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탄소제로섬 제주’, 주유소 93% 사라질 수 있어
‘2030 탄소제로섬 제주’, 주유소 93% 사라질 수 있어
  • 정상필 기자
  • 승인 2020.09.11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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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전환으로 LPG충전소는 ‘0’, 화석연료 생태계 붕괴

보조금 대신 2022년 이후 내연기관 등록 규제되면 피해 심각

에경연에 상생 방안 연구 의뢰, ‘폐업·업종 전환 지원해야’ 주문

지목 변경 편의 제공·지방세 감면, 장기적으로 오염정화 지원해야
제주도가 추진중인
제주도가 추진중인 탄소제로섬 계획에 근거해 오는 2030년 전기차가 확대되면 주유소와 충전소 대부분이 사라질 것으로 전망됐다. 사진은 제주도청에 마련된 전기차 충전소 모습

[지앤이타임즈] 제주도가 추진하는 ‘탄소제로섬 제주 이행계획’에 근거해 오는 2030년까지 전기차 도입 목표인 37만 7000대가 보급되면 도내 주유소 93%가 문을 닫는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제주도내 영업 주유소는 총 193곳인데 이 중 180곳이 문을 닫고 13곳만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LPG충전소는 38곳 모두 존립이 어려운 것으로 관측됐다.

제주도에 한정해 진행된 연구 결과인데 향후 전기차 보급이 확대 될 경우 전국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이하 에경연)이 제주도 의뢰로 진행한 ‘전기차 보급확산에 따른 기존산업과 상생협력 실행방안 연구’는 제주도의 ‘2030년 탄소제로섬(Carbon Free Island)계획(이하 CFI 계획)’으로 예상되는 화석 연료 유통 업소 등 연관 산업의 피해 규모를 측정하고 상생방안을 모색하는데 맞춰졌다.

제주도 CFI 계획에 따르면 오는 2030년 전기차 보급 목표는 37만 7000대다.

2017년 기준 제주도 자동차 등록대수 50만대 중 약 75%가 전환됨을 의미하는 매우 도전적인 계획이다.

◇ 2022년 이후 내연기관차 등록 제한 예고돼

제주도에 따르면 오는 2022년까지를 인프라 구축단계로 설정하고 보조금을 통해 전기차 보급 확대를 추진한다.

이후에는 보조금 지급 대신 내연기관차에 대한 규제정책을 도입해 등록 제한 등 전기차를 확산시키기 위한 네거티브 정책 기조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내연기관 규제정책이 소비자 선택권을 제약하는데 더해 연관 산업 특히 주유소와 LPG충전소, 차량정비업 등 내연기관 자동차 생태계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제주도는 내연기관 규제 정책이 이들 연관 산업에 미치는 영향 분석과 상생협력 방안을 에경연에 연구 의뢰했고 최근 최종 보고서를 전달받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에경연은 제주도가 전기차 보급 확대 등을 제도적으로 강제하지 않고 시장에 맡기는 BAU(Business As Usual)와 CFI 로드맵을 추진하는 두 가지 시나리오를 상정해 비교했다.

그 결과 CFI 로드맵을 추진할 경우 BAU 상황에 비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의 차이를 차감한 주유소 피해 손실률은 2020년에는 -2.1%, 2025년 -22%, 2030년에는 -54%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CFI 로드맵에 근거해 전기차로 대체되면서 내연기관차가 줄어드는 만큼 화석연료를 판매하는 주유소 손실률은 급속하게 커지게 되는 것이다.

LPG충전소도 같은 방법으로 피해 손실률을 구한 결과 2020년에는 -2.9%, 2025년 -27.4%, 2030년 -56.4%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자료 : 전기차 보급확산에 따른 기존산업과 상생협력 실행방안 연구 보고서
자료 : 전기차 보급확산에 따른 기존산업과 상생협력 실행방안 연구 보고서

이 같은 피해 손실률을 토대로 제주도내 주유소와 충전소가 2017년 매출 규모를 유지하기 위한 적정 규모를 산출했다.

주유소는 2017년 기준 193곳에서 2020년 246곳, 2025년 109곳, 2030년에는 13곳으로 줄었다.

193곳 중 93%에 해당되는 180곳이 없어지고 남은 13곳 만이 2017년 주유소 한 곳당 평균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LPG충전소는 2017년 기준 업소 당 평균 매출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적정 규모로 2020년 37곳, 2025년 7곳, 2030년에는 0곳으로 추정됐다.

2030년에는 LPG충전소가 존재해야 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렌터카를 중심으로 LPG차량 비중이 특히 높았지만 전기차로 급속히 전환되면서 LPG충전소의 피해는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됐다.

자료 : 전기차 보급확산에 따른 기존산업과 상생협력 실행방안 연구 보고서
자료 : 전기차 보급확산에 따른 기존산업과 상생협력 실행방안 연구 보고서
자료 : 전기차 보급확산에 따른 기존산업과 상생협력 실행방안 연구 보고서

◇ 영세 소상공인 폐업·업종 전환 지원 필요

에경연은 전기차 전환으로 피해를 입는 업종에 대한 지원 방안도 제시했는데 단기 처방으로 ▲ 용지의 지목 변경 편의 제공 ▲ 개발제한구역 내 용지의 지목 변경 편의 제공 ▲ 세차업에 필요한 정화시설 설치 허가와 그에 필요한 지원을 제안했다.

주유소나 LPG 충전소에서 타 업종으로 용도를 전환할 때 지목 변경이나 각종 환경 관련 허가 등에 대한 행정적 편의 제공을 주문한 것.

중기적으로는 주유소나 LPG충전소 용지 지목 변경시 지방세 감면 혜택 제공, 장기적으로는 전환 부담 경감을 위한 오염토양의 정화비용 지원을 제안했다.

특히 내연기관 자동차 감소 영향으로 폐업이나 업종 전환을 원하는 주유소들이 가장 큰 애로로 느끼는 토양오염정화비용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환 부담 경감을 위한 오염토양 정화비용 지원 방안으로 가칭 주유소 공제조합을 설립해 조합원 출자금 등으로 조성한 재원으로 폐업 주유소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제주도는 공제조합 재원 조성을 지원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에너지경제연구원 김재경 연구위원은 “내연기관차 등록 제한 등의 조치는 가뜩이나 과당경쟁으로 한계 상항에 있는 화석연료 유통 업체들의 경영 악화를 심화시켜 사실상 강제적인 폐업으로 내몰 수 있다”며 “영세 소상공인들의 폐업과 사업전환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주유소나 LPG충전소 등 연관 업체들에 대한 지원 방안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경 연구위원은 또 “제주도 사례는 향후 강제적인 수송에너지 전환 정책이 추진될 경우 전국 단위에서 발생하게 될 사회적 갈등의 전초전 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며 “제주도에서 성공적으로 갈등을 해소하고 상생방안을 마련할 경우 향후 전국적인 모범사례로서 확대될 수도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