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 멈춰 선 석유·가스 자원 개발, 되살릴 수 있나? ②]

27개 사업 투자, 생산 광구·자원개발 기업 인수가 21개

단기간 자원 확보 실적 자랑 쉬운 생산 광구 위주 매입

이후 정부 들어 석유공사 해외 자원 개발 실적 한 건 그쳐

[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이명박 정부 이후 석유공사가 해외에서 확보한 석유·가스 자산은 총 27개 사업에 달한다.

그런데 이중 생산 단계 사업이 21개로 압도적으로 많다.

해외 투자 사업의 78% 정도가 생산 광구 또는 원유를 보유한 기업을 매입했다.

자원 개발 공기업인 석유공사의 본래 역할이 자본 투입 부담이 크지만 리스크가 높은 탐사 사업에 집중하는데 맞춰진 것을 감안하면 잘못된 노선을 택한 셈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손쉽게 자원 확보 실적을 늘리기 위해 공기업인 석유공사를 동원해 생산 광구를 ‘쇼핑’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이다.

당시 자원개발사업을 주도하던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의 보도자료에서도 이 같은 ‘쇼핑 의지’는 쉽게 확인된다.

◇ 단기간 자주 개발 물량 확보, 자화자찬

지식경제부는 2010년 1월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2009년의 투자 실적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2009년의 경우 금융위기 등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전년도의 59억불에 비해 약 14%가 증가한 67억불을 해외자원개발에 투자해 해외 석유기업 인수 등 대형 프로젝트를 다수 확보했다. 페루 페트로-테크(Petro-Tech 10천b/d), 캐나다 하베스트 에너지(Harvest Energy)(53천b/d), 카자흐스탄 숨베( Sumbe)(‘14년 이후 20천b/d) 등 석유기업 M&A로 자주개발 물량을 확보함과 동시에 석유공사 대형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며 해외 자산 인수 성과를 자랑했다.(보도 자료 전문 중 일부)

그런데 당시 석유공사는 매입한 하베스트, 숨베, 페트로-테크는 모두 자원개발 기업들이며 이들이 보유중인 생산 광구 매장량도 같이 확보하게 되면서 단기간에 자원 매장량을 끌어 올리는 계기가 됐다.

이명박 정부 이후 석유공사가 참여한 사업은  올해 3월의 UAE Onshore 지분 투자가 유일하다.

문제는 이 같은 방식으로 인수한 자산 대부분에서 대규모 손실을 야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캐나다 하베스트의 경우 사실상 고철 덩어리인 정제기업 날(NARL)까지 묶어 인수하면서 손실을 끼웠고 예비타당성 조사도 거치지 않은 엉터리 투자를 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에서 확인됐다.

석유공사 회계 자료에 따르면 하베스트의 취득 원가는 4조7천억에 달하지만 장부가액은 ‘0원’으로 완전 자본 잠식 상태이다.

카자흐스탄 숨베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도 덤터기를 썼다.

석유공사는 숨베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매각 대리인에게 숨베의 지분 15%을 줬고 매입 비용과 개발비용 일부에 해당되는 약 7100만불도 석유공사가 대부 형식으로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 탐사 광구 참여는 5건에 그쳐

반면 탐사 광구 참여 실적은 5건에 그쳤다.

천문학적 혈세를 투입해 해외 자원 개발에 나섰는데 민간 기업들도 돈만 주면 쉽게 인수할 수 있는 생산 광구 매입에 공기업 석유공사가 매달렸던 셈이다.

그 배경에는 자원 개발량을 단기간에 늘려야 하는 당시 정부의 성과 지향적인 조급함이 작용했다.

그 결과 실패한 해외 자원개발 투자와 관련한 국회 국정조사가 열렸고 당시 투자를 지휘했던 석유공사 사장이 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 조치됐으며 지난 2018년 산업통상자원부는 실패한 해외자원개발사업의 원인 등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며 자진해서 검찰에 추가 수사를 의뢰하는 등의 다양한 과거사 정리 작업이 추진중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정권 차원에서 강요된 실패한 자원 개발 투자 여파로 석유공사 본연의 역할이 멈춰 섰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 이후 석유공사가 투자한 해외 자원 개발 사업은 올해 초 UAE의 아부다비 국영석유사(ADNOC) 자회사인 온쇼어(Onshore)의 육상 생산 광구에 지분 참여한 것이 처음이다.

그마져도 민간 기업인 GS에너지가 온쇼어 생산 유전의 조광권 지분 3%를 취득한 것과 관련해 지분 매수 청구권을 행사하면서 이중 30%인 지분 0.9%를 확보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 실패한 해외 자원 개발 투자는 공기업 석유공사가 설립된 원래 취지인 자원개발의 시동도 꺼놓은 셈이다.

저작권자 © 에너지플랫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