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신상필벌(信賞必罰)’은 조직을 움직이는 중요한 원칙이자 덕목 중 하나이다.

조직에 더 충실하도록 유도하는 동기 부여의 원천이고 구성원들이 조직을 신뢰할 수 있는 출발점이라고 해도 과장은 아니다.

그런데 일은 윗 사람이 저지르고 책임은 아랫 사람이 떠안는다면 조직에 대한 신뢰는 무너지고 상실감으로 일이 손에 잡힐 리 없다.

국회 감사 청구로 감사원이 최근 발표한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 타당성 분석’ 결과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당시 담당 국장과 직원이 징계 처분 요구를 받았다.

이들은 지난 해 11월 진행된 감사원 감사에 대비해 산업부내 월성 원전 1호기와 관련한 자료 삭제를 지시하거나 행동에 옮기는 등 감사 방해를 한 것으로 나타났으니 징계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개보수에만 7천억원을 투입해 수명을 연장한 월성 원전 1호기를 왜 조기 폐쇄했는지가 핵심이며 사후에 벌어진 산업부 일부 직원의 감사 방해 행위는 이번 감사의 본질은 아니다.

감사원에 따르면 이번 정권의 첫 번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 임명돼 에너지 전환 정책을 지휘했던 인사가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를 주도했다.

이 인사는 월성 원전 1호기 수명 여부를 결정짓는 근거인 경제성 평가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의 조기 폐쇄 결정과 동시에 즉시 가동 중단하도록 방침을 결정해 다른 선택지를 원천 차단했다.

그 결과 산업부 직원들은 장관이 결정한 방침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한수원이 월성 원전 1호기의 즉시 가동 중단 이외의 다른 방안은 고려하지 못하게 했다고 감사원은 결론내렸다.

사실상 장관이 원전 조기 폐쇄를 주문하는 답안지를 부하 직원들에게 지시했고 한수원은 따른 셈인데 그 책임은 정통 행정관료인 ‘늘공(늘 공무원)’이 지게 됐다.

국민 선택으로 창출된 정권에서 자신들이 지향하는 가치가 담긴 정책을 선택하고 추진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국익이 우선돼야 하고 그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

선택받은 권력일지라도 신상필벌은 스스로에게 더 엄격해야 한다.

그런데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과정을 주도했던 장관은 이미 퇴직해 국가공무원법에 근거해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됐다.

정권이 지향하고 의도했던 원전 조기 폐쇄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경제성을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했던 것이 마음에 걸려 자료 등을 삭제하다 적발된 늘공들은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에 서게 됐다.

흔히 공무원 조직이 ‘복지부동(伏地不動)’하다고 비난받는다.

그런데 정권의 논공행상(論功行賞)으로 ‘어공(어쩌다 공무원)’이 된 인사들은 책임을 면하고 ‘늘공’이 동네북이 된다면 복지부동을 탓할 일도 아니다.

정권은 유한하니 다음 정권에서 에너지 전환이나 그린 뉴딜 같은 국책 사업을 놓고 타당하거나 적법하지 못했느니 하는 논란이 제기되지 말라는 법이 없으니 벌써부터 늘공들은 불안할 만 하다.

그렇다고 일 하지 않고 방관만 한다면 '국민의 공복(公僕)'이라는 늘공의 자세가 아니니 어찌 해야 할지 헷갈릴만 하다.

아닌 것은 아니라고, 옳지 않은 것은 따르지 않겠다고 말하지 못한 공복의 양심이 더욱 아쉬워 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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