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석유 생산용 중유도 세금 창구로만 보는 정부
원유·석유 생산용 중유도 세금 창구로만 보는 정부
  • 김신 발행인
  • 승인 2020.10.14 08: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앤이타임즈]정유 산업은 국가 조세와 무역 기여도가 절대적으로 높다.

한해 15조원에 달하는 교통에너지환경세는 정유사가 생산하는 휘발유와 경유가 징수원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교통에너지환경세입은 국세 수입 중 5%를 차지하며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에 이어 네 번째 징수 기여도를 보이고 있다.

교통에너지환경세에는 각각 15%와 26%에 달하는 교육세와 지방주행세도 정률 부과되니 휘발유와 경유 두 가지 유종에서 걷히는 세금만 20조원을 훌쩍 넘는다.

원유 수입 과정에서 3%의 관세가 매겨지고 수입부과금과 판매부과금, 석유품질검사수수료 같은 준조세도 따라 붙는다.

덕지덕지 붙어 있는 제세공과금 중에서도 정유업계는 원유 관세율은 인하해야 한다며 정부에 꾸준히 요청해왔지만 받아 들여 지지 않고 있다.

정유업계가 원유 관세율 인하를 요구하는 배경은 간단하다.

OECD 대부분의 국가 들 처럼 우리나라도 경사관계 제도를 채택해달라는 것이다.

‘경세관세(傾斜關稅)’는 제품의 가공 정도에 맞춰 관세율을 부과하는 제도이다.

해외에서 수입되는 완제품에 대응해 원재료를 들여와 제품을 생산하고 고용을 비롯한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장치가 경사관세이다.

OECD 국가 대부분은 원재료인 원유 수입 관세는 낮추고 완제품에 높은 세율을 부과하며 관세 본연의 취지를 실천하고 있고 일부 국가들은 아예 원유 무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원재료인 원유나 석유 완제품 모두 동일하게 3%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세원 확보 때문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부과하는 목적세인 관세가 우리 정부에게는 안정적인 세원 쯤으로 여겨지는 셈이다.

원유 관세 만큼 불합리하다고 비난받는 세금 중 하나가 원료용 중유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이다.

우리나라 정유사들은 중유 등 저급한 석유제품을 휘발유나 경유 등 고부가가치 석유제품으로 전환하는 고도화설비 확장에 천문학적 자금을 투입해왔다.

고도화설비가 확충되고 가격 경쟁력이 개선되는 등의 영향으로 정유사들은 생산 제품의 절반 가까이를 해외에 내다 팔며 반도체, 자동차 등과 더불어 국가 주력 수출 산업화를 이끌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석유제품 생산용으로 투입되는 중간 제품에도 개별소비세를 부과하고 있다.

오죽 불합리했으면 석유 생산용 중간 제품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를 면세하자는 의원 입법이 발의됐을 정도이다.

지난 7월 개별소비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국민의당 추경호 의원은 ‘개별소비세는 특정 물품의 소비행위에 부과되는 것인데 석유 공정 원료로 사용되는 제품에 과세하는 것은 제도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 중론’이라고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조속히 법을 개정해 경쟁국과의 조세 형평성을 개선하고 원가 상승 부담을 낮춰 제조업을 비롯한 국내 산업 경쟁력 강화에 나서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실제로 일본, 중국 등 우리 정유사들과 수출 시장에서 경쟁하는 주변국들은 중유에 비과세하거나 석유 중간 원료로 사용할 경우 과세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또한 OECD와 EU, 아시아 등 주요 66개국 중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석유 생산 공정에 투입되는 원료용 중유에 과세하고 있다.

원유에 고율의 관세를 징수하고 석유 생산용 원료에 개별소비세를 부과하는 것은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유익할 일이 전혀 없다.

수출 전략 산업인 정유업종의 글로벌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이고 내수 가격을 끌어 올려 국내 제조업 원가 상승을 유발하게 된다.

더구나 코로나 19 확산과 석유 수요 감소로 정제마진이 수개월 째 마이너스 언저리를 맴도는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정유사들은 원유 보다 값 싼 석유 중간제품을 석유제품 생산 원료로 더 많이 투입하며 원료 다변화에 노력하고 있는데 정부는 개별소비세를 부과하며 경쟁력을 깎아 내리고 있다.

조세 당국에 따르면 2018년 중유 개별소비세로 징수한 세액은 731억원 정도인데 일부 조건부 면세 대상에 환급된 금액을 제외하면 실제 징수액은 362억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 정도 금액이면 정부 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텐데도 정부는 석유 생산 원료용 중유에 과세하는 것을 고집하고 있다.

정부가 굳이 현행 과세 체제를 유지하겠다면 국내 제조업 등 석유 소비자들이 납득할 수 있을 만한 과세 근거를 내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정부 곳간을 채우겠다고 기업 경쟁력을 외면한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정부 욕심에 국가와 기업 경쟁력을 깎아 내리는 어리석음을 이제는 멈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