 알뜰 제도가 비정상적이고 시장에 반하는 정책으로 민간에 이양하거나 현행 제도를 하루속히 개선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대해 설명하고 설득하고 있다.

▲ 알뜰주유소 공급가격과 정유사 공급가격간 차이가 벌어지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때문인지.

- 석유공사는 지난 3월 부터 석유대리점 현물 가격 보다 리터당 적게는 50원에서 많게는 200원 이상 싼 가격에 알뜰주유소에 공급했다.

지난 5월에서 6월 사이 알뜰과 일반 주유소의 휘발유 공급 가격 격차를 조사해 보니 리터당 평균 80원 차이가 났다.

알뜰과 일반주유소 공급가격 차이가 큰 원인은 알뜰 물량의 최저가 입찰 제도 때문이다. 현재 석유공사와 정유사는 알뜰 물량 입찰 시 국내 가격 기준이 아닌 국제 석유가격에 연동시키면서 최저가 공급 조건으로 계약하고 있다.

실제 석유공사는 코로나 19 영향 등으로 국제유가가 급락하자 정유사와 맺은 계약 조건인 싱가포르 제품 가격 기준으로 공급받았고 그 결과 일반주유소 공급가 대비 리터당 50원~200원 할인된 가격에 알뜰주유소에 공급할 수 있었다.

▲ 말씀하신 최저가 입찰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제언하신다면.

- 일반주유소는 카드수수료를 제외하고 리터당 평균 50원에서 70원 사이 마진은 확보해야 현상 유지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알뜰주유소는 최저가 입찰을 통해 일반주유소보다 평균 30원에서 70원 정도 싸게 공급받고 있다.

공급가격이 리터당 70원 이상 차이가 날 경우 일반주유소가 인근 알뜰주유소 판매가격에 대응할 수가 없다.

마진을 포기하고 적자 운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배경에는 알뜰 물량의 최저가 입찰 제도가 있다.

‘출발선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알뜰주유소만 살고 일반주유소는 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최저가 입찰은 형평성은 물론이고 처음부터 경쟁 자체가 되지 않는 불공정한 제도이다.

정부가 이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

협회에서는 알뜰과 일반주유소의 가격 차이를 해소하는 방법의 하나로 알뜰 물량 최저가 입찰계약 시 가격 기준을 싱가포르 제품가격에서 국내 제품가격 기준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해주도록 건의할 예정이다.

▲ 에너지공기업인 석유공사가 석유대리점 역할을 하고 있는데 석유대리점 업계의 입장은 어떤지.

- 공기업인 석유공사는 정유사에서 저렴한 석유제품을 구매해 알뜰주유소에 공급한다. 사실상 유류도매업인 석유대리점의 역할을 석유공사가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석유대리점 불만이 많다.

현재도 정부는 석유공사, 농협, 도로공사 등 공기업을 이용해 인위적으로 석유전자상거래를 통해 대리점 단계의 석유도매시장까지 진입해서 리터당 40~50원에서 최고 100원까지 정책적으로 인하된 도매가격을 제시하고 있다.

알뜰주유소 공급자로 나선 석유공사, 농협, 도로공사는 저렴한 물량을 대량으로 공동구매해 중간 시세차익을 시현하는 등 엄청난 이익을 내고 그 중 일부를 인센티브로 주유소에 되돌려 주는 등 알뜰만 살겠다고 석유 시장 질서를 흐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그동안 우리 협회에서는 석유공사가 공기업이라는 이유로 ‘무수익’원칙을 고수하고 석유유통시장을 왜곡시키는 가격할인과 인센티브 제공 등의 중단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건의해왔다.

앞으로 석유공사가 알뜰주유소 유통과정에서 손을 떼고 알뜰주유소 사업을 민영화 하거나 알뜰주유소의 자율구매와 자립화 방안 마련 등 알뜰 정책 개선을 정부에 꾸준히 요구할 것이다.

▲ 협회가 주도해온 고속도로주유소상생협의체에서 고속도로주유소와 주변주유소 실태조사를 진행했는데 그 결과와 향후 진행방향은 무엇인지.

- 이번 실태조사의 가장 큰 핵심은 도로공사의 EX알뜰과 고속도로 주변주유소가 상생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용역 결과에 따르면 석유 가격을 리터당 20원 인상할 때 휘발유는 월 단위로 EX알뜰은 295만원(0.7%), 주변 일반 주유소는 157만원(2.0%)의 매출이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경유 역시 월 단위로 EX알뜰이 629만원(0.9%), 주변 주유소는 446만원(2.1%)이 증가해 총 월매출은 EX알뜰이 924만원, 주변 주유소는 603만원의 동반 상승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로 도로공사가 평가하는 고속도로 주유소 판매 가격의 만점 기준 변경도 주문됐다.

현재는 전체 알뜰주유소 평균 가격 보다 리터당 40원이 낮아야 만점을 받을 수 있는데 25원으로 낮추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번 상생 방안이 현실화되면 주유소 수익성이 개선되고 석유유통시장의 안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

▲ 최근 기후위기와 관련한 전 세계 수송용 에너지의 전환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데 미래에도 석유대리점이 수송용에너지 공급처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현실화되고 있다.

최근 정부 발표를 보면 전기차와 수소차 판매 비중이 2030년까지 33.3%로 늘어나고 수소충전소는 2030년까지 660기, 전기충전기는 2025년까지 1만 5,000기가 구축된다.

문제는 경제성이다.

미래에너지 자체가 아직 초기 단계로 수익성을 따지기에는 미약한 수준이다.

전기충전시설은 보조금은 풍부하지만 전기요금이 낮아 수익성이 없고 수소충전소는 설치비만 30억원이 투입돼야 한다.

하지만 미래를 위해서는 주유소와 충전소 네트워크가 수소나 기타 에너지의 거점으로 중요한 포지션에 있다는 점을 석유유통업계 모두 간과해서는 안된다.

실제 석유대리점이 운영 중인 주유소들은 대부분 대도시나 국도변 등 접근성이 좋은 장점이 있다.

시간의 문제일 뿐 내연기관 시대는 저물고 전기, 수소 등 그린카가 주도하는 시대는 올 것이다.

따라서 기존 석유대리점의 역할을 유지하면서도 미래자동차와 에너지전환에 대비해 ‘친환경 에너지 대리점’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협회에서는 미래 에너지 전환에 석유대리점이 앞장설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정책을 정부에 요구하겠다.
특히 다양한 에너지원 공급 거점으로서 석유대리점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대정부 정책 건의와 경쟁력 발굴, 회원사와의 소통 등에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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