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3년 상공부와 동력자원부의 통합이후 산업자원부가 가장 큰 조직개편을 겪게 됐다.

정세균 장관 취임 이후 조직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지난 4월 이후 약 2개월만에 산자부는 조직개편방안을 확정지었다.

조직개편의 핵심은 ▲ 효율적인 의사결정체계 구축 ▲ 성과중심형 조직문화 개편 ▲ 정책수요 변화에 부응한 조직운영 등 3가지에 맞춰져 있다.

실제로 산자부는 조직개편을 통해 과장에서 국장, 실장 라인을 거쳐 차관에게 보고되던 결제라인을 팀장이 본부장에게, 이후 차관에게 연결되는 시스템으로 간소화한다.

특히 팀장에게 결제 권한을 과감하게 위임시켜 간부급 공무원들은 정책개발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산자부의 개편방안에 따르면 현재 과장 이하의 위임·전결권한은 약 45.9%인데 조직개편이 완료되면 85%까지 늘어나게 된다.

또 근속연수나 연령, 성별 등에 의해 안정적인 승진이 보장되어 왔던 연공서열(年功序列)제도에서 벗어나 능력이나 성과 위주의 팀제로 전환했다.

가장 보수적이고 변화에 둔감한 것으로만 알고 있던 정부 행정조직이 민간 기업의 효율성과 경쟁 유도의 시스템으로 변화되는 것을 지켜 보면서 격세지감과 함께 행정의 변화에 대한 시대의 요구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다만 지나치게 조직의 효율만 강조하는 것은 경계돼야 한다.

산자부는 이번 조직개편의 성과를 설명하면서 ‘증원없는 조직개편’을 유독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산자부는 1차관보 3실 14국 61과의 조직을 8본부 10관 61팀으로 개편하게 된다.

산자부가 최초 마련한 2006년 에너지 행정 조직개편방향은 1실 2심의관실 10과의 조직을 1실 3심의관실 18과로 확대 개편하고 행정인력도 129명에서 225명으로 대폭 확대한다는 방침이었다.

고유가로 해외자원개발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자원개발과를 자원개발국으로 확대, 개편하고 ▲석유유통질서 확립 분야(석유유통과) ▲기후변화협약과 관련한 온실가스 배출 저감 관련 업무(기후변화대책과) ▲에너지효율개선(에너지절약과) ▲국제에너지시장 정보분석(에너지정보과) ▲에너지기술개발(에너지기술과) 등의 업무와 관련해 전담 과를 신설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업무의 전문화와 세분화보다는 증원 없는 효율성 추구라는 대세에 밀려 결국 이번 팀제 조직개편으로 방향을 선회하게 됐다.

- 전문화가 효율성에 밀려 -

‘작은 정부’는 행정기구를 합리화하고 간소화시켜 능률과 행정 성과를 최대화하겠다는 지향점을 추구한다는 면에서 가장 이상적이다.

그만큼 재정지출의 효율성도 높아진다.

국민들의 세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지만 ‘작은 정부’ 그 자체가 목표가 돼서는 안된다.

정부의 능률이나 행정 성과를 우선으로 검토하고 이후 조직의 효율성을 따져야 한다.

잘 알려진 것 처럼 이웃 일본은 경제산업성 산하에 자원에너지청이 별도로 설립되어 있다.

이 곳에는 총 4국 32개과가 운영중이고 원자력안전·보안원이 별도로 운영중이다.

행정인력만도 1000명이 넘는다.

일본과 우리나라의 경제규모 차이를 떠나 에너지소비와 해외의존도가 심각하게 높다는 양국간의 비슷한 현실을 감안하면 우리 정부는 너무도 효율성만을 강조하고 있는 느낌이다.

미국은 아예 에너지부(US Department of Energy)를 운영중이다.

그 산하에는 행정지원청과 에너지정보청, 에너지마케팅관리청 등 별도의 하부조직도 두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에너지행정조직은 2실 8국 30과 체제를 유지하던 동력자원부가 상공부와 합병된 이후에도 급격하게 위축되어 왔다.

통상산업부가 산업자원부로 명칭을 변경하던 1998년에는 석유심의관과 가스심의관이 석유가스심의관으로 합쳐졌고 그 이듬해에는 석유가스심의관과 전력심의관을 통합해 현재의 에너지산업심의관으로, 자원정책심의관과 에너지관리심의관이 자원정책심의관으로 줄어 드는 과정을 거쳤다.

현재 주요 1차 에너지원과 관련한 행정조직은 석유와 가스, 전력 석탄산업 등 각각 한 개 부서만 유지되고 있다.

지난해 426억불의 원유를 수입하고 86억불의 천연가스를 외국에서 도입한 우리나라는 에너지자급율이 4% 수준에 불과한 자원빈국이다.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확보하고 사용하고 절약하고 대체에너지원을 개발하는 과정의 행정 품질이 단순히 조직의 크기나 인원에 비례할 수는 없지만 반대로 축소지향적인 행정에서만 해답을 찾을 수는 없다.

산자부가 효율성과 성과위주의 조직을 지향하겠다고 밝힌 대목은 격려를 받아야 마땅하지만 외부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해 소신있는 조직을 구축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염려가 든다.

산자부의 혁신이 ‘증원없는 조직개편’에 강조되다 보면 ‘아웃풋(output)의 극대화’에 소홀해질 수 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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