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 기획 : 위기의 석유산업, 탈출구는 없나? ②]

2025년 1만1317곳으로 감소한다던 중기硏 전망, 이미 근접

탄소 제로 진행중인 제주도는 2030년에 주유소 93% 사라져

수익 악화 불구 지방 주유소는 전업 기회도 제한적, 휴업 늘어

[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 양적 포화로 경쟁이 심화되는 산업의 구조조정은 시장 경제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주유소 업계의 구조조정은 그 속도가 너무 빠르고 대도시와 지방 소도시의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는 분석이다.

지난 2015년, 국회 박완주 의원과 이현재 의원은 ‘주유소 업계의 바람직한 구조조정 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공동 주최했다.

당시에도 주유소 구조조정이 국회 토론회 주제로 등장할 만큼 사회 이슈화가 됐는데 중소기업연구원 홍충기 전문위원의 발표 내용은 당시 주유소 업계에 상당한 충격을 안겨줬다.

홍충기 전문위원은 2010년 이후 5년 동안의 주유소 평균 감소율을 근거로 미래 영업업소 수를 전망했는데 2025년에 1만1317곳으로 줄고 2040년에는 9801곳 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자료 : 중소기업연구원 홍충기 책임연구원

땅값과 시설 투자비 등을 포함해 최소 수십억원대가 투자된 주유소들이 매년 수백곳씩 문을 닫는다는 연구 결과는 당시에도 충격이었는데 실제로는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6월 국내 영업 주유소 수는 1만1399곳으로 홍충기 박사가 전망한 2025년 주유소 수에 이미 근접했다.

여전히 1만 곳 가까운 주유소가 유지될 것이라는 2040년 전망은 더욱 괴리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휘발유나 경유 등을 연료로 사용하는 내연기관차가 줄면서 주유소 구조조정은 더욱 심화되는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 전기차 확대시 주유소 대거 폐업 불가피

2030년까지 탄소 제로섬을 만들겠다며 ‘Carbon Free Island(CFI 계획)’을 추진중인 제주도는 내연기관차를 전기차로 대체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제주도는 전기차 전환 시 피해를 입는 업종과의 상생 방안 마련을 에너지경제연구원에 의뢰했고 최근 최종 보고서가 제출됐는데 그 결과는 충격적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김재경 박사는 제주도 주유소들이 2017년 매출 규모를 유지하기 위한 적정 규모를 산출했는데 193곳의 업소가 2030년에는 13곳으로 줄어야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93%에 해당되는 180곳이 없어지고 13곳만 남게 되는 셈인데 수송에너지 전환이 비단 제주도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주유소 구조조정은 내륙에서도 가속화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자료 : 전기차 보급확산에 따른 기존산업과 상생협력 실행방안 연구 보고서(에너지경제연구원 김재경 박사)

실제로 정부의 수송에너지 전환 로드맵의 진행 속도는 매우 빠르다.

코로나 19 극복 수단 중 하나로 그린 뉴딜을 추진 중인 정부는 전기차와 수소차로 대표되는 그린모빌리티 확대 전략을 제시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오는 2025년까지 전기차는 113만대, 수소차가 20만대 등 총 133만대의 그린 모빌리티가 보급된다.

현재 보급된 전기차가 9만대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5년 사이 12배 넘게 성장하게 된다.

그 사이 노후 경유차는 조기 폐차 등의 방식으로 200만대 넘게 사라지게 된다.

중장기 로드맵에서는 2030년까지 전기차 300만대, 수소차는 85만대 등 총 385만대를 보급할 계획이다.

2020년 6월 자동차 등록대수가 2400만대 규모인 것을 감안하면 약 16%에 달하는 규모이다.

내연기관 자동차가 줄면서 자연스럽게 주유소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조성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 친환경자동차 보급목표

당초 전망했던 시나리오 보다 주유소 구조조정 진행속도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 대해 중소기업연구원 홍충기 전문위원은 ‘국내 석유 시장의 성장 정체에 더해 전기·수소차 등장 등 석유산업의 구조변화와 경쟁 심화’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홍충기 전문위원은 “알뜰주유소 등 기름값 인하 정책으로 주유소 영업이익률은 더 악화되고 있는데 전기자동차 등 친환경차의 확대 보급이 본격화될 경우 주유소의 생존 기반은 더욱 열악해져 주유소가 크게 줄어드는 현상이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양극화 지표 지방 중소도시 휴폐업 현황

대도시와 지방 중소 도시의 구조조정 방식이 확연하게 차이나는 것도 향후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주유소들은 대부분 유동인구가 많은 도심에 위치해 수익성이 더 나은 업종을 찾아 전업하기가 유리하다.

서울 강남 주유소 대부분이 고층 빌딩이나 수입차 판매장 등 고수익이 보장되는 업종으로 전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반면 마땅한 전업 업종을 찾기가 어려운 지방 중소도시 주유소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영업을 유지하거나 휴업 형태로 방치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석유관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휴업중인 주유소는 385곳으로 조사됐다.

이 중에는 1년에 2회 이상 휴업과 영업을 반복하는 주유소가 101곳인 것으로 조사됐으며, 3년 이상 휴업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주유소도 6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주유소협회 충남도회 이기세 국장은 “그나마 도심에 위치한 주유소들은 형편이 낫지만 외곽이나 지방도로 변에 위치한 주유소들은 마땅히 전업할 업종을 찾기가 어렵고 주유소를 헐고 새로운 시설물을 건축할 자금 여력도 마땅치 않아 울며 겨자먹기로 휴업상태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방 도시들의 휴업 주유소 문제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주유소협회 전북도회 정운주 사무국장은 “7년 이상 휴업상태가 지속되면서 주유소가 쓰레기장으로 변한 듯 흉물스럽게 방치된 곳도 있다”라며 “위험물을 취급했던 주유소가 장기간 방치되면서 토양오염이나 화재사고 등 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휴업주유소에 대한 관리감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더 큰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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