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 기획 : 위기의 석유산업, 탈출구는 없나? ①]
서울 강남대로 4km 구간 5개 주유소, 모두 문닫아
빌딩 등으로 전업, 8년 새 서울 20% · 대구 16% 감소
지방 중소도시도 감소세 뚜렷하지만 전업 기회는 열악

▲ 2000년대 초반 강남대로 양재역에서 신사역 사이 4km 구간에 5개의 주유소가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사라지고 오피스 건물 등으로 바뀐 상태다

[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서울 양재역에서 신사역 사이의 강남대로 4km 구간 양 방향에는 5곳의 주유소가 영업중이었다.

그런데 현재는 한 곳도 남아 있지 않다.

주유소를 폐업하고 수익성이 더 좋은 빌딩 등으로 전업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전국 최다 석유 판매량을 기록하며 유명세를 떨쳤던 서울 삼풍주유소 자리에는 외식 전문 타운이 들어서 있다.

월 평균 1만 드럼을 넘게 팔며 전국 최고 판매량으로 화제를 모았던 서울 서초구의 삼풍주유소는 외식 전문 빌딩으로 탈바꿈한지 오래이다.(전국 주유소 월 평균 판매량이 1천 드럼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삼풍주유소 한 곳에서 주유소 10곳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여의도역 중심에 위치했던 여의도주유소는 고층 오피스텔로 변신한 지 오래이다.

이 주유소는 국내 최대 석유대리점이었던 SK네트웍스가 직영하던 곳으로 지난 2006년 주유소 업을 포기하고 빌딩을 올렸다는 점에서 당시에도 상당한 화제를 낳았다.

◇ 유동 인구 많은 강남·서초 주유소 문 닫고…

2010년만 해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주유소는 53곳에 달했다.

하지만 현재는 39곳만 남아 13곳이 줄었다.

같은 기간 서초구 소재 주유소 역시 46곳에서 35곳으로 11곳이 감소했다.

서울에서도 인구 유동이 가장 많고 오피스 밀집 지역인 강남과 서초 지역의 많던 주유소들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서울 전체로도 주유소 수 감소세가 뚜렷하다.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2010년 664곳이던 영업 주유소는 올해 6월 현재 493곳으로 줄었다.

10년 사이 서울 주유소 네 곳 중 한 곳에 해당되는 25.8%가 사라졌다.

광역시 주유소 감소 현상도 서울과 큰 차이가 없다.

이 기간 동안 대구 주유소는 21.0%, 대전이 18.8%, 울산이 18.7% 줄었다.

광주도 17.6%, 대전 16.1%, 부산 16.7% 감소했다.

◇ 2010년 정점 찍고 주유소 수 감소세 전환

정도의 차이일 뿐 지방 중소 도시 주유소도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정부 부처 이전으로 인구가 대거 밀집된 세종시를 제외한 모든 지역 주유소가 줄었다.

다만 서울을 비롯한 광역시와 비교할 때 감소율은 적다.
 

경남처럼 영업 주유소 12.1%가 줄어든 곳도 있지만 도 단위 주유소 감소율은 대부분 한 자릿 수에 그치고 있다.

특히 제주 지역 주유소는 2010년 203곳이던 것이 올해 6월 현재 192곳을 유지하며 5.4%가 감소했다.

전북과 충북 주유소도 각각 5.7%, 5.8% 줄었다.

이같은 주유소 감소 현상은 석유 소비는 정체되고 경쟁은 심화되면서 수익성이 떨어지는 현상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오피넷에 따르면 우리나라 영업 주유소는 지난 2010년 1만 2691곳으로 정점을 찍었다.

1990년 전국 주유소 수가 3315개 이던 것을 감안하면 20년 동안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주유소 간 거리제한 규제가 풀린 1990년대 이후 도심은 물론이고 자동차가 제법 다닐 만한 소도시의 지방도로까지도 주유소가 우후죽순 들어선 결과이다.

하지만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석유 소비는 정체되고 인건비를 포함한 고정 비용은 늘어났고 기름 판매 마진은 줄면서 기세가 꺾이며 감소세로 전환된 지 10년째이다.

◇ 휘발유 1리터 팔아 1원 남기는 열악한 구조

주유소 업계가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하게 된 결정적인 배경은 수익성 악화 때문이다.
 

<자료:한국주유소협회>

지난 2007년 주유소협회가 주유소 수익성을 분석한 결과 영업이익률은 1.7%인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의 알뜰주유소 정책이 본격 시작된 2012년 조사에서는 영업이익률이 1.0%로 떨어졌다.

100원 짜리 휘발유 1리터를 팔면 주유소는 1원을 남기는 치열한 생존 게임에 내몰린 것인데 주유소 수익성 악화가 정부의 과도한 경쟁 촉진 정책 때문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대해 주유소협회 유기준 회장은 “기름값을 내리겠다는 미명 아래 정부는 지난 10년 동안 알뜰주유소와 마트주유소, 고속도로알뜰주유소 등 불공정한 경쟁 촉진 정책을 추진하면서 일반 주유소의 수익성은 크게 악화됐다”라며 “대도시 주유소들은 빌딩이나 전시장 등 타 사업으로 전업이 가능하지만 국도변이나 농촌지역 주유소들은 전업이 불가능해 폐업도 못하고 휴업을 반복하거나 방치되는 주유소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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