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 기획 : 위기의 석유산업, 탈출구는 없나? ③]

산업부가 상표권자, 석유公·도공 등 공기업이 시장 참여

청와대 외압 의혹 제기된 농협중앙회도 알뜰 상표 달아

고속도로 신설·지방농협 참여 늘면서 계열 주유소 늘어

석유공사도 관할 자영 알뜰 인센티브 등 강화, 알뜰은 증가중

[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주유소가 매년 수 백곳씩 문을 닫는데 유독 늘어나는 상표가 있다.

정부가 상표권자인 알뜰주유소는 2012년 런칭 이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9월 현재 알뜰주유소는 1224곳을 기록 중이다.

우리나라 전체 주유소가 1만1392곳인 점을 감안하면 알뜰 비중은 10.7%를 차지하고 있다.

알뜰주유소를 런칭하면서 정부가 목표로 제시했던 점유율 10%를 이미 넘었고 주유소 열 곳 당 한 곳 이상이 정부 상표이다.

그런데 알뜰주유소 비중 확대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익성 하락으로 전체 주유소 수는 줄고 있는데 정부 상표 주유소는 계속 증가하기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 정부 상표 아래 공기업 뭉쳐 석유 유통 진출

알뜰주유소는 산업통상자원부가 등록한 상표이다.

그 아래에서 석유공사, 도로공사 같은 공기업 그리고 정부 감독을 받는 농협중앙회가 알뜰주유소 사업을 주도하거나 참여하고 있다.

정부가 석유 유통 시장에 직접 진출해 민간 시장과 경쟁하면서 세력을 확장중이다. 사진은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가 상표권자로 출원한 알뜰주유소 이미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기업인 석유공사는 전체 알뜰주유소가 판매하는 석유제품의 공동구매를 주관하는 동시에 자영 알뜰주유소와 공급 계약을 맺어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도로공사는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인데 고속도로 주유소를 운영하면서 알뜰주유소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도로공사는 민간 기업에게 위탁 운영을 맡기고 있는 고속도로주유소 상표를 정부 브랜드인 알뜰로 도입하도록 사실상 의무화하고 있다.

정부 감독을 받는 농협중앙회는 지역농협에서 운영하는 주유소에 알뜰 상표를 부착하고 있다.

도로공사와 농협중앙회가 알뜰 사업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잡음도 적지 않았다.

공기업인 도로공사 주유소와 정부 감독 아래 있는 농협 계열 주유소를 끌어 들이는 과정에서 외압 논란이 제기됐다.

2012년 열린 국정감사에서 당시 배기운 의원은 알뜰주유소 정책 추진 과정에서의 청와대 개입을 주장해 주목을 받았다.

당시 배기운 의원은 알뜰주유소 상표를 도입하는 것이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농협중앙회가 정부의 참여 요청을 일관되게 반대했는데 청와대 경제수석 등과 통화한 이후 입장을 번복했다고 지적했다.

‘기름값이 묘하다’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정부가 직접 나서 알뜰주유소 상표를 도입하고 석유 유통 사업에 진출했던 바로 그 시점의 일이다.

정유사들과 상표 사용 계약을 맺고 거래하던 고속도로 주유소들도 도로공사의 알뜰 상표 도입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고속도로 주유소 위탁 운영 업체들의 사업자 단체인 고속도로휴게시설협회는 도로공사가 알뜰 상표 도입을 추진하자 ‘고속도로 주유소중 상당수가 정유사 여신 등 채권을 안고 있고 각종 시설 자금 등을 지원받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 입장을 정부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 일반 주유소 1393곳 줄어든 사이 알뜰만 성장세

우여곡절 끝에 많게는 수백 여 곳의 계열 주유소를 보유한 농협과 도로공사가 알뜰주유소 브랜드에 합류하면서 알뜰 주유소는 순식간에 외형 확대가 가능해졌고 지금도 수가 늘고 있다.

도로공사는 전국 고속도로망을 꾸준히 확대하면서 휴게시설에 병설되는 주유소도 그만큼 늘어나고 있는데 대부분이 알뜰 상표를 도입중이다.

농협중앙회가 ‘1조합 1주유소’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지방 농협 계열 알뜰주유소도 증가하고 있다.

일반 주유소들은 생존난을 겪으며 문을 닫고 있는 사이에 고속도로망이 늘고 지역 농협의 주유소 사업 진출이 확대되면서 알뜰 상표의 시장 지배력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석유공사도 알뜰주유소에 제공하는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등 정유사 공급가격과 차이를 벌리면서 자영 알뜰주유소 수 확대를 모색중이다.

그 결과 알뜰주유소 런칭 당시에 비해 각 사업 주체별 석유 판매 네트워크는 상당한 성장세를 기록중이다.

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자영알뜰주유소는 2012년 말 기준 395곳에서 2020년 9월에는 424곳으로 29곳이 늘었다.

그 사이 가짜석유 판매 같은 불법 행위나 계약 위반으로 알뜰 상표를 떼인 주유소들이 적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알뜰로 전환을 희망하는 주유소들은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농협중앙회 계열 NH알뜰주유소는 2012년 322곳에서 올해 9월에는 620곳으로 두 배 가까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도로공사가 관리하는 EX알뜰 역시 지난 2015년 알뜰사업에 참여한 이후 156곳에서 올해 9월에는 180곳으로 22곳이 증가했다.

2012년 알뜰주유소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이후 올해 9월까지 알뜰을 제외한 일반 주유소는 1393곳이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주유소협회 심재명 팀장은 “알뜰주유소는 세제 감면, 시설자금 지원 등 다양한 정부의 지원 아래 성장해 왔고 석유공사, 도로공사 같은 공기업이나 전국적으로 막강한 네트워크와 자본력을 가진 농협중앙회가 직접 관리하면서 석유 유통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며 “현 추세대로라면 자유화된 석유 유통 시장이 정부 통제 아래 종속되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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